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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동안 각종 경제면에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낯선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했습니다. 생소하기도 하지만,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한 전자화폐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이게 뭐야'라고 당황하셨던 것 같습니다. 기사를 봐도 모르겠고, 위키피디아를 봐도 이해하기 힘든 기술적인 설명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어쩌면 이 글도 어렵게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만, 최대한 기본 용어 중심으로 비트코인의 기술적 시스템을 설명해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비트코인(Bitcoin)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필명입니다. 일본식 이름이지만 일본인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확실한 건 수학과 프로그래밍 모두 능숙한 천재라는 점입니다-가 2009년 1월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된 P2P 기술 기반의 디지털 화폐입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공황 직후, 중앙은행같은 발권력을 가진 통제기구와 거래를 보증하는 신용평가기관이나 은행 시스템이 지속적인 화폐위기를 불러온다는 비판속에서, 신용기반 화폐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왔습니다. 사토시는 이 문제를 P2P(peer to peer)와 암호화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야심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신용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과도한 수수료 문제 그리고 위기관리(채불,사기등)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은행과 인플레이션이 없는 화폐모델을 제안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주요 특성은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비대칭 암호화 기술에 기반한 임의의 암호화 키쌍(개인키/공개키)을 담고 있는 지갑을 갖게 됩니다. 지갑을 만드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비트코인 프로그램을 PC에 깔거나, 모바일의 경우 관련 App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비트코인 사이트에 가입하면 됩니다.
위에 것 중 아무거나 설치 또는 가입하면 아래와 같은 지갑을 가지게 됩니다.
위에 보이는 임의의 문자열이 바로 공개키입니다. 그리고 이 공개키가 이 지갑의 고유주소입니다. 공개키의 짝이 되는 비밀키는 비트코인 지불을 허가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공개키/비밀키 짝은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으며, 비트코인 주소에는 소유자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아서 익명성을 보장합니다. 비트코인 사용자는 여러 주소를 보유할 수 있고 새로운 주소를 제한 없이 생성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별도의 은행이 없습니다. 하나 하나의 지갑(Wallet)이 바로 은행계좌 같은 것입니다. 내가 가진 지갑으로부터 지갑을 가진 다른 누구에게나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중간 중계자가 없으므로 수수료는 매우 저렴해집니다-수수료가 0일 수도 있고, 거래에 따라 수수료가 책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Bitpay(http://bitpay.com)같은 다양한 형태의 지불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거래가 중지되어 거래가 중지되는 사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기존의 게임머니나 가상화폐와 가장 다른 점은 화폐를 발행하고 위조나 해킹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는 (중앙은행이나 조폐공사와 같은) 중앙통제기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신 비트코인은 화폐발행과 위조나 해킹방지를 수학적 증명(cryptographic proof)과 다수의 시장참여자(정확하게는 선의를 가진 이용자의 자원. 예를 들어 CPU)의 자발성을 통해 해결합니다. 화폐발행 이슈는 좀 더 뒤로 미뤄두고, 먼저 어떻게 위조나 해킹방지를 해결하는지 주목해 봅시다. 비트코인은 전자화폐입니다. 즉, 뭐라 부르던 디지털 데이터에 불과합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복사가 매우 쉽고 무한 복제가 가능하고, 쉽게 위변조 할수 있습니다. 이는 화폐 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사토시는 이를 중복지출문제(double spending problem)라 정의합니다. 둘째 문제는 시장참여자들이 어떻게 룰을 공유하고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즉 해킹 등의 부당한 방식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로부터 화폐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할 것인가 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화폐시스템에서는 중앙은행이 위조방지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거나 위조지폐를 중대 범죄로 다루고, 은행들이 모든 거래내역을 폐쇄적으로 관리하며 특별한 보안시스템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침입이나 위조를 방지하는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는 최근 있었던 '농협해킹사건'이나 '대규모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태'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금융정보 대량 유출 사태는 우리나라만의 전매특허는 아닙니다. 미국, 일본 등 다수의 국가에서 다수의 대량 금융 정보 유출 사건들이 있어왔고, 공통적으로 대부분 내부자 소행이었습니다. 대신 비트코인은 이 비밀스런 거래내역을 P2P 기술을 이용해 비트코인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해버리는 방식으로 돌파합니다.
