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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르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기 3)

이글은 부산민예총에서 발행하는 격월간지 [두달에 한 번 함께가는 예술인]의 요청으로

2013년 3월부터 4회에 걸쳐 연재한 글입니다.

자바르떼가 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좌충우돌 운영하고 있는지를

고민을 담아 정리해봤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문화예술, 협동조합으로 길을 모색해 보다

2. 문화예술의 공공성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

3. 문화예술협동조합 해외사례

4. 협동조합 전환, 그 이후 - 풀어야 할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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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화예술협동조합 해외사례

남들은 참 잘(?)도 가는 해외 연수를 가본 적이 별로 없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보면 그래도 많은 탐방 보고가 올라와 있고, 취재글도 더러 있다. 그러나 정작 알고 싶은 문화예술협동조합의 운영과 실상,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예술인들이 느끼는 변화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몬드라곤에도 이탈리아 볼로냐에도 그리고 캐나다에도 분명 문화예술협동조합이 있을 것이고, 또 이탈리아에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연합회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전해지는 이야기로만 해외사례를 정리하는 것은 참 한계가 많다는 걸 느끼면서도 그래도 여기저기 남의 교육자료를 컨닝해서 나름 모아보았다. 한국사회엔 아직 사례가 많지 않으니 협동조합의 미래를 꿈꾸려면 이미 1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시도들과 발전과정, 그리고 우리의 오래된 미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 속에서. 하지만 결국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너무 잘 알고 있다.

 

1)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 이후의 과제

약 5개월 가까이 진행된 자바르떼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컨설팅은 3단계로 진행되었다. 먼저 우리 조직과 협동조합의 가치가 부합하는지를 점검하고 협동조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협동조합 이해도 향상의 단계’를 통해 전환총회를 하였다. 그런 후에 전환의 이슈를 공유하고,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조직의 목적과 사업, 조합원 제도를 설계하는 ‘전환용이도 향상의 단계’를 거쳐 설립총회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었다. 협동조합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협동조합 경영을 이해하고 사회적가치를 이해, 적용하는 ‘조직원 내부 역량 강화 단계’가 남아있다. 이 부분은 누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고, 내부에서 계속 고민하며 진행 중이다. 결국 각기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조정을 하는 조직 운영 시스템을 제대로 세우고, 지속적인 전망을 만들어내는 사업 모델을 수립하여 사업을 제대로 해서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생산자 조합원에게는 고정적인 수입을’, ‘노동자조합원에게는 안정적인 고용과 자율적인 노동의 기회’를 충족시키는 것은 조합의 성패와 직접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윤배당이 가능하고, 조합원들의 공통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된 일반 협동조합의 경우에도 큰 수익이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생협의 경우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주고 생산물을 구입해서, 소비자 조합원에게 적정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원리인데, 여기서 이익을 발생시키고자 한다면 싼 물건을 사서 비싸게 팔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생산자든, 소비자든 조합원이 될 이유가 없다. 생협의 생산자도 정당한 가격과 고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할 것이고, 소비자도 너무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익사업을 하고, 사회적목적을 실현하는 사업을 전체의 40% 이상 해야한다. 그렇다면 더군다나 많은 잉여가 발생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과 협동조합은 같이 갈 수 없는건가? 자립, 수익창출, 불가능한가? 만약 그렇다고 답한다면 사회적경제도, 문화예술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건지 모른다.

 

2) 유럽의 문화예술 협동조합

유럽에서 협동조합은 문화예술 분야의 지배적인 조직형태는 아니라고 한다. 이는 문화예술이 영리와 비영리를 넘나들며 활동을 하거나, 비영리 부문에 속해 발전해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유럽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최소 3,0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으며 3만2천 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이중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서 협동조합이 상대적으로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소분류

조합 수

노동자수

국가

연합조직

창작∙예술∙연예 활동

 

55

1,199

프랑스

CGSCOP

117

1,113

스페인

COCETA

63

 

영국

COOPERATIVE-UK

도서관∙아카이브∙박물관 및

기타 문화활동

4

148

프랑스

CGSCOP

22

346

스페인

COCETA

1

 

