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넷, 영화를 훔치다.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09/08/15 11:29
  • 수정일
    2009/08/15 11:29
  • 글쓴이
    진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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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밤손님이 등장하였다. 이 새로운 밤손님은 공개적으로 훔치지만 누구도 도둑맞진 않는데, 왜냐하면 그가 ‘공통의 것’을 훔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영화를 훔쳐라Ⅱ>라는 영화를 훔쳤다. 아니, 영화 제목이 “이 영화를 훔쳐라”인데 훔친 게 맞냐고? 영화 제목이야 어쨌든, 이 영화는 엄연히 ‘Copyright ⓒ’ 달고 있는 ‘소유된’ 영화이다. 진보넷이 훔친 영화는 8/18(화) 늦은 8시 인디스페이스에서 공개적으로 상영, 복사, 재 배포될 예정이다. ‘도둑질’을 성립시키기 위해서 저작권자의 어떠한 허락도 받지 않았다. 브라보!

 

이 영화는 저작권에 대한 영화이다. 저작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역사에서부터 오늘날 우리가 처하고 있는 문화적 재생산의 환경까지를 아우르는! 역사에는 하나의 반복이 등장한다. 저작권을 쥐고 있는 세력과 새로운 미디어의 갈등: ‘악보소유자’들은 축음기-레코딩 산업과 싸웠고, 음반 산업은 다시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회사와 싸운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저작권 세력은 파일공유 기술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다. 영화는 말한다 : “그들은 인터넷 자체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메롱!”

 

   
  ▲ 거인 수컷 토끼의 한 장면  
 

<이 영화를 훔쳐라Ⅱ> 많은 사람의 공동 작업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우선 제작비 : 제작비 전 세계의 자발적 후원자들은 조금씩 모금한 돈으로 채워졌다. 영화의 내용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협력 속에서 만들어진다. 정해진 시나리오는 없다. 시나리오를 함께 써내려갈 수 있는 위키페이지가 있을 뿐이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뷰들 자체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촬영한 것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잘 보면, 이 영화의 로케(!)가 전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영화와 함께 영화에 사용되었던 영상소스들도 함께 공개되었는데, 이것들을 가지고 우리들은 원하는 대로 영상을 재배치, 편집, 추가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진보넷은 이 영화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2편도 함께 ‘훔쳐서’ 소개할 예정인데, <코끼리의 꿈>과 <거인 수컷 토끼>가 그들이다. 이 둘은 짧은 애니메이션인데, 유명한 자유소프트웨어인 블렌더(blender)라는 3D 애니메이션 제작 도구를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블렌더는 원래 상업용 소프트웨어였는데 회사가 망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모금을 하여 블렌더 재단을 만들었고, 그 이 후 자유소프트웨어로 재탄생하여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와, 커뮤니티의 힘이여! 위의 두 편에 사용된 영상소스들 역시 모두 공개되어 있으니,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블렌더와 영상소스들을 이용해서 누구나 손쉽게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들이 ‘공동생산─공동사용’되고 있다는 것! 이 영화들은 자본주의가 창조해 온 ‘개인생산─독점상품’의 방식에 대항하여 커뮤니티가 함께 기획하고, 함께 생산하고, 함께 나누는 새로운 방식의 영화만들기(나누기)를 수행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가하는 이 힘찬 똥침에 더하여 <이 영화를 훔쳐라Ⅱ>는 ‘Copyright ⓒ’를 선언함으로써, “나는 소유한다. 오직 도둑맞기 위해서”라는 철학적 비웃음까지 날려주고 계시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함께 할 말이 더 많아질 텐데, 그래서 화요일 밤 인디스페이스를 놓치지 마시라! 독립영화인들과 다운로드 해적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작당모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와 영화제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진보넷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정보를 미리 누설하자면, ‘해적 영화제’인만큼 공CD를 가져오면 좋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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