한 인류학자가 아직도 둥근 돌을 통화로 사용하는 마을에 간 적이 있었다. 통화의 가치는 돌의 크기로 결정된다. 이 마을에서 누가 가장 부자냐고 묻자, 누군가를 지목했다. 집채보다 큰 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가서 돌을 보여 달라고하자, 없다고 했다. 오래전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가) 그 돌을 배로 운반하다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돈도 없는데, 무슨 부자냐고 하자 사람들은 그 사람이 그 돌을 가지고 있었고, 그걸 어떻게 잃어버렸고, 어디에 있는지 모두가 다 아는데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출처: http://blog.lawfully.kr/2014/02/byzantine-generals-problem-and-bitcoin/
이게 바로 P2P 화폐의 핵심입니다. 누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지, 그 비트코인이 어떤 거래내역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장부일체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수많은 참여자들에게 수학 도구를 쥐어주고 확인하게 하고, 검증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거래는 10분 단위로 하나의 블록에 기록되고, 이전 거래내역이 담겨있는 블록에 이어감으로써 블록체인을 형성합니다. 블록체인은 현재까지의 블록이 모두 이어진 것으로 현재까지 일어난 모든 비트코인 거래가 시간순으로 기록된 거래내역 장부입니다. 이 블록체인(거래내역장부)은 모두에게 공개됩니다. 이는 블록체인 탐색 서비스Blockchain.info(https://blockchain.info)와 같은 곳에서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blockchain.info 사이트를 캡춰한 것입니다. 보시면 최근 거래된 내역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만 클릭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자가 누군인지 신원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거래내역은 모두 공개하지만 모두 익명 처리되어 프라이버시를 보장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거래내역에서 '미확인 거래'이란 빨간 버튼이 보이실 것입니다. 즉 내가 누군가에 비트코인 거래를 비밀키를 통해 승인했다고 해도, 바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용자들부터 승인을 얻어야 됩니다. 보통은 우리가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살때는 지갑에서 화폐를 꺼내 가게주인에게 건네주고 물건을 받으면 바로 거래가 성립니다. 근데 사실은 거래에 앞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어떤 행동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주인장은 거래가 이루어질 때마다 위조지폐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수고를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사기를 당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행위는 은행과 경찰에 대부분 위임됩니다. 온라인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거래자간 위조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과 보증보험기관이 중간에서 다 처리해줍니다. 이때 드는 비용은 구매자는 은행에 수수료로, 판매자는 보증보험에 보험료를 지불함으로서 충당됩니다. 하지만 사실 수수료와 보험료는 말도 안되게 비쌉니다. 편익과 안정성을 담보로 누군가는 중간에서 과도한 이윤을 챙기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중계 기관이 없습니다. 오직 가게에서 면대면으로 현찰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근데 해당 화폐의 위조 여부를 검증하도록 위임할 기관도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거래를 보증해야만 합니다-앞에서 말했던 중복지불문제입니다. 비트코인은 이 문제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직접 해결합니다. 즉 거래 성립을 증명하는 공증인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거래는 10분 단위로 하나의 블록에 기록됩니다- 블록이란 말이 어려우시면 블록을 거래장부의 한 페이지 정도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공증인들은 이 거래내역이 담긴 블록에 도장을 찍습니다. 비트코인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부분중 하나가 이 도장 받는 부분입니다. 윗 그림에 있는 거래는 10분후에 블록에 수집되어 검증을 거치면 아래 그림처럼 정식거래로 인정받습니다.
원문: https://blockchain.info/ko/tx/77e730ab4bd666d87bf19f1babb0720cb7aad65f7d9ae820cdec3518f27ec7bd
바로 이전 그림과 달라진 것이 보이시죠. 주문확인이란 메세지 위에 블럭에 포함 이라는 글자가 보이실 겁니다. 이 거래를 포함한 블록은 284113입니다. 한번 해당 블록을 볼까요?
원문: https://blockchain.info/ko/block-index/465356
블록 #284133는 총 918개의 거래내역을 담고 있습니다. 이 918개의 거래내역은 해시 트리(Merklet Tree)에 의해 관리됩니다. 해시 트리는 보통 과학이나 암호학에서 데이터들을 해시형태의 트리구조를 만드는데 사용합니다.
데이터를 검증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루트 노드의 해시 값(옆의 그림에서 Top hash; 루트 해시 또는 마스터 해시라고 부른다)만 알면 데이터가 옳은 데이터인지 검증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블록(거래내역장부의 한장)은 이렇게 검증가능한 방식의 데이터관리 모델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언제라도 거래내역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위에 그림에서 우측 상단 Merkle 루트값이 바로 이 루트 해시값입니다.
eebed92f4d91b4a7322d41666d6e489f9ceebc5030c6b552a9f6a0ea90091950
하지만 윗 그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이 상단 우측에 해시라는 부분입니다.
