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협동조합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박종포(민노당 정책연구원)

협동조합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체냐 협동조합운동을 하는 운동체냐 -

박 종 포(정책연구원, 농업)


현재 협동조합운동의 효시라고 알려진 유럽등지에서 협동조합이라는 이름하에 협동조합사업방식을 이용한 사업체가 국적을 초월한 합병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틈새를 이용한 신세대협동조합들도 조합원의 경제적 측면을 최대의 고려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고수하며 조합원들에 대한 계몽활동을 통한 지역활동과 배당을 통한 조합원들의 사회, 경제,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조합도 존재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대형화되고 전문화를 갖춘 일반 대형할인점과의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판매사업장인 A-coop을 전국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전국단위의 연합회나 지역농협을 지속적으로 통합하여 규모화를 통한 경제적인 효율성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지역농협은 지속적으로 규모화를 추진하여 현재 현 단위로 합병한 조합이 3개에 이르며, 최종적으로 50여개 수준으로 규모화를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이러한 계획은 대규모화를 추진하여 경제적인 효율성을 갖을지는 모르나, 협동조합정신이나 원칙과 괴리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적인 효율성을 고려하여 합병을 추진한다든지, 자회사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만을 추구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또한 농림부의 2004년 “농정에 관한 연차보고서”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농협은 전통적인 운동체적 협동조합 체제에서 벗어나 규모화, 전문화, 기업화하는 자기변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여 농업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농협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를 농산물 시장개방의 확대, 금융시장의 구조조정 등의 환경변화에 농협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고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유통주체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개혁을 추진하는 이유가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경제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농협개혁의 진정한 이유는 지금까지 협동조합정신에 입각한 조합원중심의 사업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협동조합정체성을 회복하여 조합원에게 사회, 경제,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규모의 경제실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그것이 전부가 되면 협동조합의 존폐마저 위험한 기로에 서게 될 우려가 있으며, 더 이상 협동조합이 협동조합으로서의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다.

또한 자본지상주의로 피폐해져가고 있는 현실을 협동조합정신을 통하여 윤기 있고 인간미가 있는 사회로 회귀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이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조합이 있는데 반해, ICA에서는 협동조합정체성을 강조하고 연구하는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협동조합이 정체성을 버리고 경제적인 이윤추구집단으로 전락한다면 이미 협동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합원의 경제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사업을 등한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연극을 종합예술이라고 하는데, 협동조합이야말로 종합적인 사업체라고 할 수 있다. 조합원의 사회, 문화,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봉사에서부터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까지 그야말로 안하는 사업이 없고, 못하는 사업이 없어야 하는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업을 실시하는 직원들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많은 조합원들의 욕구를 전부 충족할 수는 없다. 이러한 욕구충족은 조합에 출자한 조합원과 조합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협동조합은 동전처럼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즉, 조합운영과 조합원에게 더 나은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을 확장해야 하며, 동시에 조합원의 의식계몽을 통하여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협동조합이 담당해야할 사업이라는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