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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문제...

그저께 학교 교지에 실을 시간강사 문제에 관한 서면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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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몇 개 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계시나요. 또 일주일 수업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 현재 1개 학교에서만 강의를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8시간 수업을 합니다.



★ 연구할 시간이나 수업 준비할 시간은 넉넉하신 편인가요.

- 학기가 시작되면 연구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편이고요, 연구해서 논문 쓰고 하는 일들은 거의 방학 중에 합니다. 수업 준비하고, 학생들, 노트 또는 리포트 검사하고 첨삭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가다가 학생들 하고 소주 한잔하기도 합니다.



★ 이제 본격적인(?) 질문을 하겠습니다. 시간 강사가 교수와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지

   만 처우의 정도는 매우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교수와 강사가 하는 일이 많이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실제로 학생들 하고 수업하고 같이 생활하는 데에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신분 차이가 엄청나게 납니다. 교수님들은 교원 지위를 가지고 있고 정규직이지만, 시간강사님들은 교원 지위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일용잡급직으로 되어 있는 비정규직입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은 한 달 임금(고정급)을 고정적으로 받지만, 시간강사님들은 학생들 아르바이트처럼 시급제(시간당 임금제)로 임금(강의료)을 받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시간강사들은 학과 일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시간강사들은 이른바 <보따리 장사>처럼 떠돌 수밖에 없는 신분 때문이지요. 교수님들은 학과 일 전반에 대해 신경을 쓰시고 강의도 하시지만, 시간강사들은 강의만 하시는 실정이지요.

임금에 관해서 말하자면 교수 대 시간강사의 평균 임금 비율(연봉으로 계산해서 보면)은 7~8 대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사들의 한 달 평균 임금(강의할 때만)은 70~80만 원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강사들은 1년 중 방학 4달 동안은 임금(강의료)을 전혀 받지 못합니다. 1년에 연봉 1천만 원 미만인 강사가 아마도 전체 시간강사 중 2/3 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어떤 시간강사 분들은 방학 중에, 아니면 학기 중에도 생활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설 학원에서 강의하시기도 합니다.

교수님들은 교원 신분으로 기본권인 4대 보험(건강보험, 국민연금, 퇴직금,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시간강사님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처지에 있습니다. 교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지요(물론 몇 년 전에 시간강사에게도 고용보험을 실시한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 고용보험 제도가 완전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었습니다. 시간강사들은 6개월 임시계약직입니다. 그런데 고용보험의 혜택인 실업급여 같은 것의 혜택을 보려면 1년 이상 계약 조건에서 근무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 제도는 시간강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만 아니라 아무런 혜택도 없이 고용보험을 낼 수밖에 없는 아주 잘못된 제도이지요. 아직도 실정을 잘 모르는 시간강사님들이 고용보험료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학교 측에서 수업을 맡기 전에 계약서를 주로 쓰는 편이신가요. 듣기로는 수업을 이미

   하기로 해놓고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강의를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본인이나 주변에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나요.

- 학교 측과 근로 계약서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물론 강의를 하게 되면 시간강사 위촉장이라는 것을 주는 학교도 있긴 한데요, 거의 이런 일은 드물다고 보시면 됩니다. 강의는 학교 측에서 강의해 달라고 연락이 오면 하는 것이고, 아무런 말이 없으면 없게 됩니다.

강의를 하라고 해 놓고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강의를 안 주는 경우를 제가 당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그 강의가 수강 인원이 안 돼서 폐강이 된 경우엔 강의를 못하게 될 수는 있습니다.



★  2003년 서울대 러시아어과 시간강사 백 아무개 씨, 2006년 서울대 독문학과 시간강사      권 아무개 씨와 부산대 시간강사 김 아무개 씨 등 시간강사의 자살이 이어져오고 있는

    데요, 건대 충주 캠퍼스에서 강의하던 시간 강사 한 분도 자살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아시는 부분이 있는지,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건대 충주 캠퍼스 일을 모르신다면 시간 강사들이 왜 자살을 선택해야 했는지 등에 대       해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물론 자살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간강사라는 객관적인 사회적 위치, 구조 역시도 주요한 원인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시간강사들은 파리 목숨과 같습니다. 그러나 시간강사님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이러한 피리 목숨 구조 속에서도 학문 연구자, 대학 선생님이라는 자존감으로 버티고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존감이 없으면 누가 이 열악한 3D 업종(저희 시간강사님들은 자조적으로 시간강사가 3D 업종이라고 말들을 합니다)에서 일하겠습니까?

그런데 강의가 없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서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살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 자존감이 무너진다는 것은 실낱같은 대학 선생님, 학문 연구자로서의 객관적이고 물적인 토대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강의가 없어진다는 것은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고,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자신의 학문 연구 분야를 떠나는 것, 즉 학문적 인간관계가 단절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살아 있는 시간강사들도 언제 끈 떨어진 연이 될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한 상황에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학문 후속 세대가 점차 사라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학문을 연구하는 기관인 대학이 죽는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사회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물론 다른 사회적인 문제들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강의를 해서 얻는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사립대의 경우 전임 교원의 인건비가 시간 강

   사의 7.7배 정도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시간강사님들이 월 평균 임금은 70~80만 원대입니다. 국공립 대학의 경우 시간강사님들의 시간 강사료는 4만 원대이고요, 사립대의 경우는 3만 원대이고요, 전문대학(2년제 대학)의 경우는 아직 2만원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전임 교원의 총 인건비와 시간강사들의 강의료의 비율이 최대로는 7~8배 정도 되는 것이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 의료보험과 퇴직금 등의 사회 복지제도는 잘 이루어지고 있나요.

- 시간강사님들에게 이러한 사회복지 제도는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하는데, 6개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에서 4대 보험 쟁취를 위한 입법 청원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FTA와 관련하여 의료보험, 퇴직금,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의 4대 보험이 민영화되면, 시간강사님들에 대한 4대 보험 적용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다른 한편,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음에 따라서 교육부나 대학 당국이 법 개정(?)을 통해 시간강사님들의 법적 지위를 <일용 잡급직 노동자>에서 학원 강사들이나 학습지 교사들처럼 <개인 사업자>로 변경할 경우, 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집니다.

이렇게 될 경우 시간강사님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어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면서 생존을 위한 많은 강의 시간 수를 얻고자 할 것이며, 결국에는 수업의 질이 떨어질 것이며 학생들의 수업권이 엄청나게 침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수업권의 침해는 결국 학문과 대학 발전의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질문이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은 아닌가 걱정되네요.^^;

  끝으로 학생들이나 학교에 한 말씀 해주세요.

- 괜찮습니다. 시간강사들의 문제는 시간강사 개개인의 생존 문제를 넘어서는, 대학과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사회 공동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 여러분들이 취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물론 그 반대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문제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연대,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강사들의 법적 기본권인 4대 보험 쟁취를 위한 여정에 학생 여러분들의 연대와 지지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뱀발 : 인터뷰 잘 했는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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