00000000000000009d0877218ecee1478c12b538bca3fb86959d5140304395b4
이 해시(Hash)가 바로 도장에 해당되는 것인데, 이 해시값을 만드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해시는 주어진 문자열을 특정 알고리즘을 돌려 축약을 시켰을때 유일하게 생성되는 난수같은 것입니다. 즉 원본 데이터가 바뀌지 않는 한 해시값은 늘 동일합니다. 비트코인은 SHA-256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해시값을 만들어낼까요? 비트코인은 이전 블록의 해시값에 현재 블록에 기록되어 있는 모든 거래(Transaction)의 해시값에 해당하는 Merkle Root(Root Hash)값을 덧붙이고. 여기에 임의의 숫자(Nonce)를 덧붙인 문서(문자열)을 SHA-256알고리즘을 통해 해시값을 만듭니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몇자리까지 비트값이 0인 해쉬값을 만들라는 조건을 주는 것입니다. 위 예를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전 블록 hash값과 현재 블록의 모든 거래 해시값은 이미 고정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앞의 16자리 비트가 0인 해시(hash)값을 만들 때 유일한 변수가 되는 것은 임의의 숫자 Nonce값 밖에 없습니다. 조건을 만족하는 해시(Hash)값을 만들때까지 이 Nonce값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수를 일일히 대입해 보는 Try and Error 방식외에는 없습니다. 일명 Brute force(폭력) 알고리즘이라고 통칭하는데, 사실 특별한 지식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근데 비트코인의 경우 요약본의 크기가 256비트이고, 주어진 경우의 수는 1077 을 넘습니다. 앞자리의 0비트 수가 많아 질수록 조건을 만족하는 Nonce값을 찾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집니다. 물론 이걸 사람이 직접하지는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하겠죠. 그 프로그램의 연산 속도는 자기 PC의 CPU가 얼마나 빠르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어쨌든 이 경우에 찾아낸 Nonce값은 3961299154 입니다. 보통 이런 CPU 노가다 알고리즘을 Proof-of-Work(POW) 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조건에 만족하는 Nonce값을 찾아서 현재 블록의 해시(Hash)값을 이웃 이용자(Node)들에게 알리고 이를 다른 이용자들이 동의해주면 되면, 이 블록의 해시(Hash)값을 구했다고 정의하거나 블록(Block)을 찾았다고 정의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블록이 공식화되고, 이 블록이 가지고 있는 거래들이 공식화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블럭의 고유한 해시(hash)값을 만드는데 거래정보의 해시(hash) 값을 이용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굳이 이전 블록의 해시(hash)값을 이용할까요? 이는 블럭들을 서로서로 연결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체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출처: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 Satoshi Nakamoto
우리가 알고 있는 거래장부의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누군가 비밀스런 거래장부를 가지고 있는데 만일 위협(검찰의 압수수색 등)을 느낀다면, 문제가 되는 거래내역을 지우거나, 또는 해당 페이지를 찢어서 태워버려 거래장부를 조작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서는 이런 조작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만일 한 블럭의 특정 데이터가 수정되면 hash값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앞블럭의 해시(hash)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계속 체인을 따라가면서 블럭들의 해시(hash)값들을 다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거래내역 하나를 조작하기 위해 전체 체인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블럭의 해시(Hash)값이 결정되었다고 해서 바로 거래가 승인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블록체인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고 판단되어야 비로소 거래가 승인됩니다. 현재는 현 블록 뒤로 6개의 블록이 덧붙여져야 정식으로 거래가 승인됩니다.
이 거래기록의 전체 장부인 블럭체인(block-chain)은 모든 이에게 공유됩니다. 위 블럭 예제에서 우측 지도 네트워크 전파를 클릭해 봅시다.
원문: https://blockchain.info/ko/inv/00000000000000009d0877218ecee1478c12b538bca3fb86959d5140304395b4
보시다시피 이 블럭은 P2P를 통해 447 Node에 공유되어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복사본은 모든 노드들이 가지고 있는 데, 여러가지 이유로 서로 다른 복사본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은 노드들이 가지고 있는 복사본을 진짜로 인정합니다. 이 진짜 복사본을 주요체인(Main Chain)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예제 블록에서 좌측 중간에 보시면 (주요 체인)이라고 써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여기까지 눈빠지게 읽으신 분이라면, 아마도 이쯤에서 내가 이 어려운 글을 왜 읽고 있으며, 왜 이렇게 힘들게 거래검증(Verifying)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거래 기록을 굳이 전세계로 공유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사실 앞에서 설명한 기술적인 내용은 전혀 모르셔도 됩니다. 일반분들은 맨 위에서 소개한 프로그램을 깔거나, 비트코인 사이트에 가입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프로그램이나 서버가 알아서 다 해줍니다. 단지 알아야 할건 내부거래 시스템은 정말 복잡하고 어렵구나 하는 점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복잡한 이유는 오로지 이 시스템을 방해하고 부당이익을 노리는 해커들부터 화폐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거래검증시스템에서 사용된 대부분의 기술들은 2차대전 이후 꾸준히 축적된 암호화 관련 기술들입니다.
