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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5월의 노래 | |||||||
[이은진의 노래이야기⑧]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정태춘 <5.18> | |||||||
5월입니다. 올해로 80년 광주항쟁이 30주기가 되었습니다. 2000년 광주항쟁이 민주화 투쟁으로 인정되면서 국가기념일이 되었지요. 이제는 누구나 광주항쟁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재작년인가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제작되어 많은 이들이 광주항쟁의 실체와 아픔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된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공공연하게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대학생들의 대부분이 그러했겠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었지요. 이런, 세상에! 내가 사는 이 나라에서 불과 4년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일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사건에 대해 기록된 글을 읽는 것도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몇 장 안되는 사진의 처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노래써클이 공개되어 있는 써클이다 보니 많은 학우들이 입단을 했고, 나의 동기는 100여명이나 되었지만 써클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단원들은 10여명에 불과했습니다. 몇몇은 이렇게 세미나를 하면서 광주항쟁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들은 정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적개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지요.
멈춰진 노래
대본을 짜고, 노래선곡을 하고, 배역을 정하고, 독창자들을 정하고 부분장면을 연습하면서 공연 연습을 했습니다. 독창자들은 의식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오디션 같이 노래를 불러보게 하고 맞는 목소리와 분위기, 가창력을 중심으로 배치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습니다. 물론 이런 기준에 대해 선배들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그래도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또 총연출의 권한으로 배역과 독창자들이 선정되었습니다.
그런데 학살장면과 비명소리가 나오자 노래를 부르던 친구는 그만 충격에 노래를 멈추어 버렸습니다.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공연 이 끝날 무렵 선배언니는 선동을 하고는 합창을 하다말고 실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공연 하나 올리는 것, 노래 한곡 부르는 것조차도 힘들고 버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 오월의 노래를 부른 여리고 고운 그 친구는 오래지 않아 써클을 떠났고, 남은 이들도 한국사회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뜨고는 두려움에 차츰차츰 멀어져 가기도 했습니다.
5.18,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광주에 관련된 노래를 선곡하면서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작동을 했는데요, 대부분 그렇듯, 저 역시도 거의 해마다 5.18 즈음 광주에 갔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 광주 신묘역을 참배한 후 5.18 행사를 참여하고는 그 이후로 광주에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광주에서 활동을 하고 계신 많은 분들은 광주항쟁의 진상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20년간 수도 없이 많은 희생과 댓가를 치르고, 또 처절하리만치 힘들게 활동을 해오신 것을 잘 알고, 또 그래서 그만큼도 너무나 벅찬 일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이후로는 5월 항쟁일에 정태춘 선배의 <5.18>을 들으며 혼자 눈물을 훔치곤 했습니다.
오늘은 그런 마음으로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광주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노래입니다. 이렇게 역사적 사건과 노래를 연결해서 부를 때는 노래에 심취해서 감동을 받는 것도 좋지만, 과연 그 역사가 지금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과연 광주의 억울한 영혼들은 위로받고, 이제 편안한 안식을 취하게 된 것인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우리에겐 어쩌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오월, 여전히 과제로 남은 오월이기 때문입니다.
(음원 : 정태춘 7집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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