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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선과 오만

독선은 말그대로 자신의 행동과 판단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다. 오만은 행동거지나 말투가 건방지게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이 두가지는 공통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데서 비롯하거나 타인의 능력을 업신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흔히 이 두 단어를 조심히 쓰거나 남발하는데 이런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는 생각해보건데 자신에게는 쓰지 않으려 하고 남에게만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남'은 십중팔구 잘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건 아마도 '남'을 잘 알면 알수록 그 '남'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독선과 오만은 언제나 같이 공생한다. 아니 공존한다. 독선적인 행동에는 오만함이 뒤따르고 오만한 말투속에는 독선적인 행동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데 있다. '내가 독선적인지 오만한지 잘 모른다는데 있다.' 물론 알아야될 필요성이 당위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서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 만큼 역겨운 일도 없기에 이 것이 왜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 하고 싶다. 오만의 반대말이 뭘까 생각해보면 아마도 겸손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마치 숟가락의 반대가 젓가락일까? 짜장의 반대가 짬뽕일까? 와 같이 오만의 반대가 겸손일까는 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겸손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태도를 일컫는 것인데 그럼 오만이 자신을 내세우고 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인가? 솔직히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오만은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그럼 응원단장을 하고 싶어 손을 들었던 (자신의 끼를 주체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오만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오만은 남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로 설명되기에는 보다 수위가 높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다는 것이 남을 깔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길을 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서로 마주보면 인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하철에 만나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럼 우리들은, 나는 그들에게 오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만은 남을 깔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니가 뭔데 손을 들어?' 이런거다. 독선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런 말장난을 왜 하는가? 바로 독선과 오만이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작용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독선과 오만은 타인과의 관계를 배재시키는 원리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이 존재 하지 않고서는 작용되지 않는 감정 상태 혹은 논리적 상태이다. 그래서 흔히 독선적이고 오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비 사회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사람들은 지극히 사회적이며 왕따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왕따를 조장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독선적이고 오만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하고 다닌다. (사실 이게 가장 역겨운 점이다.) 그리고 이게 아마 가장 놀라운 것일것 같은데 독선과 오만은 지식이 높은 그룹에서 나타난다. (지식이 많은 것이다. 결코 지혜로운 집단이 아니다.) 오만과 독선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임에 동의 한다면 위 말이 아마 좀더 와닿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어떻게 아는가? 혹은 알 수 있는가? 사실 그것은 알수 없다. 왜냐하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인간의 작업이므로 어느 누군가가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과 채점은 이미(드러나는 순간) 인간상태에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어차피 알 수 없는 얘기를 왜 하는가 자신의 능력을 애시당초 판단할 수 없다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외부 평가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곤 하는데, 이것에 동의하는 순간(이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만과 독선의 터널속으로 들어가는 원웨이 티켓을 끊는 것이다. 설사 그런 평가를 굳이 거부하지 않더라도(사람들이 주는 합격과 상 그리고 인정을 굳이 거부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능력이 판단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독선과 오만은 타인을 배제시키는 원리이다. 타인의 생각을 배제하는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소외를 발생시킨다. 소외된 노동, 소외된 인간... 뭐 이런 대단한 개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자신과 세계 그리고 나와 타자를 분리시키는 일을 담당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작용될 수 없는 원리이기에 계속적으로 타인을 생산해낸다. 독선과 오만이 그저 7살짜리 꼬마애가 징징되는 것정도의 감정상태 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나이 많은 어느 마초 혹은 꼰대가 지껄이는 헛소리정도의 비논리적 상태라고 치부해서도 안된다. 이 것은 자신의 능력이 판단되고 있다고 여기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머리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선과 오만을 벗어나고자 하는 일이 겸손을 통해서 혹은 더 많은 노력(인정을 받고자 하는 모든)을 통해서 극복된다는 환상은 깨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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