만일 블록을 검증하는 것이 매우 쉽거나 마스터키 같은 것이 있다면, 해커들은 많은 좀비 PC를 동원해 순식간에 비트코인 전체 거래내역을 조작해낼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에서 블록을 검증(Verifying)하는 것은 기다림을 미덕으로 하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리고 전세계의 선의의 이용자들을 무찌를만한 CPU 파워를 가져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비트코인 거래내역 블럭체인은 많은 수의 복사본이 네트워크에 흩어져 있고, 그중 다수를 차지해야만 주요 체인(Main Chain)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블록체인을 가지고 있는 Node중 51%를 공격해서 조작해야 합니다. 아마도 하나의 거래를 조작하기 위해서 수천억원을 들여 다수의 수퍼컴퓨터를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일입니다.
이런 복잡한 이유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결제는 약 15분에서 한시간 정도 걸립니다. 최근 거래내역이 10분단위로 한 블록으로 수집되고, 이를 전세계 이용자들(node)에게 공유하고, 좋은 CPU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Nonce값을 찾아내서 공식화하고, 이후 6개의 추가 블럭이 연결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거래(transaction)와 검증(verifying)시스템이라는 것이 참여자의 자발성에만 기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수의 Node가 계속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성능좋은 CPU 자원이 상당히 할당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동기 부여가 없다면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일에 자발성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비트코인 제안자인 사토시는 이를 위해 2가지의 동기부여(Incentive) 방안을 고안해냈습니다. 첫째는 거래수수료(Transaction fees), 둘째는 블록의 해를 구한 이용자에게 새로운 비트코인을 발행해주는 것입니다.
거래의 성립과 안정성에 기여한 댓가로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익숙한 시스템입니다. 현재 은행시스템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래를 검증한 댓가-거래내역 새블록의 해를 구해서 블록을 만들어(make) 내는 것-로 새 화폐를 발행해 준다는 것은 새로운 개념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발행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화폐를 캐내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비트코인에는 발권력이 있는 중앙은행이 없습니다. 현 중앙은행 시스템은 사회에서 생산된 재화들이 적절한 가격에 교환될 수 있도록 시중에 통화를 공급하거나 회수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은행은 기축통화(monetary base)를 활용해 왔습니다. 기축통화를 조절하는 중앙은행이 없는 비트코인 시스템에서는 통화량은 결국 비트코인 네트워크 참여자(P2P node)들에 의해서만 결정됩니다.
비트코인은 이용자가 새로운 블록을 발견했을때, 즉 지난 10분 동안의 거래내역이 담겨있는 블록의 해를 구해서 인정받았을 때 제공됩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10분에 한번씩 최근 거래기록을 모아 블록을 만듭니다. 하나의 블록이 1000개의 거래기록을 가지고 있든, 1개의 거래기록을 가지고 있든, 블럭은 단 한 개입니다. 즉 정확한 타이밍으로 1시간에 6번의 블록만이 만들어지고, 이용자들이 해를 구하면 각 블록은 정식으로 공인됩니다. 따라서 정확히 1시간에 6번, 매우 일정량의 비트코인이 공급됩니다. 만일 거래가 없다면, 예를 들어 지난 10분동안 거래내역도 없고 블록의 해를 구하려는 이용자도 없다면 비트코인은 공급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경우 화폐 톨화량의 증가속도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거래량이 아무리 많아도 비트코인 통화증가량은 일정 속도 이상을 절대 초과할 수는 없습니다. 비트코인 거래를 거래단위로 승인하지 않고 10분 단위로 블록으로 묶어서 거래를 승인하는 이유는 단순히 연산의 효율성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통화량 조절과 연동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한개의 블록당 발행되는 비트코인량은 4년 반감기를 가집니다. 즉 4년마다 하나의 블록생성으로 발행되는 비트코인량이 50%로 줄어줄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맨처음에는(2009년부터 2012년까지) 블록의 해를 구한 이용자에게 50 BTC, 2013년 이후(2003년부터 2016년까지)로는 25개의 비트코인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수학적으로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나도 2,100만개를 넘을 수 없습니다. 시장에 공급될 통화량 자체가 제한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전체 통화량이 미리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내재적으로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블록을 만들어내야만 비트코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점차 캐내기 힘들어진다는 점이 희소한 금(Gold)을 캐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비트코인 발행을 채굴(Mining)이라 표현합니다.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없는 시스템에서, 화폐 공급이 채굴에 기초한다는 개념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비트코인에서는 통화발행을 채굴(Mining)이라 정의하고, 블록을 생성한 이용자들(Nodes)을 채굴자라 정의합니다. 새로운 블록을 만들기 위해 어렵게 해를 구하는 행위는 사실상 채굴행위기 때문입니다. 이정도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겠죠. 주인 없는 땅에서 아무나 땅파서 금을 캐라는데 마다할 사람 없습니다. 경쟁적으로 채굴에 뛰어들 것입니다. 마치 미국 개척시대같은 양상이 벌어진 겁니다.
