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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위가 한창인 와중에도 MB 정부의 관료들은 쉬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미친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저작권법' 개정안입니다. 지난 7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건 뭐 조폭이 따로 없습니다. 불법복제 단속을 명분으로 인터넷 콘텐츠와 이용자와 사이트에 대해 정부가 자의적으로 칼을 휘두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하나하나 들여다보겠습니다.
우선 이번 개정안은 반복적으로 불법 복제물을 전송한 이용자 계정의 해지를 명령할 권한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해당 복제, 전송자의 다른 계정의 해지도 포함하고 있어 해당 이용자를 그 공간 내에서 아예 추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용자 계정은 이용자가 정보에 접근하고, 글을 쓰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필수적 관문입니다. 그래서 계정을 해지하는 것은 이용자의 접근권, 표현의 자유,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가 됩니다. 저작권 위반이 개인의 기본권을 박탈할 정도의 파렴치한 범죄인가요? 좀도둑질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특정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주차위반 몇 번 했다고 면허를 취소하지는 않습니다. 불법복제를 한 사람에 대한 처벌 수단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이미 민사, 형사적 조치를 할 수도 있고, 이를 무기로 권리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불법복제를 한 사람들에 대해 수십만원씩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자살하는 청소년까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법개정은 악의없이 저작권 위반을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불법복제물의 삭제 또는 중단 명령이 3회 이상 내려진 게시판에 대해서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폐지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저작물의 불법적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게시판에만 불법복제물이 올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이라면 언제든지 불법복제물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법복제물이 몇 번 올라와서 삭제 명령이 내려졌다고, 이 게시판을 불법복제물의 온상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동호회에는 영화 애호가들이 영화 클립이나 스틸 이미지들을 릴 수 있고, 이 중 저작권 위반 게시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 동호회 게시판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온당한 것일까요? 해당 게시판에서 소통하고 있던 이용자들이 입을 피해는 무시되어도 좋은 것인가요? 이는 명백한 과잉 규제입니다.
더 나아갑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정보통신망에 대한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도 있게됩니다.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겠다는 것이지요. 대상 사이트는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 등 필요한 조치'(104조) 취하지 않아 3회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이트, 불법복제물의 삭제명령이나 이용자 계정 해지 명령, 사이트 폐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3회 이상 받은 사이트들입니다. 이 중 해당 서비스의 형태, 전송되는 복제물 등의 양이나 성격 등에 비추어 해당 서비스가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차단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사이트 일부에서 저작권 침해가 있었다고 하여,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겠다는 것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정책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묻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수많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이 권리자단체에 의한 민형사상 소송을 겪고 있고, 이를 통해 손해배상을 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특정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하게 됩니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느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모니터링하고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특히 위 104조 조항에 의해 P2P나 웹하드 업체들은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 즉 필터링 기술을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이러한 법제도적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편리하고 빠르게' 해당 서비스를 통제해보겠다는 것이지요. 법적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 여부는 판단이 애매한 경우도 많고, 해당 서비스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 사업자가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등에 대한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는 저작권 권리자의 주장 뿐만이 아니라, 이용자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주장도 균형있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만일 행정부가 이러한 판단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도대체 법원이 왜 필요합니까?
정부는 '저작권 침해를 주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사이트'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이 저작권 침해를 주목적으로 하는 사이트인가요? 지난 7월 17일, 개정안과 관련된 토론회에서 권리자측 한 토론자는 '법원의 서비스 폐쇄 결정에도 소리바다 운영진 측은 소리바다6 까지 서비스 명을 바꿔가며 사실상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리바다와 같은 서비스도 악의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목적으로 하는 사이트'로 보고 있습니다. 초기에 (지금은 소리바다 서비스가 필터링 기술 채택을 통해 불법복제 음악파일의 전송을 거의 차단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소리바다 서비스를 통해 음악파일의 무단 전송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과연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의 가치가 그렇게 폄하될 수 있을까요? 과연 소리바다와 같은 P2P 서비스가 일찌기 폐쇄되는게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Computer and Communications Industry Association(CCIA)에서는 조사 보고서를 통해 저작권을 강화하고 DRM 등을 사용하여 저작물의 공정이요을 제한하는 현재의 경향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으며, 공정이용을 보장하여 저작권을 제한하는 것이 미국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창의적인 인터넷 서비스들이 개발이 될텐데, 권리자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 모델만이 허용이 된다면 과연 다양하고 창의적인 서비스가 촉진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그 구조가 인터넷 내용 심의구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인터넷 상의 표현물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용 심의와 시정 요구(권고)를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개정안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심의를 하고, 불법복제물의 삭제, 이용자 계정의 해지, 게시판의 폐지, 사이트 폐쇄 등의 시정권고를 할 수 있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많은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중립적이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자신의 영역도 아닌 소비자 운동에 대해 불법 판정을 내리고 관련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구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에 대해 위헌소송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저작권 위반에 대한 사법적 권한을 부여하여 이용자의 기본권과 사업자의 사업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위헌적입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이 한국저작권위원회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통합될 현 저작권위원회는 지금까지 '권리와 이용의 균형'이라는 저작권의 근본 원칙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권리자 편향적인 정책'들을 지금까지 수행해왔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법은 '권리와 이용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누구나 얘기합니다. 권리를 무조건 강화한다고 하여 (저작권법의 근본 목적인) 문화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과 문화의 원활한 유통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 영역(퍼블릭 도메인이라고 부르는)의 확대는 문화 발전의 필수 조건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그러한 저작권법의 근본 원리는 공문구에 불과합니다. 현행 저작권 체제도 미국 등 문화강국의 일방적 이익을 위해 강제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오바가 아닙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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