영국

COOPERATIVE-UK

게임 및 사행산업

1

 

루마니아

UCECOM

스포츠∙여가∙레크레이션 활동

11

71

프랑스

CGSCOP

88

598

스페인

COCETA

1

 

루마니아

UCECOM

15

 

영국

COOPERATIVE-UK

소분류 없음

1.949

21,559

이탈리아

(협동조합)

Confcoop ,Legacoop, AGCI

575

7,679

이탈리아

(사회적협동조합)

 

합 계

2,902

32,713

 

 

 

 

- 이탈리아 라 바라카 (La Baracca)

이탈리아의 연극 협동조합으로 한국과도 계속 교류를 하고 있고, 또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는 라 바라카 (La Baracca)는 이탈리아 볼로냐에 위치한 어린이연극 전문극단이다. 1976년에 일반 극단으로 시작하여 1979년에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하였고, 2010년에는 다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1980년부터 Testoni 극장을 운영하며 어린이를 위한 연극공연과 페스티벌 진행하면서 외국의 여러 곳에서 6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한 연극을 65회 제작 진행 하였고, 유아를 위한 연극축제를 진행해왔다.

처음에는 청소년, 어린이, 연극, 공동작업을 경험하며 직업으로 발전시키기를 꿈꿨던 소그룹의 형태였다가 비즈니스 프로젝트의 지원을 위해 협동조합이 적합하다고 보고 전환을 하였다. 상근 직원은 18명이며, 비정규직의 수는 공연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그리고 조직은 공연제작부, 예술교육부, 기술관리부, 기획경영부 등 부서가 있지만 부서와 관계없이(법률, 회계부문 제외) 배우, 페스티벌의 기획, 워크숍, 프로모션, 극장 유지관리 등의 업무를 나눠 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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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회 아시테지 국제 여름 축제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공연 예정인 라바라카 ‘달빛 작은 배’ 공연 홍보 사진> / 2013. 7. 19~20 / 세종문화회관

 

 조합원으로 참여하기 위한 최소 출자금은 25유로인데, 현재 총 자본금 규모는 약 3백만 유로(약 44억 정도)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자원봉사자 조합원은 전체 직원 수의 50%를 초과 할 수 없고, 후원조합원은 조합의 의사결정과 지배구조에 제한적으로만 참여 할 수 있다.

<조합원 구성>

구 분

조합원수

상근 여부

노동자 조합원(배우)

18명

상근

이용자 조합원

10명

-

자원봉사자 조합원

비상근

후원 조합원

-

법인 조합원

6개 단체

-

<수입구조>

항목

수입내용

비율

직접 (자체)수입

회사공연 판매수입

13.90%

극장 티켓 매상고

13.07%

워크샵 및 (교육)과정 수입

4.18%

컨설팅 수입

5.26%

기타 수입들

5.18%

소 계

41.59%

지원 수입

자치 협약 기부금

20.39%

이탈리아 정부 지원금

13.23%

에밀리야 로마냐 지방 지원금

7.85%

Small size 프로젝트에 대한 유럽연합 지원금

10.19%

개인 및 사업별 지원금

6.74%

소 계

58.4%

 

- 프랑스 씨테 크레아씨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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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고 그닥 별로 자료도 없지만, 이곳은 프랑스 남부 리용에서 1987년 설립된 전문 벽화를 창작하는 예술노동자협동조합이란다. 리용 예술학교 졸업생 5-6명이 함께 모여 학교 및 공공임대주택 공공벽화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고, 점차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성장보다는 작품의 질과 책임

 감을 중시하기에 2012년 현재 직원은 12명이지만 독일, 캐나다 등에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파트너들이 80여명이 있다고 한다. 자본금은 40만 유로(5억 8천만원 정도)이고 2005년 매출은 120만 유로(17억 정도)였는데, 이중 20%가 공공부문 발주, 80%는 민간 부문 발주였다고 한다. 직원 12명 중 조합원이 8명이고 2명이 준조합원, 2명은 비조합원이다. 신규 조합원은 2-3년 동안 자신의 고유한 활동 영역을 구축하도록 한다. 남녀 공동대표제로 운영된다는 점과 조합원 전원이 이사회를 구성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들은 매년 4회에 걸쳐 조합원, 비조합원 등 모든 구성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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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의 더 컬쳐 커넥션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정부 재정 감축으로 볼튼시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오던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더 이상 운영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자 문화단체와 지방정부, 청소년을 포함한 개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면서 2011년 협동조합으로 설립하였다.