문제는 경쟁이 너무 심해졌다는 점입니다. 발행량이 점차 줄어드니 비트코인의 가치는 점차 고평가되고, 그럴수록 다른 채굴자보다 더 빨리 해를 구하기 위해 보다 고성능의, 또 많은 숫자의 CPU를 채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문 채굴꾼이 아니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에 따라 전문채굴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트마이너(https://bitminter.com/)입니다. 아래는 비트마이너를 통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채굴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전문 채굴꾼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채굴한 비트코인의 가치보다 채굴에 드는 비용(장비구축비+전기세)이 훨씬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전기세의 절반도 안나온다고 합니다. 비트코인 자체의 가격이 오르거나 하드웨어가 발전해서 전기세 단가 낮아지지 않으면 비트코인 채굴은 채산성이 떨어지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점차 발행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느 순간 비트코인은 디플레이션(deflation)을 맞이 할 것입니다. 보통은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안좋은 것으로 인식되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많습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재화의 가격은 낮아집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화폐의 가치는 높아지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높아지면, 비트코인을 매우 잘게 잘라서 사용하면 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미 아주 작은 단위로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1 BTC (또는 ISO 국제 통화 표준 코드를 위해 XBT 사용) = 1 bitcoin (1 비트코인), 0.01 BTC = 1 cBTC = 1 centi bitcoin (bitcent), 0.001 BTC = 1 mBTC = 1 milli bitcoin (mbit 또는 milli bit)
0.000 001 BTC = 1 μBTC = 1 micro bitcoin (ubit 또는 micro bit), 0.000 000 01 BTC = 1 satoshi = 최소 단위로 이미 거래할 수 있습니다. 원화로 비유하자면 전, 환 이런 개념입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남은 문제는 채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떻게 참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제공하여 거래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 입니다. 비트코인의 보상 시스템은 채굴(Mining)만 있지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거래 수수료(transaction fee) 시스템이 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채굴보다는 수수료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거래 시스템이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 여기까지 이해가 되셨다면, 여러분은 아래 그림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비트코인의 전체 거래 메커니즘을 한눈에 그린 인포그래픽입니다. 잘 안보이시는 분은 그림을 다운받아 크게 보세요.)
윗 그림이 이해가 된다면, 여러분은 이제 비트코인의 기술/시스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 돼도 상관없습니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사이트에 가입해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단지 설계상으로는 충분히 신뢰할만한 화폐제도라는 점을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제 기술적인 이야기들은 그만하고, 왜 비트코인이 지난 몇년동안 주목받아왔는지 사회경제적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금본위제를 기본으로 하는 브레튼 우즈 체제하에서 미국주도 세계자본주의는 급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말부터 미국은 극심한 이윤율 저하와 무역적자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였습니다. 이에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의 금태환 요구가 빗발치자, 1971년 미국 닉슨대통령은 금태환 정지 선언을 합니다. 이후 자본주의는 미국 주도하에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하면서, 각 국가별로 중앙은행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 관리하는 모델로 전화했습니다. 이 시스템속에 자본은 급속한 신용확장과 부채증가를 통한 금융팽창(거품)을 만들어 내면서 이윤율 확장을 모색해 왔습니다. 일명 2008년 금융공황으로 종언을 고한 신자유주의 체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철썩같이 신봉하는 화폐시스템의 본모습은 무엇일까요?
니알 퍼거슨에 따르면 2006년 전 세계에 존재하는 현금의 규모는 473조 달러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현재는 500조 달러가 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전 세계에 유통되거나 보관된 동전과 지폐를 모두 모아보면 얼나마 될까? 놀랍게도 불과 50조 달라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450조 달러가 넘는 돈이 단지 은행의 계좌에 표시만 되는 것들이다. 컴퓨터 스크린과 컴퓨터 서버에 가상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양이 90%인 셈이다.
