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팩으로 짧은 글을 보내려 하다가 진보넷 블로그를 만든지 얼마되지 않아서
아직 정이 들지 않는다. 우연히 진보넷 블로그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읽었는데
요즘 집회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메모가 아니라 아주 잘 정리된 느낌의 글이었다.
도식화되고 기계적, 군사적 집회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것은 오래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번번히 그 방식이 변하지 않는 것은 주도권을 잡으려는 아니 그러한 판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말 이제 그만 해 먹었으면 한다.
이름만 걸면 나오는 개인들, 그리고 단체들
그냥 조용히 이름없는 다중으로, 참여자로 올 수는 없는지>
-정세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메모
-"사령부를 폭격하라"라는 말은 문혁 당시의 마오의 말이다. 물론 실제의 역사적 문혁이 어땠는지 지금의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이런 구호가 서구 68혁명에 하나의 영감을 주었다는 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촛불집회"는 분명 하나의 다중적 활력의 분출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정치관계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었던 10대가 주도한 초기의 몇몇 시위들은 그 형식과 내용, 주체성 모두에 있어서 그러한 활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갈수록 촛불시위는 2002년(고 심미순 신효순), 2004년(탄핵반대)의 관성으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높고 큰 중앙무대가 설치되고, 모두가 앞을 바라보고, 무슨무슨 범국민대책위 따위가 만들어지고 등등.
-무엇보다 이러한 관성이 위험한 것은 터져나온 다중적 활력을 '일반 시민', 혹은 '국민'이라는 획일적인 혹은 동일자적인 주체성으로 변형한다는 것이다. 다중이 일반 시민, 국민이 될 때 터져나온 잉여적 상상력, 잉여적 활력들은 거세되고 만다. 결국 대중의 요구는 '광우병 재협상' 하나로 축소된다.
-다시, "전위"가 필요하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전위는 당연히 대중을 결집하여 이끄는 주권적 명령형식을 지칭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중의 저항에 있어 '전위'란 곧 다중의 흐름이 몰화되지 않도록 분열을 조장하는 자, 대중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거기에 '여러방향'을 제시하는 자, 곧 '소수적 흐름'을 창조하는 자들이다.
-소위 "권"(대중조직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들이 부디 이 국면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은 '말'들 바깥에 있는 일종의 정서들이다. 다중적 활력이 광우병 반대라는 하나의 내용으로 완전히 포섭되기 전에 지금 존재하는 "내용 바깥의 정서"들에 주목해야 한다. 나에게 현재의 정세에 있어 가장 고무적인 것은 그토록 불법-폭력 시위를 싫어라 하는 대중이 미움의 방향을 집시법으로 돌리고 있는 그 정서의 변환, 노점상들 몰아내라고 하던 목소리들을 '용역 깡패 처벌하라'로 돌리고 있는 그 정서의 변환이다. 대체 지금만큼 운동을 더 활력있게 할 수 있는 국면이 근 몇년 사이에 조성된 일이 있었던가? 그러나 "권"들은 이 국면을 전혀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광우병 반대"는 이제 "일반시민"이라는 하나의 주체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권"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권"들의 역할이 멀까? 이제 "권"들에게 전혀 다른 역할이 부여된다. 대중을 지도한다던지, 대중에 영합한다던지 하던 관성을 벗어야 한다. "권"들은 이제 운동을 다양화하고, 소수적 선분들을 창조해야 한다. 물론, "광우병 반대"와 "촛불"은 하나의 "공통 구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공통 구호 안에 그들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모든 내용들이 담기도록 해야 한다. 반전, 평화, 차별철폐, 등록금 인하, 대운하 반대, 노동3권, 밤길을 다닐 권리, 더 많은 복지, 공공성 강화....
-한편으로 "일반시민" 화 하고 있는 대중을 유연한 다중의 형식으로 재창조하고, 여러 목소리들이 공통의 장에서 함께 말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촛불집회 형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사령부"인 "무대"를 폭격할 시점이다. 대신 작은 스피커들을 여러 곳에 두면 안 될까. 동일성을 해체하되 공통성을 강화하는 형식의 변화.
-"권"들이 갖고 있는 운동의 노하우들을 새로운 형식 속에서 담아내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 집회 전에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작은 집회(혹은 더 창조적인 형식의 모임)를 열고 이후 결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집회장 한 켠에서 지금보다 더 다양한 부스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설을 통해 광우병반대와 자신들의 요구를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스피커"를 통해 결집된 소집단들과 함께 청계광장이라는 '관리된 공간'을 넘어 바깥으로 투쟁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그러니까 "누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라는 물음을 일으켜 침식하며 폴리스 라인 바깥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간, 지금 촛불집회가 "일반시민"판 "백만민중대회"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특히나 21인지 22일에 예고된 MB탄핵 카페 주도의 집회가 더 그렇다. 이 인간들이야말로 다중을 일반시민이라는 동일성 속으로 포섭하는 가장 큰 주범들이다. 집회의 형식부터 자기네들이 정해서 하달하고, 학생들은 '자율귀가'시킨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발상...
-금요일이면 소집해제를 맞는다. 신분이 좀 더 자유로워진 이 시점에서 뭔가 나도 몸을 굴려봐야겠다는 마음이...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고민 고민 고민이다.ㅜㅜ
2004년에 썼던 관련 글 "일반시민들의 촛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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