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자바르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기 4)
- 찌니
- 2014
-
- 자바르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기 3)(1)
- 찌니
- 2014
-
- 자바르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기 2)
- 찌니
- 2014
-
- 자바르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기 1)
- 찌니
- 2014
-
- 일본땅에 울리는 노동가요~(5)
- 찌니
- 2011
이글은 부산민예총에서 발행하는 격월간지 [두달에 한 번 함께가는 예술인]의 요청으로
2013년 3월부터 4회에 걸쳐 연재한 글입니다.
자바르떼가 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좌충우돌 운영하고 있는지
고민을 담아 정리해봤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문화예술, 협동조합으로 길을 모색해 보다
2. 문화예술의 공공성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
3. 문화예술협동조합 해외사례
4. 협동조합 전환, 그 이후 - 풀어야 할 과제들
==================================================================
4. 협동조합 전환, 그 이 후 - 풀어야 할 과제들
1) 문화예술협동조합 현황
실로 붐은 붐인가 보다. 작년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고 10개월이 지났는데 그 사이 등록된 협동조합 수는 2,606개소이고, 이 중 일반 협동조합은 2,518개소, 사회적협동조합은 78개소, 일반협동조합연합회가 10개소가 설립되었다고 한다. 월 평균 300개 정도가 설립된 셈이고, 여전히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높으니 당분간 계속 이런 추세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된다. 2012년 문화관광연구원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인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인지도는 높으나 제도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전체 2,518개의 일반 협동조합 중 문화예술협동조합의 비중은 대략 370개소이고 이는 일반 협동조합의 14.2%로 꽤 높은 편이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이 초기엔 별로 없다가 5년이 지나면서 전체 인증 사회적기업 중 1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설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문화예술이 다른 분야에 비해 고정수입 확보가 어렵고 고용이 안되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부담감이나 행정적 어려움이나 적기 때문인 듯하다.
대략 조사해본 370개소의 문화예술협동조합의 사업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문화예술분야 일반 협동조합 현황>
사업 분야 / 업종 |
개소 |
사업 분야 / 업종 |
개소 |
문화, 문화예술 |
23 |
한지공예, 제조, 판매 |
7 |
교육, 문화, 문학컨텐츠 |
20 |
문예 아카데미 |
4 |
공연 |
28 |
댄스, 스포츠, 체육 |
48 |
공예 (생산,교육,판매) |
23 |
디자인 |
20 |
도예, 도자기, 흙놀이 |
15 |
패션 |
3 |
미술은행, 아트마켓 |
4 |
출판 |
11 |
만화 |
3 |
광고, 미디어, 영상, 인터넷 관련 |
45 |
목공, 수공예 |
4 |
극장운영, 시설운영, 공방 |
10 |
사진 |
6 |
공연기획, 제작, 이벤트 |
15 |
전통 문화 |
3 |
마을공동체 기반 문화예술 활동 |
12 |
음악교육/악기제작/밴드지원/공동구매 |
4 |
마술, 마임, 단청문화, 예술상담 |
4 |
문화예술교육, 체험 |
13 |
문화관광, 여행 |
38 |
천연염색 |
7 |
합 계 |
370 |
그리고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이 134개소로 일반 문화예술협동조합 중에서는 36.2%를 차지하고 있는데, 전체 협동조합 중 서울의 비중이 28.6%인 것에 비해 높다. 이 역시 문화예술 인프라나 공공사업, 인력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겠다. 조합 유형으로는 사업자 242(65%), 생산자 1, 다중이해 80(21%), 노동자 36(10%), 소비자 15(4%)로 전체 분포에 비해 다중이해, 노동자 쪽이 약간 높고, 사업자는 비슷한데 소비자 협동조합은 조금 낮다. 아마도 아직은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설립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일반협동조합에 비해 문화관광체육부 사회적협동조합은 5개소 밖에 인가되지 않았으며, 현재 5개소가 인가신청 중이라고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인가 사항이라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이겠지만, 문화예술의 공공성이나 문화기본권의 관점으로 접근을 하고자 하는 그간의 노력들에 비해 너무 시도조차 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렇게 많은 협동조합들이 설립되는 것을 보고 일각에서는 벌써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체 협동조합 중에서 정말로 조합원들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결성되고, 또 협동조합적 가치와 원리로 작동되는 곳은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점 휴업 상태인 협동조합도 있다고 하고, 기존 조직에 이름만 바꾼 협동조합도 많다고 한다. 물론 이제 막 설립된 곳들을 두고 어러니 저러니 추측을 하기 보다는 좀 더 두고 볼 일이긴 하다. 그리고 또 그러하다한들 어떠하겠는가, 자영업이나 벤쳐기업도 생겼다가 1 ~2년 만에 문을 닫거나 망하는 곳이 허다한데, 협동조합이라고 다르겠나 싶기도 하다. 문화예술 협동조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존 회원 조직이 이름만 바꾸거나, 일단 형식적으로만 만들어 놓은 곳도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사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어려운 생계문제와 불안정한 활동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여러가지 방안을 찾다가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면 당장은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운영을 잘 해서 지역과 다른 관계를 맺고 지속적인 활동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이 되기 위해서는 꼭 챙겨야 할 필수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결국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만큼이나 협동조합으로 함께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을 짚어보고, 또 설립 이 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자바르떼의 시행착오 경험을 토대로 풀어보고자 한다.