출처: 하이컨셉 & 하이터치 - http://health20.kr/3244
현재 대부분의 거래는 은행들의 비트 이동에 의한 거래일 뿐, 물리적인 지폐나 동전의 교환이 화폐 거래의 중심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 서버를 통한 컴퓨터끼리의 거래를 믿고 있는 것뿐입니다. 2008년 금융공황 이후,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미국정부는 FRB를 통해 무한대의 달러를 풀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미국의 화폐발행 값을 높이고, 컴퓨터 비트 장부상에 모기지 부실채권을 미정부 채권으로 전환시켜 통화위기를 해결 한 것일 뿐, 실제 달러는 거의 발행되지 않았습니다. 거래형태만 보면 지금의 달러도 비크코인과 같은 전자화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축통화로써 미국 달러에 대한 믿음은 사실 '천조국' 미국에 대한 믿음과 동의어 일뿐입니다.
신자유주의하의 화폐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 속에서, 비트코인은 2009년 1월에 처음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에 의해 제안되었고 2010년 4월부터 유통되어왔습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모델을 완전히 뒤집은 형태의 전자화폐 모델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중앙은행도 없고, 부채를 통해 거품을 만들어내는 은행과 신용평가 기관도 없습니다. 또한 국가라는 개념도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천재 암호학자의 수학적인 접근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이론들에 대한 글도 직접 인터넷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미제스는 정부가 화폐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경제학자입니다. 미제스는 정부가 교란할 수 없는 화폐제도를 주장했으며, 금본위제의 강력한 옹호자였습니다. 비트코인은 현 화폐제도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 속에서 철학적 논쟁의 장을 넘어서 암호학으로 무장하고 실천가능한 현실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은 높이 평가할만합니다.
비트코인은 금본위제 모델을 기반으로 국가를 배제한 채 안전하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고, 실제로 안정적으로 성장해갔기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짐바브웨의 수 조 달러의 지폐는 누구도 원치 않습니다. 자고 나면 화폐가치가 미친듯이 널뛰기하는 하이인플레이션 화폐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합니다-1차 대전 이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은 전후배상금을 갚기 위해 1923년 10월 한달동안 화폐를 29,500%나 인플레이 시켰습니다. 그에 비하면 비트코인은 훨씬 믿을 수 있는 화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유럽 국가의 중앙화폐 신뢰도 수준은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자국화폐보다 비트코인이 훨씬 신뢰도가 높은 화폐제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전성이나 교환 가능성에 대해서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교환소(Exchange)가 전세계에 등장하고 수수료가 저럼한 PG사(거래대행업체)가 등장하여서 전자상거래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화폐모델이 근본적으로 불평등을 야기하는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필연적으로 앞선 참여자가 후발주자보다 비트코인을 채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초창기 참여자는 심한 경쟁없이 안정적으로 50 BTC을 공급받았지만, 후발주자들은 피터지게 싸우면서도 얼마 채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라미드식 사기라는 비아냥도 들었습니다. 물론 피라미드 사기와는 다르지만, 실제 비트코인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는 심각합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체 비트코인 사용자 100만명 가운데 900여명이 전체 비트코인의 절반을 갖고 있다고 1월12일 보도했다. 시티그룹 통화분석가 스티븐 잉글랜더 조사에 따르면 상위 0.1%가 비트코인의 50%를 갖고 있으며, 상위 1%는 80%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출처: “상위 1%가 전체 비트코인 80% 보유” - 블로터닷넷. 안상욱
이렇게 주목받고 성장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들여다 보면 마냥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과, 낮은 수수료의 가치를 선구적으로 알아본 집단은 다름아닌 마약거래와 음성적인 거래 수요층이었습니다.
