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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3

 

나는 오만해지기 쉬운 인간이다.

아니,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들이 진리처럼 떠받들어지는데는 이유가 있다.(물론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지만)

 

남 눈의 티끌은 보여도, 내 눈에 대들보는 안보인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었다.

 

지난 시간을 후회해봐야 무엇하리.

만회하려면 이제 그저 열심히, 폭을 넓히고 진심을 다 해서 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게 타인을 탓하고 다니면 역시 제일 안 좋은건 스스로라는걸 잘 알게 됐다.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알고 있었던걸까?

아니었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왜 꼭 멍청하게 겪어봐야만 아는 것일까. 쯧.

 

불로그에 끼적이기 저어했던 것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기 꺼렸던 것도,

모두 다 그게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탓을 해봐야 별로 좋을게 없다.

 

어쩌면 지난 1~2년의 시간이 스스로에게 독이 된 것 같다고 느낀건,

계속 남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건 이래서 망했고, 저건 저래서 망했고, 이건 누구 때문에 힘들고, 저건 누구 때문에 힘들고.

알고있다.

그렇게 자꾸 망했다고 생각하는 건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숙했기 때문에, 부족했기 때문에, 방법을 몰라서 방황한 것도 한켠에 존재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방황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 그 중요했던 시간들은 허망한 것으로 색이 바래기 마련이다.

방황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겠지만.

나는 방황없이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고 싶었나보다.

 

나는 아무것도 안하지는 않았다.

나는 무언가를 했다.

그런데 무엇을 했는지 명확히 보지 못했을 뿐이다.

망한건 사건 자체나 상황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이다.

마음이 황량해졌을 따름이다.

이론이 필요한걸까? 치유가 필요한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비난과 끙끙거림을 오가는 사이에 오만은 지구를 한바퀴쯤 돌만큼 커졌다.

어디서 이런 못된 버릇을 배웠을까.

어른이 되는 과정인가봐 하고 핑계를 댄 것도 한몫했다.

뭐, 어른이라기 보다 꼰대가 되는 과정인가부다 했던거긴 하지만.

그렇지만 꼰대는 되지 말아야 된다. 경계하고 살아야지.

왜 당연히 그게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_-;;;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보아야 한다.

우습지만 긍정의 힘을 믿는 수 밖에 없다. 부정의 힘이 나를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알았으므로.

다른 곳으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인생이 계속 재미없다고 느낀건 스스로가 날린 비난의 화살이 스스로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어깨에 힘을 빡 주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탓은 하다보면 거짓말처럼 계속 불어나서 어느순간 자기가 제어하지 못할만큼 커져있었다.

못난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남 탓을 키우고, 키우고 하다보니

다른 사람은 악마가 되어있었고 나는 악마를 키우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싸우는 아이들을 혼낼 때 공부방 선생님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혼자만 잘못해서 싸우는 법은 없다고 했지!"

"XX이 잘못한 거 말고, 니가 잘못한걸 묻고 있는거야, 니가 잘못한건 뭐인거 같니?"

 

 

 

 

난 참 쉬운 방법을 택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난관에 부딫혔을 때 스스로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이런 저런 고민을 벌써 했을법한 사람에게 달려가 조언을 구한다.

물론 그런거야, 어떤 순간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조언을 들은 것을 마치 자신의 경험인양 착각하면 큰일이다.

 

제작년과 작년의 공허하고 바랜, 새카매진 마음도 어떤 과정을 지나고 어느 순간이 되면

성장통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겠지.

과거와 과정을 독으로 만들지, 약으로 만드는지는

스스로가 그 무게를 무엇으로 어떻게 지고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독이 되는 것은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본질을 피하는 것이다.

 

어떤 폭력의 순간 이외에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스스로가 깨림찍해 지는 순간은 그런 것일게다.

 

아.. 하지만 아직도 방황의 나날은 멀고도 먼 것 같다.

더 많이 부딪히고 깨지겠지. 적어도 서른까지는 사춘기에 머물고 있지 않을까.

아니, 서른이 넘어서도 그럴지도...;;;

잘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좁은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것,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걸 계속 해야겠지.

오만함과 거들먹거림과 아는척과 남탓은 적당히 해야겠다.

아예 안하는건 못하겠지-_-;;;; 이기적인건 내 본성 중 하나인 것 같다-_-a..

그것이 스스로를 가두는 것인지 아닌지를 빨리 파악하고 판단해야겠지.

쩝.

 

 

작년에 사이비 같던 사주쟁이의 말이 생각난다.

2009년이고, 2010년이고 내 상태가 굉장히 썩어있는 사주라고. 굉장히 나쁜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하는 건 주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산적인 대화를 생산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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