2)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고려해야 할 문제들
위에서 본 것처럼 다양하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주체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관심과 실제 시도들이 많은 것만은 확실하다. 전문예술인들이 활동 기반을 마련하려는 곳도 있고, 시민 기반 문화활동을 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예술인들이 반드시 생산자나 공급자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나 재료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조합원 유형은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른 구분이다. 자바르떼도 2007년부터 문화예술생산자협동조합을 목표로 하면서 생산자를 노동자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했는데, 제도상으로 노동자는 4대보험을 적용한 고용관계로, 생산자는 개별 사업을 하는 사업자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합원 유형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니 조합원 유형이나 영리, 비영리라는 틀에 갇힐 필요 없이 공통의 필요를 가진 주체들이 모여서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상상력을 작동시켜 가며, 존재와 활동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 후에 목적과 사업성격에 맞게 조합원 유형과 영리, 비영리를 선택하면 된다.
높은 관심 덕분에 최근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상담을 종종 하게 되는데, 쉽게 설립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의외로 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설립 절차를 알려주면 되지만, 대부분 아직 준비가 안된 채 혼자 찾아오는 경우에는 몇 가지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을 강조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이 맞고 같은 필요를 느끼는 파트너를 최소 3~5명 이상 찾아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그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담을 받는 분들의 대부분은 혼자 먼저 급하게 생각하고 준비한 뒤에 함께할 파트너를 찾으려 하는데, 그러면 결국은 계속해서 혼자서만 뒷감당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몇 차례의 워크숍을 설립동의자들이 모여 진행하면서, 자신의 조건과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내 논의해야 한다. 설립이 아니라 전환이라면 그 과정은 조직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인적역량과 관계를 혁신하는 과정으로 삼으면 좋겠고, 마찬가지로 새로운 지역관계를 통해 사업모델과 연대방식도 찾아봐야 한다. 협동조합은 지역을 떠나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또 협동조직 간의 협동이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고, 필요한지, 이야기를 하다보면 필요한 비용이 나오고 그를 근거로 예산을 작성하게 된다. 이 때 ‘나는 무엇을 얼마나 낼 것이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조합원 유형과 출자금이 결정된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협동조합으로 갈 것인지, 사회적협동조합인지, 일반협동조합인지, 생산자 협동조합인지, 노동자협동조합인지, 다중이해협동조합인지 자연스럽게 결정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좀 더 지역사회와 공공적인 활동이 중요한 부분이라면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행정이나 인가과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일반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난 후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부각시켜 사회적기업으로 인가를 받으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바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그런 후에 좀 더 책임있게 결정하고 운영을 할 임원을 선발하면 된다. 누가 우리의 이해를 잘 대변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 내용들이 정관과 사업계획서로 정리되면 설립 신고서를 작성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설립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여기서 다시 머리가 아플 것이다. 수익모델이라는 것은 얼마나 돈을 잘 벌 것인가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음악인들이 연습실을 공동으로 마련해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라면, 공동으로 공간을 얻음으로서 절감되는 비용의 측면과, 각자들이 연습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최소 수익구조를 협동해서 마련하면 된다. 즉, 수익모델은 필요한 적정 비용을 산출하고, 그 만큼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필요한 비용이라는 게 누구나 다르겠지만, 협동조합이 되었다고 갑자기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문화예술인 중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비용을 줄임으로서 수익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기존 사업을 어떻게 새롭게 재배치하면 좋을지, 혹은 각자의 활동들을 협동조합과 어떻게 연결시키고 공동의 사업으로 확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지역에서 이미 협동조합에 대해 이해를 하고 활동하고 있는 다른 조합의 조합원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 가는 것이다. 결국 협동조합간 협동이 서로 믿고 팔아주고, 노동력 교환도 하면서, 돈으로 써야만 하는 영역을 줄이는 것이어서, 덜 벌더라도 삶이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협동조합 운영을 위한 논의 과정