2011년 초 '실크로드'(Silk Road)라 불리는 사태가 알려지면서 비트코인이 일반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실크로드는 토르(tor)라는 아이피 우회 VPN 프로그램을 경유해야 접속이 가능하고, 비트코인을 통해 음성적이고 비공식적인 마약류를 유통하는 사이트였습니다. 실크로드를 통해 거래된 금액은 연간 1천500만∼4천500만 달러(160억∼4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었고, 2013년 FBI가 사이트를 폐쇄할 당시 36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도 압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2014.1.26 비트코인재단 부회장인 찰리 쉬렘(24)이 '실크로드' 암시장 이용자들에게 비트코인 100만 달러어치 이상을 제공하여 자금세탁에 공모한 혐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찰리 쉬렘은 페이스북 최대 주주중 하나인 잉클보스 형제로부터 150만 달러를 비트인스턴트에 투자받는 등 비트코인 업계의 초대 기린아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국가의 탄압인지 비트코인과 마약업계의 교묘한 동맹인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3년 조세 도피처의 하나였던 키프로스에서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은행예금에 과세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크프로스에 예금했던 러시아 재벌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었습다. 이 때문에 자금 은익을 위한 더욱 안전한 조세 도피처를 찾게 되었고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마운틴 곡스(MT. Gox)등의 거래소에서 달러와 같은 현금으로 거래가 가능했고, 2010년 최초 거래 시 1 BTC 당 0.3센트였지만 키프로스 금융 위기 때는 266 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출처: '부채전쟁' P288 - 홍석만, 송명관 지음. 나름 출판사)
실크로드 사태는 전체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내외로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실크로드 사태는 단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기여했지만, 최근 비트코인 열풍에 기여한 바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년(2013년)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를 보시면, 키프로스 위기가 발생했던 4월을 기점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작년 비트코인 열풍의 시발점은 누가 뭐라해도 러시아 마피아의 자금 세탁이었습니다. 이 즈음부터 비트코인은 확실히 아프리카나 동유럽 화폐들보다 더욱 안정적인 화폐로 시장에서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즉 실제 세계의 화폐에 대한 일종의 대체재로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쯤 되자 실리콘벨리에서 비트코인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말 기준 연 5,000만 달러 이상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중 절반이 위에서 소개드린 코인베이스(Coinbase)라는 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비트코인 판매와 거래, 비트코인 지갑처리와 지불을 처리하는 비트코인 은행을 꿈꾸는 전문업체입니다. 그 외에도 온라인 소매 업체들의 비트코인 지급을 지원하는 비트페이(BitPay), 자체 지급 승인 툴과 거래소를 제공하는 서클(Circle), 비트코인 거래 시장 잇비트(itBit), 그리고 중국 최대의 환전업체로 중국 정부의 규제 이후 예금 모금이 금지된 BTC 차이나(BTC China) 등이 있습니다. 실리콘벨리의 투자는 비트코인 기술발전에 대한 투자라기 보다는, 국가화폐와의 교환 즉 현물화폐와 비트코인의 거래시장에 투자한 것입니다. 실리콘벨리가 투자한 회사들 중 가장 주목할만한 업체는 BTC 차이나입니다. 중국 투기자본이 비트코인의 교환시장에 뛰어들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것입니다. 중국의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넘쳐나는 자금력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하고, 중국 최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타오바오(Taobao)의 운영사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허용하면서, 작년(2013) 말 비트코인은 중국 주도 투기자본의 먹이감이 되었습니다.
2013년 4월 키프로스 위기로 비트코인의 대안화폐로서 주목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비트코인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과도한 변동성 및 투기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나라의 화폐가치에 따라 변동이 심하고, 대량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한 것입니다. 이는 현 화폐시스템 하에서 금과 같은 현물화폐가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취약점입니다.
위 표를 보시면 2013년 11월말 비트코인당 12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당시 중국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 BTC China가 기존의 세계 최대 거래사이트 Mt.Gox와 Bitstamp를 제치고, 거래량 1위로 부상하였으며, 11월 중 일일거래량 최고기록은 9만 BTC, 일일 최고 거래액이 2억 위안을 넘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2013.12.4 월스트리저널은 2013년 11월중 매일 평균 64,000 BTC가 BTC China를 통해 거래되었으며 중국에서 거래되는 비중이 전세계 시장의 32.5%를 차지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 부자들이 단기 투기 이익을 위해 비트코인에 미친듯이 뛰어든 것입니다. 이에 중국 중부는 2013년 12월 5일 중국 인민은행 등에 대해서 비트코인 단속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연이어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차이나텔레콤이 비트코인 결제를 금지하면서, 전세계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 사이에 600달러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가. 교환가치로서의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교환가치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화폐입니다. 교환 가치(medium of exchange) 측면에서 볼 때 비트코인은 매우 훌륭합니다. 작년 말 급변동을 겪으면서 비트코인을 투기나 투자 목적으로 하기에는 물음표가 생겼지만, 비국가 전자화폐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인 관세라든가 수수료 부분에서 유리함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점점 저변확대와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활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종의 대중화 프로모션 성격이 강합니다.
작년 5월 포브스가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비트코인으로 1주일 생활하기’ 체험을 싣었습니다. 포브스 기자는 비트코인을 받는 초밥 집과 컵 케이크 매장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한 미국 최대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인 푸들러도 활용하며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출처: 순수 화폐의 꿈, 비트코인! 통화량 자동 조절… P2P 모델로 수수료 ‘0’ - 한국경제매거진
위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프를 보면 12월 18일 한때 55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014년 1월에는 급격히 회복한 모양새를 보입니다. 이는 소셜게임 업체 '징가'가 비트코인을 결제받기 시작한다고 발표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비트코인은 게임이나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한 개의 아이템을 구매할 경우 기존의 카드시스템이나 핸드폰 결제시스템은 가격에 비하여 수수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게임 아이템 구매용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전자화폐입니다. 이미 많은 게임머니들이 존재하지만 이 가상화폐들은 국가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정식 거래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광범위한 지하경제를 양산하고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이미 거래소가 활성화되어 있어 게임업계에서는 매력적인 전자화폐가 될 전망입니다.
