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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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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 의심이 생겼는데,

저 오늘의 방문객 수는 믿어도 되는걸까...?

쓰지도 않는 불로그를 대체 누가, 왜, 어떻게 17명이나 들어올 수가 있는거지...?;

허허허...

어쨋든 묘한 공간이다. 

한창 블로그가 잘 나가던 때,

오프라인에서 알던 사람들이 쓰는걸 따라서 쓰다가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들로 이어진,

뭔가 하나의 원을 그리며 완성되었던 것 같은 느낌의.

 

페이스북처럼 누가 봤는지,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덧글을 남겨야만 알 수 있고.

뉴스피드가 빨리빨리 올라가지 않고, 

고정된 페이지에 머물러 있으니 감정의 잔상이 남는다.

빨리 소모되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리고 누군가가 보았으면 좋겠지만 또 그렇지는 않았으면 좋겠는,

그야말로 '블로그'다.

휴대폰으로 쓸 때 에라가 좀 안나면 참 좋겠지만,

사실 진득하게 생각을 풀어나가려면 앉아서 쓰는 것이 좋겠지.

휴대폰 타자 답답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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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고 답답할 때에 블로그를 찾는 것 같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뱉고 싶을 때에도, 

그리고 예전에 반짝거리던 나를 찾고 싶을 때에도.

확실히 그런 이야기들은 블로그가 찾기 쉬워. 

나에 대한 기록은 블로그에 하는게 맞지 않을까.

왜 자꾸 불로그 찬미가 되지...??

 

아무튼.

연말이고 분위기에 휩쓸리는건지 어쩐지.

아직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예전 글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

예전에 썼던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 그래 옛날에 참 괜찮았었지 하고 자기 위한을 하면 되는건가?

나아진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후퇴했군! 하면서 반성을 해야되나.

약간 갈팡질팡.

예나 지금이나 자아찾기는 여전히 어렵고 잘 안보여서,

어쩌면 자아찾기는 평생 하고 죽기 직전에나 스치듯 알 수 있거나 죽어도 모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태도는 좀 달라진 것 같긴 하다.

전에는 자기 자신의 실체를 찾기 위해 안달을 했었다라면, 지금은 그렇게 매달리지는 않고,

심지어 정말 가끔만 생각한다.

난 늘 항상 내가 나 자신을 찾는데 언제나 최선을 다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어쨌든 예전에는 자아찾기를 할 때, 뿌연 안개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고, 커다란 바위를 향해서 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 바위에는 분명히 뭐라고 중요한 말이 쓰여있을테고,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도 글귀를 보는 것이 자아찾기의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끼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돌이,

아주 깊은 바닷속 심연에 잠겨있는 것 같아.

너무 숨이 막히고, 괴로운데, 드넓어서 찾을 수 조차 없다. 왠지 포기하게 되는.

바닷속 풍경이 아름다울 수는 있겠네. 자아찾기 따위 그만두고 수영이나 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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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터지고 저런 것도 터지고 세상은 너무 시끄러운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공부나 고민을 꾸준히 하지도 않아서 특별히 할 말이 없기도 하고,

뭔가 주장하기에는 아는게 너무 없기도 하고. 

정리가 안된다는 말 보다는 정말로 아는게 없다는 것이 맞을 듯.

진짜 신문기사 한줄을 안보는구나. 원래 신문 잘 안보지만 더 심한듯.

 

대신 그렇다.

페북 중독자처럼 계속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것들을 챙겨본다.

좋아요도 꼭꼭 누르고, 너무 계속 붙들고 있어서 새로운 뉴스피드도 없는데 계속 계속.

사람들이 있다.

집회하고 있는 사람들, 한겨울 길바닥에서 비닐한장 덮고 자는 사람들, 경찰에 두둘겨 맞는 사람들, 고통에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 어버이연합집회에 방해 받는 사람들... 등등. 하여튼 괴로운 일들이 사방천지에 널리고 널렸다. 오늘은 뭔가 재미있는 논쟁도 구경.

하여튼,

이러저러한 것들을 쳐다보면서,

심신이 지친다.

지겨워.

'사람인 까닭에' 앞머리에 그런 구절이 있다.

인간은 고통스럽고싶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알고 싶지 않은, 그래서 옆자리를 놔두고 먼 자리로 돌아 들어가서 앉고 싶어하는 자기를 본다고.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맥락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말 박수를 치며 맞장구를 쳤다. 타인의 고통이 전이되는 것도 괴롭고, 가식떠는 내 위선도 짜증나고, 겹겹히 쌓이는 감정들. 감정들.

고통을 견디는 일은 결국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볼 때에야 가능해진다. 

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한복판에 있을 때는 힘들지 않다.(는건 거짓말이지만) 옆에 항상 누군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의 혼란과 괴로움은 아마도 한발 떨어져서 비참을 보고 있기 때문일거다. 다른 종류의 힘듦이겠지. 전자가 삶을 지속하고 밀고나갈 수 있는 고통이었다면, 후자는 감정을 절망으로 밀어내는 고통인 듯.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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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멍청이가 되어간다. 아니, 이미 되었다. 그리고 심해지고 있네.

처음에 점프해서 뛰어드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차라리 좀 편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 숨도 쉬고, 방향을 맞춰서 나아가기도 해야하고, 풍광을 잊지 않으면서, 그러니까 너무 여러가지 것을 동시에 하면서 살아가야한다. 그래서 지친다. 다들 어떻게 사나몰라.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꿈은 참, 개뿔.

깨지는 것에 붙인 이름이 욕망의 최정점이라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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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바보 증명의 최고는 그거인듯.

'좋아서 시작한 일' 이 '일'이 된 것. 

배경은 없고 업무만 남아버린 것.

이러니까 바보멍청이가 되어간다. 

돌고 도는구만.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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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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