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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분이었다.
너무 적극적이어서 더 어려웠다.
나는 근본적으로 몸이 굼뜬 회의주의자여서 매사에 소극적이고 소심해서 그렇기도 할 것인데,
나는 왜 그가 그렇게 밥벌이에 도움도 안되는 민노당 활동을 그렇게 열성으로 지지하는지,
왜 평통사 활동에는 그리 몸바쳐 열심인지 납득이 잘 안되었다.
사람을 그가 속한 단체로 판단하는 못된 습성으로
아마도 그가 지지한 정파와 단체들에 대한 내 편견이 작동한 탓도 컸고,
내가 제 밥 벌이하고 사는 생활인도 못되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활동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여서
더욱 그랬다. 실은 그의 낮은 학력과 택시 노동자에 대한 은연중의 무시 같은 것도 있었다. 뭘 제대로 알까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진짜 인간이고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배워온 어설픈 먹물이라
정말 이기적이지 않은 한 인간이 있음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정말은 아직 내가 사람을 제대로 믿고 이해하고 사랑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모든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사람을 사람으로 만날줄을 몰라서
그를 만나면 나를 부끄럽게 했고 대하기 껄끄럽게 만들었다.
그런 사람을 그 말고는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만났는데도 만난 줄도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죽고 벌써 3년이 되었다는데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점점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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