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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찢는 것, 그리고 찢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망각되지 않은 채 주위를 맴도는 유령이지, 내 앞에 현전하는, 나타나는 저 신체가 아니다. 신체가 어찌 영혼에 일말의 영향이라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유령은 떠나지 않는다. 유령은 영혼의 가장 취약한 부분에 작든 크든 상처를 입힌다. 유령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 이유는, 이 유령이야말로 내가 한때 내 마음을 다 바친 바로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유령은 얼마간 내 영혼을 점유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그것을 찢을 수도 있다. 유령을 달래는 작업은, 결코 저 기만적인 현재 속에 들어 있는 신체를 어떻게든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일이 될 수 없다.
유령에 대한 애도는 오로지 그 유령에 대한 기억에 나 자신이 충실할 때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을 유령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지점으로, 바로 그 지점으로 계속 회귀해서 나 자신을 쇄신하는 것, 끊임없이 쇄신하는 것, 그것만이 유령에 대한 참된 예의이다. 어쩌면 그때조차 유령은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그때조차 나는 온갖 시달림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련을 견딜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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