자바르떼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지난 2월 7일 창립을 한 후 설립 신고서를 작성하는데 한달, 문광부를 거쳐 사회적기업 진흥원에서 인가 심사를 받는데 두달, 인가 통고 후 등기를 하는데 다시 한달, 그 후에 조직명칭을 변경과 각종 서류들의 전환 변경 신고를 하는데 한달. 모두 다섯 달이 걸렸다. 창립 이후에만도 그러한데, 전환 준비기간까지 생각해보면 8~9개월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기존의 회원들을 교육하고 동의를 얻어 기존 사업들을 모두 가져가려 하니 신규 설립에 비해서 비용과 시간이 3배쯤 들어갔다. 그러니 협동조합을 고려하면서 굳이 전환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 설립을 하는 게 좀 더 쉽고, 하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하면 된다. 하지만 후다닥 한두달 만에 만들어도 어차피 설립 이후 조합 내에서 논의하고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즉, 사전에 겪든 사후에 겪든 필수 과정은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시간을 많이 들여 전환, 창립을 한 자바르떼도 모임을 진행하고 발전 방향 논의를 하다보니 많은 부분이 부딪힌다. 3월부터 생산자 조합원들은 월 3회의 모임을 하면서 각자들이 가진 예술활동을 자바르떼 새로운 사업으로 어떻게 연결시키고,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만들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했고, 몇가지 사업 제안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6월부터는 월 1회의 조합원 교육을 겸한 모임을 갖었다. 모여서 구체적으로 내년 사업에 대한 이야기와 이런저런 논의를 해보니, 정말 자신의 필요가 절실해서 조합원이 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기존 사업 관계 때문에 참여하기도 했고, 또 굳이 당장 사업적으로 결합할 건 없는데도 과거에 회원이었거나 직원이었으니 의리상 가입한 사람도 없잖아 있는 듯했다. 또 기존의 사업적 관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보니 새로운 조합원들이 참여하거나 끼어들 요소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고서 매달 모여 함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며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조합원들은 지겨워했고, 참여율도 낮았다. 늘 나오는 조합원들은 나오지 않는 조합원들을 원망하면서도, 왜 나오지 않는지, 어떤 시간대로 옮기면 나올 수 있는지 물어보지 않고, 시간을 정해 공지하곤 했다. 이들에게도 관심없는 조합원들이 꼭 필요한 파트너가 아닌가 보다. 그리고 생산자 조합원들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고 노동자 조합원들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는 역할이라서 서로 이해관계가 달랐다. 생산자 조합원들에게 높은 강사비나 인건비를 지급하면 수익이 적게 남아 노동자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급여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사업의 집행권이 노동자 조합원들에게 있다보니, 생산자 조합원들이 어떤 경우는 ‘을’인 것도 같고, 어떤 경우는 고객인 것도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합원 규약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마침 올해 총회 때 다른 사안이 많아 진행하지 못한 자바르떼 조합원 규약을 같이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모여서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규약을 만들어 운영의 원칙으로 삼자는 제안을 했고, 두 달간 5회의 교육과 두 번의 워크숍을 통해 조합원 규약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들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운영 원칙을 각각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야 하니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간격을 줄여가고 있고, 공통의 필요를 이끌어 내고 있는 중이다.
4) 협동조합은 대안적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운동이어야
도대체 언제까지 논의와 교육을 반복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잎으로도 계속이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7, 80년대 민주노조가 설립되고 노조운동이 성장하던 시기, 조합원 교육과 소모임은 기본이었다. 다양한 소모임을 조직하고, 일상적으로 교육과 토론을 하면서 조합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느끼고 공감했다. 나아가 임금인상에 머물지 않고 노동권의 문제와 사회개혁에 대한 부분까지 인식의 확장도 가져왔고, 가장 좋은 재료는 문화예술이었다. 모든 조직은 교육과 소모임을 통해 탄탄해지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난한 건 아닐 것이다. 당연하게도 설립보다 운영이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문화예술이 고민할 만한 것인가? 대안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역시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첫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의 상태에 별다른 문제를 못느낀다면 지금 당장 고민하지 않아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활동을 성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단순히 문화예술의 현실만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 차별의 문제, 삶의 주체로서의 문제를 다시 고민하자는 이야기이다. 그 고민과 모색의 과정에서 문화예술 활동의 가치를 증명하고 이를 계량해야 하고, 적정 가격과 공정거래의 문제도 반드시 대두될 것이지만, 또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런 내용들이 바로 협동조합이 운동으로서 펼쳐져야 하는 이유인데, 생산의 영역 만이 아니라 소비의 영역에서도 대안적 가치를 확산하는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생산의 영역에서만 만났던 노동자들을 소비의 영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 지역이다. 또 나아가 기존 관계에서는 후원자이거나 경제적 이해나 참여가 없는 비영리단체의 회원이었다면, 조합원으로 재결합하여 경제적인 참여와 더불어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생산(창작)에 영향을 주는 관계로 발전시켜갈 수 있다. 문화 창조와 향유의 주체로서 자기문화를 만들어가고, 또 스스로 필요한 예술 창작물의 맞춤 생산을 요구하는 수용자(소비자, 자원봉사자, 후원자) 조합원들은, 건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예술 노동자, 생산자 조합원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다고 여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식을 고민하면서 지역 안에서 비자본적인 삶의 방식을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나누는 대안적 가치로 접근하고, 또 지역의 관계망을 새롭게 재구축하기를 바란다. 협동조합이 내 일상을 바꾸는 실천 방식으로 선택되고, 전체 삶의 영역에 걸쳐 협동적 삶을 살아가는 연대와 실천의 방식으로 채택되는 것은 지역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임이 분명하다. 문화예술인들도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공동체 내에서 협동조합적 삶 살기, 일상을 다른 가치의 삶으로 재기획하는 운동으로 만들어 보길 권한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