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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성희롱

어제 지역 모임이 있었다.

모임 후, 뒷풀이...

술먹다가, 한 남성동지가 여성동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000동지, 얼굴에 살이 빠지니까 더 이쁘네"

난 이 말은 성희롱이라고 느꼈다....그 다음...

 

옆에 있던 다른 동지들이 거든다...

"우리 지역(모임이라고 했던가?)에 이쁜 동지(여성)가 몇 명 있는데, 그 중 000동지가 제일 이쁘고, 000동지가 그 다음이고 어쩌고 저쩌고...."

난 이 말도 맘에 들지 않는다.  무의식적, 무대상적 성희롱이랄까...

 

흔히, 여성에게는 "이쁘다"고 표현한다. 남성에게는 "멋있다"고 표현한다. 남녀성차별에 따른 표현이다. 그러면서,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 이야기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쁘네"라는 표현은 남녀성차별에 따른 표현에 기반을 둔, 여성을 이쁨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성희롱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학교에서 더 이상 "이쁘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보기 좋다"라거나, 여남학생 모두에게 그냥 "멋있다"고 한다.

 

"이쁘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면, 그 대용 언어를 생각해 볼 일이다. 더군다나 "살이 빠지니까"라는 건 여성의 신체(혹은 남성의 신체)에 대해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에 입각한 부분이다. "살이 찌고 안 찌고"가 어떤 사람의 외모에 대해 "나아지고 안 나아지고"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지가 의문이다. 과도한 비만에 따른 건강의 문제를 제외하고 말이다.

 

성희롱이라는 말로 느껴졌을 때, 난 어떻게 했어야 할까...듣고 불쾌하기만 했지 아무 말은 못했다.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말하기보다는 다른 적절한 말하기 방식을 내가 순간 몰랐기 때문이다.

 

성희롱과 관련하여, 난 적어도 원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원칙적이라 함은 그 자리에서 바로 문제제기를 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말하기 방식에서 난 적어도 덜 공격적인 말하기를 고민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공감할 수 있는 말하기 방식을 선택하려 한다. 그리고 철저히 피해자중심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인 줄 몰랐다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소위 무지의 이유로 이해되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쾌함과 동시에 원칙적이지 못한 나에 대해서도 실망스러웠다.

다음부터는 - 다른, 차별에 따른 폭력에 대해서도 - 나중에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게 하리라.....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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