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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산 회군

지난 늦봄 즈음에 삼각산에 간 후

가족 모두가 오르기로 한 것은 

가을 단풍이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요일 느즈막히 집을 나서면서부터

채송은 오늘 마지막 공연이기 때문에 뮤지컬 명성황후를 꼭 봐야겠다고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둔다.

 

삼각산에 오르는 길 중에서

구파발에서 삼천사 ~ 응봉능선 ~ 사모바위 ~ 삼천사로 내려오는 길을 좋아한다.

오늘도 삼천사 입구로 가는 길에 주차할 곳을 찾다가

폭포수상회 옆 공터에 세운 게 화근이었다.

 

마침 점심 때도 가까이 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산을 오르기 싫은 탓인지

꿩의 마음이 콩밭에 있는 것처럼 배를 채우고 가잔다.

아직 손님이 있을 턱이 없는 폭포수상회에는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이제 손님맞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아그들이 모닥불에 낙엽 태우는 놀이를 하며 즐거워한다.

낙엽은 선명하게 그물맥을 드러내면서 순식간에 타들어가곤한다.

다만 낙엽타는 내음만을 남기고서...재마저도 순식간에 스러져버린다...

 

한참을 개울가에서 놀다 백숙을 한마리 맛나게 해치우고 드디어 산에 오른다.

그런데 채원은 딱 2시간만 오른 후 1시간만에 내려오겠다며 알람을 맞춘다.

암튼 응봉능선을 향해 가는 길에 30분도 못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1시간쯤 올랐을까 백운대도 멀리로 보이고 사모바위도 멀지 않고

벌써 단풍 물든 바위산의 풍치가 제법(?) 멋자랑을 시작하는 중인데...

 

채송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힘든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채원이도 기회를 엿보다가 덩달아 이제 고만 가자한다.

백두대간에 데리고 다니면서 너무 혹사를 시킨 반작용인가?

백숙도 먹었고 이젠 좋아하는 컵라면을 먹고 뮤지컬 보는 순서만 남아서

잔꾀를 부리는 것이리라.  

뭔가 꼬실꺼리를 찾는 중에...

단풍을 충분히 구경했으니 다음을 기약하자고 안해마저 한패가 된다.

 

병사들이 이지경이니 하는수없이 회군하는 수밖에...

산을 내려오면서 죽어가던 병사들이

신나서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이 놈들을 끌고 3시간 산행을 했더라면

두고두고 아빠랑은 산에 가지 않겠다고 할까봐 한 번 눈 감아 주기로 한 결과다.

그런데 나중에도 매번 회군하자고 할까봐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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