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허세욱에 대한 고백

 참 어려운 분이었다.

 너무 적극적이어서 더 어려웠다. 

 나는 근본적으로 몸이 굼뜬 회의주의자여서 매사에 소극적이고 소심해서 그렇기도 할 것인데,

 나는 왜 그가 그렇게 밥벌이에 도움도 안되는 민노당 활동을  그렇게 열성으로 지지하는지, 

 왜 평통사 활동에는 그리 몸바쳐 열심인지 납득이 잘 안되었다.

 사람을 그가 속한 단체로 판단하는 못된 습성으로

 아마도 그가 지지한 정파와 단체들에 대한 내 편견이 작동한 탓도 컸고,

 내가 제 밥 벌이하고 사는 생활인도 못되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활동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여서

 더욱 그랬다.  실은 그의 낮은 학력과 택시 노동자에 대한 은연중의 무시 같은 것도 있었다. 뭘 제대로 알까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진짜 인간이고 '제대로 된 인간'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배워온 어설픈 먹물이라

 정말 이기적이지 않은 한 인간이 있음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정말은 아직 내가 사람을 제대로 믿고 이해하고 사랑할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모든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사람을 사람으로 만날줄을 몰라서

 그를 만나면 나를 부끄럽게 했고 대하기 껄끄럽게 만들었다. 

 그런 사람을 그 말고는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만났는데도 만난 줄도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죽고 벌써 3년이 되었다는데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점점 더 커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