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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통신비밀보호법이 문제이다. 잊을 만 하면 튀어나오는 휴대전화 감청 논란이다. 지난 31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당정협의를 마친 상태라며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바 있다.
스마트폰 감청 논란으로 번지면서 이 법안의 향방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뜨겁다. 이한성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은 2008년 10월이었는데, 그 사이 스마트폰 이용이 급증하였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현재 5천만 명이고, 그 중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올해 말까지 2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스마트폰 감청이 핫이슈이다. 블랙베리를 판매하는 림은 자국 내 서비스를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위협에 굴복하여, 사우디아라비아 블랙베리 사용자들의 핀 번호와 사용자 코드를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인도 정부는 한술 더 떠 블랙베리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검열하기로 하고 그에 대한 기술적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베리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 메시지를 캐나다 본사에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국의 통신 서비스에 메시지를 저장하는 보통의 스마트폰은 당연히 국내 통신사들을 통해 감청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보통의 휴대전화와 다르다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고받는 통신 내용은 휴대전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처럼 기존의 휴대전화에서 이용되던 서비스는 물론, 트위터 등 SNS 서비스와 이메일, 금융거래와 모바일 오피스까지 그 응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감청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였다. 말인즉슨,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이 언제든지 감청할 수 있도록 통신사들이 상시적으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전화라기보다 컴퓨터에 가까운 스마트폰에 대한 감청 개시는 나의 컴퓨터에 대한 상시 검열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감청영장 발부율이 연간 97%를 넘는 법원이 과연 견제 세력이 될 수 있을까?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법안이 휴대전화 감청만을 특화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법안의 핵심은 거의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거의 모든 통신설비에 감청 설비를 갖추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은 물론 메신저와 P2P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통신수단에 대한 감청이 시작될 것임을 의미한다. 더구나 법안이 구체적인 감청 대상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통신수단이 앞으로 더 감청될지 우리는 지금 짐작할 수도 없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개악이다.
더욱 끔찍한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실시되는 모든 감청 가운데 국가정보원의 감청이 98%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공식 통계에서 그럴 뿐이니 실태가 밝혀지지 않은 직접 감청까지 더한다면 그 수치는 더욱 치솟을 것이다. 지난 해에는, 국가정보원이 인터넷 회선을 통째로 감청하는 일명 패킷 감청을 실시해 왔으며, 직접 패킷 감청 장비까지 운용해 왔다는 사실이 근 십 년 만에 처음 밝혀지기도 하였다.
국가정보원이 어떤 감청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 더 가질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이 법안은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만 ‘직접 감청’을 허용하는 아량을 베풀고 있다. 결국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이 국가정보원의 비밀 감청 권력을 확대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데 가장 큰 위험성이 있다. 이는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언론자유에 중대한 위협이다. 모든 통신수단이 비밀리에 감청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누가 기꺼이 민감한 사안의 취재원이 되겠으며 내부고발자가 되겠는가.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미디어오늘 2010년 9월 8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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