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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노카이] 음반발매를 축하하며....
한달여쯤 전 사무실 책상위에 우편물이 한 놓여있었다. 딱 봐도 일본에서 온 음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작년부터 계속 준비해서 편곡하고, 연습하고, 녹음한 결실이었다. 여러모로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음반을 받은 나 역시도 너무 가슴이 벅찼다.
처음 이들과 인연이 된건 96년 5월이었다. (나는 그 때 가진 못했지만) 꽃다지가 히비야 메이데이 행사에 초청되고, 일본에서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5.1 합창단이 꾸려졌단다.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모여 꽃다지의 대표곡인 투쟁가를 한국발음으로 연습해서 함께 불렀다고 한다. 그 후로 이들은 종종 모여 연습도 하고, 또 일본의 노동자 집회에서도 가끔 노래를 부르고 꽃다지 음반을 보급하기도 했다. 꽃다지 일본 공연 때 이들은 <가자, 노동해방>을 동선까지 완벽하게 구사해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다가 멤버들도 줄어들고, 모임도 잘 되지 않으면서, 꽃다지 노래를 한국말로만 부르는 것의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일까? 정식으로 노래소모임을 구성하고 일본어로 번역해서도 부르기를 시도했다. 꽃다지 가수들을 초청해 틈틈이 강습도 받았다. 꽃다지 노래강사 출신인 박미영도 일본에서 몇 개월 동안 노래모임을 지도했다. 일본에는 노동자 노래패나 전문단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정말 열심히 활동을 했다.
2009년 가을 동경에 갔을 때 이들은 음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노래모임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작업이기도 했고, 또 일본의 현실에서 공연만으로는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꽃다지 음반도 많이 보급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일본어로 노래의 의미와 정서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많은 난관이 있었다. 전문노래집단도 아니고 노동자와 활동가들로 구성된 노래모임이 음반을 낸다는 건 넘어야 할 산이 무척 많은 작업이고, 또 한국의 노동가요를 일본의 정서로 언어를 바꿔 그 맛을 내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이들은 해냈다. 해내고야 말았다. 대단한 의지와 노력의 결실이 아닐 수 없다. 또 마침 꽃다지 기타주자 출신으로 올 초까지 일본에서 음악을 하던 이승완(찬욱이라 불려지는)이 편곡과 녹음을 맡아주어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음반을 들으며 먼저 놀라운 건 노래실력이었다. 물론 개개인들은 다 노래를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예상 이상으로 호흡도 잘맞고 화음도 잘 어우러졌다. 그 바쁜 분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연습과, 또 서로의 소리에 대한 배려를 했는지 듣다보면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나도모르게 눈물이 난다. 번역된 노래들은 일본어 가사로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들릴 만큼 참으로 매끄럽다. (물론 일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표현은 잘 모르지만, 틀림없이 느낌이 잘 옮겨졌을 것이라 는 확신이 든다)
장중한 피아노 반주로 느리고 유장하게 시작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백기완 시, 김종률 곡), 그리고 경쾌하게 울리는 <바위처럼>(유인혁 글,곡), 최근 미군기지 반대투쟁 현장에서 많이 불리는 <평화가 무엇이냐>(문정현 글, 조약골 곡), 멋진 남성의 목소리로 부르는 <비수>(지민주 글,곡), 다시금 신나고 경쾌한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최창현 곡)과 너무나 익숙하고 힘찬 <철의 노동자>(안치환 글,곡).
그리고 89년 수미다 일본 원정투쟁 때 일본 노동자들이 연대하며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래 <海を越えて>(우미오 코에떼-바다를 넘어서), 꽃다지의 <반격>과 <노래의 꿈>(정윤경 글,곡), 김명준의 다큐멘터리 삽입곡이었던 <하나>(One)(윤영란 곡) ,마지막으로 노래노카이 멤버들이 함께 만든 창작곡 <うたOh! (노래여!)까지. 노래하는 목소리에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스쳐지나가고, 또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흘러간다.
다 듣고 나니 90년대 중후반쯤에 만들어진 공연 한 편을 본 것 같다. 90년대 중반이라고 해서 구시대적이라던가 투쟁일변도라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 당시엔 공연들이 다양한 현장의 투쟁을 담아내고, 또 자기를 반추하게 하는 내용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들썩거리게 하는 신명과 감동이 있었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닮아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90년대나 지금이나 노동자, 민중들의 삶에 뭐 달라진 것이 있을까? 또 그 때만 해도 함께 만들어갈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이 있지 않았던가 말이다.
다시금 우리들의 지금 이 시점을 돌아보고, 또 같이 만들어갈 시간들을 상상하는 즐겁고 가슴 벅찬 시간을 갖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도 너무나 정성스럽게 잘 만든 음반이 세상에 나오게 된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모두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지나온 16년의 시간보다 더 긴 시간, 더 끈끈한 사랑과 연대로 함께 할 것을 새겨봅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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