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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5
    레디앙 연재 24 -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
    찌니

레디앙 연재 24 -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

 

민중가요의 캐럴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
[노래이야기 24] 연말의 감성 채워줘…"새로운 시작 앞두고 따스한 겨울"
 
 
 

매우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이제 2010년이 며칠밖에 남지 않았네요. 날짜 생각하지 않고 달려오다가도 꼭 이렇게 며칠 남겨 두지 않고,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건 참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이 코너에서 5.18을 제외하고는 굳이 계절이나 시기를 따지지 않고 '노래 이야기'를 써왔는데, 그래도 연말이라는 이 분위기는 마음을 싱숭생숭하게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과 사람들도 떠오르고, 아쉬움도 많고 그러네요.

 

음악의 힘과 위로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설렘도 있는 때죠. 연말이 되면 많은 평가와 반성을 하게 되는데,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우리들이 잘한 성과를 칭찬해 주는 겁니다. 매순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잘한 부분들을 찾아 다독이고 어루만져 주는 거지요. 여전히 변치 않고 지켜가는 신념을, 사람에 대한 사랑을, 조금은 치열한 나의 실천 노력에 대해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입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연말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하는 환경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와 캐럴인데요, 아무리 시국이 어지럽고 마음이 무겁더라도 좋은 음악이 우리에겐 위로도 주고 힘도 주고, 또 감성적으로 이어주기도 하지요.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는 민중가요 캐럴 같은 노래입니다. 제목과 가사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겨울에만 불리는 노래이지요. 힘이 들 때일수록 주변의 사람들을 챙기고 따뜻한 인사 나누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의 마지막 곡으로 선곡해 보았습니다.

 

   
  ▲꽃다지 싱글 음반. 

이 곡은 노동극을 주로 창작, 공연하던 극단 현장의 16회 정기공연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를 위해 93년에 조민하가 창작한 노래입니다.

그 후 95년 겨울 ‘꽃다지’ 콘서트에서 다시 편곡되어 불렸고, 또 97년 겨울, ‘꽃다지’ 싱글음반 [세상을 바꾸자]에 실리면서 보다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노래는 민중가요로 탄생하여 노동극이나 연극에 삽입된 곡도 있지만, 노동극이나 마당극 속에서 탄생하여 독자적인 민중가요로 대중성을 획득한 노래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노래의 인생유전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오면>, <잘가오 그대> 등등 80년대 민중가요는 그런 노래가 많지요. 이 노래 말고도 극단 현장 공연을 위해 창작되어 ‘꽃다지’에서 계속 불리며 사랑을 받은 노래로는 <고귀한 생명의 손길로>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91년 병원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금 수술중]이라는 정기공연에 삽입되었던 곡인데 후에 꽃다지 음반에 실리면서 아주 큰 인기를 얻은 곡이지요.

그러고 보면 극단 현장과의 인연은 꽤 깊었던 것 같습니다. ‘예울림’ 시절에는 극단 현장의 창작극인 [멋있는 동지]를 노래극으로 각색해서 90년에 합동공연을 한 바 있고요. 거기서 저는 아주 재수 없는 사무직 여성 역을 맡아 곤혹을 치렀드랬습니다. 보기엔 차고 까칠해 보이는 인상이라 딱 어울린다고 연출자가 배역을 주었는데, 웃기만 하면 바보 같아진다고 웃지 말라고 해서 계속 야단을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또 연극을 처음해보는 ‘예울림’ 가수들의 엉성한 폼과 연기를 고쳐주느라 현장 선배들은 고생을 했고, 또 우리는 선천적 음치가 틀림없다고 사료되는 몇몇 배우들을 붙잡고 어떻게 소리라도 내게 하느라 안간힘을 썼답니다. 그리고 94년 초에는 100회 이상의 순회공연 기록을 세운 노동극 [노동의 새벽]을 노래극으로 재구성하여 문예회관 대극장에 올렸는데, 역시 이때도 같이 했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그 즈음에 결혼식을 하느라 공연을 보지도 못했고, 도움도 주지 못했지만, 꽃다지 연주자 모두와 조민하 선배, 그리고 몇몇 가수들이 출연을 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89년 겨울부터 몇 해간 노래판굿 꽃다지도 함께 만들고, 전국 순회도 하고 했습니다. 참 오랜 기간 많은 활동을 같이 하며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만들었지요. 하긴, 그렇게 따지면 민요연구회도 그랬고, 놀이패 ‘한두레’도 그랬고, ‘노동미술위원회’도 그랬고, ‘터울림’도 그랬던 시절이었네요.

매일 거리에서, 파업장에서, 노동자 집회에서 함께 해오면서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도 같이하고, 연대도 해왔으니까요. 그 때 함께 했던 배우들 중에는 지금 꽤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어 있는 사람도 많아 간혹 TV나 드라마를 보면서 옛 생각에 젖곤 한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해를 돌아보며 부르게 되는 이 노래는 괴롭고 힘들 때는 눈물을 흘리게도 하고, 서로를 다지기도 하고, 또 마음이 따뜻할 때는 참으로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노래를 들으시면서 손 내밀면 닿은 듯한 곳에서 묵묵히 나를, 우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고요, 또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자리에서 지켜보며 힘이 되어 주겠다는 다짐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로서도 여러분께 보내는 송년인사인 셈인데요, 그동안 보내주신 관심에 감사드리고, 여러분도 제게는 그런 소중한 분들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겨울 그리고 사랑노래
                                                                                   조민하 글, 곡

 

빛바랜 사진 위로 흘러간 세월 그 세월 속에 변함없는 삶의 모습들
가던 길 멈추고 뒤돌아보면 어느새 웃음이 애달파
한 겨울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그렇게 우리 사랑을 키워간다면
창 밖에 떨고 있는 겨울나무도 어느새 봄날을 맞으리
벗이여 정말 오랜만에 우리 마주 잡은 두 손 가득히
이 세상 끝까지 변함없는 마음을 변함없는 우리 사랑을
아직은 멀고 먼 길이라지만 또 지금보다 결코 쉽진 않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눈앞에 두고 벗이여 이 겨울을 따스히

 

* 음원출처 : 꽃다지 싱글음반 [세상을 바꾸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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