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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센 풀을 베어내고 배추를 심다.

억센 풀을 베어내고 배추를 심다. 


장마비를 흠뻑 머금고 자란 쇠 삐들기(?)는 억셌다. 이풀의 특징은 벼의 자람과 그 속도와 형태를 같이 한다는 것!

그러니, 처서가 지나고 추석을 앞둔 현재 그 자태가 어떠하겠는가?!

삼돌이 키만큼 자라서는 이리 저리 삐죽삐죽,

허연 꽃술을 마음껏 내뻗치고 있구나!

이리도 왕성한 발육상태를 어찌 볼 것인가!? 그건 여유 있을 때 감상이고!

추석 앞두고 밭 주인의 바쁜 심사에는 그져 흉측 맞을 뿐이다.

해서 강철 예취기로 베었다. 


엄청난 양의 쇠삐들을 베어낸 텃밭은 그래도 풀밭!

베어낸 풀이 드러누워져 있을 뿐!

소한마리 풀어놓아서 먹여도 한 일주일 분량은 되것다.


베어낸 풀을 갈퀴고 긁어서 한쪽으로 모은다.

굳어진 풀밭을 삽으로 깊이 갈기를 한다.

쇠스랑으로 다시 풀끄트머리를 잘게 부수고!

이제야 맨땅의 텃밭모양을 갖추나?

배추심을 텃밭 한 세네평 만드는데 두시간 걸린다.

아! 거의 바닥에 가까운 생산성! 신석기 시대 원시성과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날은 또 왜이리 더운 것인가?

땀이 비오듯하니 눈을 뜰수가 없네! 짠물에 눈이 시려! 아! 맨땅 삽질, 질린다.

이제 서너평 하우스 옆자리를 겨우 갈은 것인데!

열평 남짓 하우스 자리는 언제가나?


이때 번뜩이는 그 무엇!

그렇지!! 뭘라고 힘들게 땅을 가는가? 밭갈기 안하고 심기를 해야지!


번뜩이는 나의 판단은 이러했다.


첫째, 심겨질 배추는 뿌리 식물이 아니다. 그래서 배추뿌리는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성한 풀밭이었기에 그리 강하게 굳어져 있는 맨땅이 아니다. 비교적 푸석푸석한 땅이기에 간거나 매한가지다.  


둘째, 베어놓은 풀은 땅의 습도와 영양분을 제공하면서 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씨앗을 뿌려놓고 강한 햇빛을 차단 할려고 일부러 왕겨나 볕집을 덥기도 하지 않는가?

무성했던 풀의 공세를 역으로 활용해 보자!


셋째, 삽질할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실제로는 세 번째 이유가 크게 작용!

오전 11시, 현재시각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함께 삽질하던 친구! 그냥 심기를 하자는 나의 제안에 암묵적 동의를 한다. 왜 아니겠는가? 힘들어 죽것는데!

역시, 고통은 발명의 어머니다.


밭갈기 없는 그냥 심기는 잔꾀내지 합리화 아닌가!?

몰르는 사람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니 현대 농법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도 안되겠다. 그리고, 실제로 경운을 안 하고 심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다.

실패할 확률도 크다.

허나 어쩌겠는가! 땡볕에 삽질할 기운이 남아있질 않은 걸!


'무경운' 방식!

이는 자연농법의 핵심이다. 

'지속 가능한'(부르주아 이데올르그들에 의해서 자본의 영원한 착취를 위하여 환경을 파괴해도 된다는 의미로 악용 되어서 그렇지 용어 자체로는 훌륭하다.) 고, 

'친 환경적'(이 용어 역시 용어자체는 훌륭하다. 서해 기름유출 혹은 백혈병 유발 등에서 확인되듯이 이윤추구를 위해서라면 인간의 생명위협과 환경파괴를 자행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친환경기업으로 이미지화 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역설적이어서 그렇지!) 이라는 측면에서 자체로 혁명적이다. 

향후,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생산적 대안이기도 하다.


원리는 밭 갈기를 안 해도 문제없는 흙에 있다.

기름진 흙, 

손가락을 찌르면 쑥 들어갈 정도로 푸석푸석한 상태의 땅!

이런 땅을 뭘 라고 경운 한단 말인가!

문제는 땅심이 살아있는 이런 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농약과 비료, 트랙터 깊이 갈기로 이미 맛이 가버릴대로 가버리고 오염될대로 오염되어 버린 상태가 '이땅'의 현실이다.


추석전에 일단 심기는 심었다.

무경운으로 심겨진 배추!

배추는 잘 자랄 것인가?! 땅심이 턱없이 부족한 곳에서?

들판에 부는 바람에 맡길 뿐이다.

가끔 쏟아지는 비와 아직 뜨거운 햇빛에 노출된 채로 ------.

주인이 할 일은 뿌리내리기 전까지 물주기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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