영국은 협동조합이나 상호공제 관련 단체들이, 영국에서 취하는 보편적 법적지위로 일반 협동조합과는 달리 잉여에 대한 배당을 금하고 수익을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공공부문의 보조금과 기부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은 1파운드의 지분을 구입함으로서 자격을 가지게 되는데, 조합원 자격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개인과 학교, 공공기관이나 커뮤니티 그룹을 포괄하는 조직에도 열려있다. 주요 사업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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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헤크니 지역개발 협동조합

런던 변두리 지역인 해크니는 과거 노동자들의 거주지역이었는데, 세계화 속에서 공장의 해외 유출로 지역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소득이 매우 낮고 실업률이 매우 높아졌으며 마약과 매춘, 범죄가 잦은 우범지역으로 전락하였다. 그러던 80년대 초중반부터 지역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인 동의가 이루어지면서 지방정부가 빈 건물을 인수하고 지역사회와 주민이 함께 협력해서 협동조합 방식으로 건물의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각종 펀드와 지원 자금들을 활용해서 임대형 주택협동조합으로 운영하였다. 임대건물에 입주하는 다양한 파트너와 지역사회의 조직, 행정조직들이 함께 하는데,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많은 예술인들이 입주하여 상근하는 조합원들과 지역 축제, 문화행사들을 유치한다. 현재 해크니의 매출액은 70억. 이중 임대료 수입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국 런던 해크니(Hackney) 달스턴 킹스랜드(Dalston Kingsland)역 인근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 광장에서 바비칸 문화예술단체 주최로 열린 'Dance Nations Dalston' 축제에 수많은 시민과 주민들이 참석해 공연을 즐기고 있다. 특히 20명의 유명한 드러머들이 모여 시민과 주민들에게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HCD는 주차공간으로 쓰이면서 마약도 팔고 범죄율이 높았던 질레트 스퀘어를 개발해 커뮤니티 허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3) 여전히 남는 문제들

한국 문화예술협동조합의 사례는 아직 몇 군데 없고, 실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거의 없어 아쉽지만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고, 또 한국보다 문화예술 생태계의 토양이 풍부하다고 하는 유럽의 몇군데 사례만 봐서도 협동조합이 시장 논리로 살아 존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협동조합으로 존재하던, 문화예술단체로 존재하던, 개별 예술가로 남아있던 국가의 지원과 다양한 후원으로 육성, 보호하는 영역이 문화예술이다. 그러니 문화예술이 일반 시장에서 알아서 살아남으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밖에 없다. 또 문화가 아닌 영역에서 사회적기업도 인건비 지원이 있고, 지원 종료 이후에도 판로확대, 공공시장 확대, 사업개발비, 컨설팅 지원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대부분 사회적기업들이 시장에서 제공하지 않지만 인간 삶에 필요한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그러한 건 아닐까? 또 여기에 모두 해당되지 않더라도 사회적경제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이 조성되고 수익이 창출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단순히 계속 지원에 의존하고자 하는 비주체적인 태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익모델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협동조합도 사업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비전이 있어야 조합원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또 지역사회 공헌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소한 전환 이전보다는 더 좋아져야 전환이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결국 하나의 수익구조만 가지고 승부수를 내려고 덤비는 것은 위험할 수 있고,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들과 연계하는 방법을 동시에 가져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명확한 해답은 아니지만, 위에서 소개한 몇 개의 해외 사례를 깊이 탐구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그리고 혼자서 해결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위안을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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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사례의 대부분은 (사)협동조합연구소의 교육자료에서 인용했고, 해크니 지역개발 협동조합은 인천문화재단 탐방보고서를 참고하였다. 워낙 유명한 사례들이라 더 많은 정보는 인터넷만 검색해도 많이 나오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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