그외에도 SMS(문자메세지)과 결합한 절묘한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37코인스(coins)가 주인공입니다. 37코인스는 휴대폰만 있으면 SMS를 통해 비트코인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아래는 이 사이트 개발자 이송이씨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송이씨는 월드비전 온라인 마케터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아프리카, 남미 등을 방문하는 일이 잦았다. 개발도상국을 여행하면서 현지 사람들의 금융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됐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현지 주민들은 웨스트유니온이나 머니그램 등 현금 송금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은 많게는 10%~30%까지 수수료 내야했다. 어떻게 해서든 외국에 있는 식구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현지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추가부담을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수수료가 아까운 이들은 고향에 가는 동료에게 송금을 맡겼다.
"37코인스는 기부서비스는 아니에요. 이를 테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유럽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식구들에게 돈을 보내 줄 수 있는 그런 걸 기대하고 있어요."
37코인스는 아직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우선은 해외 송금이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 등 타지에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고가 스마트폰 없이도 쉽고 빠르게 송금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에 우선 초점을 맞췄다.
출처: 비트코인에 문자메세지를 붙였더니.. - 손경호 기자 ZdNet Korea
이런 식으로 비트코인은 당분간 기존의 화폐와 공존하면서 비율적인 지불시스템의 대체자로 동작할 것으로 보입니다.예를 들면
우선 외환 거래에 비트코인이 사용될 것이다. 국가간의 지불시스템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해외에서 물건을 사거나 해외로 송금할때 우리는 비싼 수수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경우 매우 적은 수수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물건을 사거나 송금할 것이다. 물론 받은 사람은 비트코인을 자국 화폐로 바꾸어 사용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로는 아르헨티나와 같이 자국의 정치, 경제적인 시스템이 불안하여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거나 은행/신용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케냐와 같은 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은 매우 적절한 결제시스템이다.
세번째로는 컨텐츠의 구매나 기부 등과 같이 매우 적은 금액의 거래에 사용될 것이다.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는 수수료 체계때문에 소위 소규모 결제(micropayment)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는 아주 적은 금액의 거래를 매우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itcoin Mining in Plain English의 저자는 자신의 포스트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팁을 줄 수 있도록 하였다.
출처: 비트코인은 버블인가, 파괴적 혁신인가? (Bitcoin as Disruptive Innovation) - Organic Media Lab 노상규
세번째 같은 경우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최근에 비트코인을 받는 크라우딩펀딩 서비스 '배커'가 등장했습니다. 앱닷넷이 만든 배커가 기존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와 구별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투자자가 신용카드나 비트코인으로 투자금을 댈 수 있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는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는 점 입니다.
나. 축적 가치(stock of value)로서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시스템 내부에서의 교환가치로는 매우 훌륭하지만, 교환소 등을 통해 국가화폐와 교환되는 순간 문제를 일으킵니다. 비트코인은 애초에 은행같은 화폐량 통제장치를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화폐입니다. 그러다보니 작년(2013년) 말처럼 투기자본에 공격받았을 때 스스로를 방어할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달러와의 교환 가격이 높아지면 거래소에 비트코인 공급을 늘려 가격을 조정하는 등, 실물화폐 거래시장에서의 방어 장치가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금본위제와 같이 희소성에 기초한 비트코인 내재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발행된 비트코인의 70% 가량은 전혀 유통되고 있지 않고, 외부 충격에 대한 가격 변동(fluctuation)도 등을 봤을 때, 현재 비트코인은 현물경제에서 화폐 및 유가증권보다는 금, 은 등과 같은 실물자산의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자기네트워크 안에서의 거래를 벗어나 국가화폐와 마주하는 순간, 현물화폐의 숙명을 맞이한 것입니다.
어차피 비트코인이 현재 화폐체계와 완전 고립되어서 운영될 수 없다면, 작년처럼 금융위기 등의 외부 조건에 의해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이런 문제에 대한 보안 모델이 나오지 않으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거나 마약이나 돈세탁과 같은 지하경제에 말려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미 국가 기구의 개입과 마녀사냥 빌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 화폐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목표로 만들어졌으나, 미국 실리콘밸리나 월가의 꽃놀이패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대안화폐로서 가치를 아직 높게 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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