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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4

1. 일상 단상

따뜻하게 입고 나간다고 갔는데도, 해가 질 무렵부터 바람이 불더니 쌀쌀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평택은 항상 추운 느낌이다. 여러 의미로 바람 많은 도시. 하...

덕분에 몸에는 한기가 들었고, 집으로 오는 길에 왠지 헛헛해서 먹은 핫바는 얹혔고,

체기가 가라앉자 갑자기 미친듯이 배가 고팠다.

나는 알아, 이건 정신적 배고픔이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먹어야겠다 싶어서 냉장고를 뒤적이다

언니네 텃밭에서 온 콜라비를 보고, 샐러드를 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러쿵저러쿵 하다보니 정작 콜라비는 뜯어보지도 않고 상추 샐러드가 되었다.

게다가 참깨 드레싱을 뿌린다는 것이 머스타드를 뿌려버림. 아놔...

근데 콜라비는 대체 어떻게 먹어야 하는걸까-_-;; 까는 것 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 좀 막막하다.

 

2. 작업단상

집에오는 버스에서 경험이 쌓이는 것은 무서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렛 박스 이야기가 생각났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튼 그런식으로 박스에서 기억을 하나씩 꺼내는 것 같은 느낌으로 구성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사실 이 경험들을 섞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 건데 그렇게 따로 두면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그렇지만 각각 다른 시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있었던 일이므로 각자의 특성과 의미는 살리되 하나의 박스 안에 담겨있다는 것을 좀 더 강조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혹은 그런 장치를 깔아서? 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근데 포레스트 검프가 내가 떠올리고 있는 그 얘기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다시 포레스트검프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는 길에 결국 편의점에서 맥주를 삼. ㅎㅎ)

 

3. 이어지지만 분리되는 단상.

스스로는 A와 연대가 원활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죄책감도 생기고 아예 반대로 끊고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마음이 복잡하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를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생각하려고 했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고, 항상 어영부영 생각을 꿀떡 넘겨버렸던 것 같다. A와 관계에 무슨 이상한 피해의식도 있는 것 같고...-_-;;

ㅁ이나 ㅈ은, A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열린 공간이었고, 실험의 공간이었다고 말했지만,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공간이었던 것 같다. 잘하지만 뽐내지 않는 사람들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잘하는게 없는 내가,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뚜렷하지 않은 내가 참 초라해보였기 때문이다. 다들 훌륭한 일을 알아서 척척 해냈기 때문에 '고양이 손이지만 나라도...','별로 할 줄 아는건 없지만 이렇게라도...' 라는 생각이 안들었기 때문에 적극성을 잃었는데, 바로 그 때문에 스스로가 초라하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자존감이 너무 떨어졌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넘어야 할 산이었음에도 멍청하게 뒷걸음질 친 것이기도 했는데,

소위 주로 '큰 판' 이라는데서 내 나름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왔던 나는, 언제나 세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개인이었기 때문에 '대책위' 라던가 '운영위' 같은 운영회의에 들어간 적이 없었고, 대부분 '~캤더라' 정도로 정보를 알고 있었지,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판이 워낙 크기도 했고, 아무 세력이 없기도 했고, 어려서 그러기도 했고.

근데 A는 막 무슨 단체들이 줄줄이 들어와 있는 범대위 같은 큰 판도 아니고, 아무 세력이 없는 개인들도 많고(혹은 아무 세력이 없는 개인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나도 이제 더이상 그렇게 어리지는 않다. 그러니 사실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더라도 '회의에 오라'고 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었고, 만일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했다면 꾸준히 이 투쟁으로 무엇을 기획하고,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흘러가게 하려는지, 그리고 수행자들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지켜보는 것 뿐 아니라 의견을 내며 관여하는 것 까지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걸 꼭 해야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참 여전히 아리송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진행과정을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회의라는 것이 전부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진짜만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만. 어쨋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라는 수사이다. 

한편으로는 핵심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시도이자,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혹은 '주체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스스로 수동적인 인간이라고 늘 생각하는데, 결정적 순간의 결정은 내가 할 수 밖에 없지만, 항상 누군가 제안하고, 끌어주는 곳에 발붙였던 것 같고, 그런 일들을 해왔던 것 같다. 스스로 기획해서 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없다고 생각이 들면서 난 참 비주체적이고 수동적인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좀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런거기도 하지만) 어쨌든 주체적으로 살아야하는 것 아닌가???? 나는 왜 이런것마저 부족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_-;; 회의에 가서 지켜본다고 해서 꼭 주체적 인간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_-;; 아무튼 이 산을 넘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되는? 뭐든 하여간 조금이라도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삼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음.. 이렇게 쓰니 뭔가 또 더 많은 설명과 다른 첨부들이 필요한데, 꼭 운영회의에 들어가야먄 주체적으로 사는거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정확한 표현이 안나와서 참 거시기 한데...

아무튼 투쟁의 진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정도가 되겠다. 그동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곳들도 있었는데, 다만 쩌리였기 때문에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했었다. 대세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기획을 함께 해보자, 이런 식이려나. 근데 마음가짐은 몸에 좋은 쓴 약을 먹는 듯한 것이라, 눈을 질끈 감고, '으으, 이걸 버텨야해!!' 라는 식이라 막 확 내키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것을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의 준비는 잘 안돼있는 상태다. 고민됨. 그리고 사실, 이게 정말 몸에 좋은 약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쓴걸 참고 먹었는데 너덜너덜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 

그렇지만........... 항상 생각하는거지만, 핵심으로 지나갈 때, 태풍의 눈 속에 있을 때는 오히려 고요하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 휩쓸렸을 때다. 혹은,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다하더라도 지나고 나면 배우는 것, 남는 것이 있을 거라는 것. 

나는 '후회' 같은건 잘 안하는 사람이고, 보통 과거의 경험을 미화하거나 그래도 이건 좋았어 정도로 대충 좋게좋게 정리하는 편인데, 한가지 크게 후회하는 것이 생기고 그런 경험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생기니, 여러가지로 두려움이 생긴다. 그 전에는 저런 마음(지나고 나면 괜찮아져, 다 배울 점이 있는거지)가짐 쯤으로 대강 뛰어들었던 것도 좀 있었던 것 같은데, 후회라는 것을 하고나니 몸을 사리게 되는 것 같다. 

경험하지 않아도 좋았을 경험이라고 새겨지는 것은 참. 참 끈질기구나.

후아.

어쨌든.

잡설이 길어졌다.

포레스트검프 봐야되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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