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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세상(학생 글)

오늘은 같이 공부하는 학생의 글을 한 편 싣고자 합니다.

같이 공부하는 주제는 <인권>이고요,

교재는 [인권](최현 지음, 책세상, 2008)입니다.

수업 시간에 같이 공부했던 내용과 관련한 내용을 에세이 형태로

공책에 정리한 것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학생 글은 재미 있고 신선해서 욕심 같아선 여기에 다 싣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이 학생이 허락한다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글도 이 글 쓴 학생에게 허락을 이미 받았습니다.)

아마도 근대 실정법에서 정해진 시민권과 관련한 에세이라 여겨집니다.

근대 실정법 초기에 시민권은 부르주아 성인 남성(자본가 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고,

노동자 계급, 여성, 외국인 등은 아직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한 상황을 비꼬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재미 있는 글이 될 것입니다.

제목은 <거꾸로 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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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열혈 법학도였던 기자 A는 법 제정 60년을 기념하여 정부가 주최한 행사에 취재차 참석하게 되었다. 그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나라에 법이 나타나면서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 받는 살 만한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법은 자유와 평등과 같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인간의 권리를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는 법을 사랑했으며, 법을 지키는 데 있어서는 강박 증세를 보일 정도였다. 그렇기에 오늘 정부가 마련한 축하 자리에 그는 꼭 가야 했다. 자신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 없는 지원을 해 준 법에 감사하기 위해서 말이다.

 

행사장에 도착한 기자 A는 운이 좋게도 그가 존경하는 고매하고 고결한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거리에 마련된 좌석에 앉게 되었다. 그는 가슴이 떨려왔다. 법과 가장 가까운 인간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그에게는 축복이었다. 그러나 그의 만족감과 행복은 오래가지 못 했다. 장관의 주변에 두 남자가 앉아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관의 오른 쪽에 앉은 대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 이번에 새로 제정될 양도세 법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양도세는 낮추어야 합니다.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문제야 재산세나 증여세에도 있지만 양도세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죠. 지금처럼 높은 양도세는 우리가 쌓은 재산을 조금씩 갉아 먹을 뿐입니다. 노동부 장관도 같은 생각을 하고 게신답니다.

 

- 이보세요. 양도세를 완화한다고 하면, 언론에서는 재벌들을 위한 법 제정이라 비난할 게 분명합니다. 국민들 또한 마찬가지일 겁니다.

 

장관의 왼쪽에 앉아 있던 머리카락이 희끗한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대머리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 우리가 일반 국민들의 경제 생활을 방해합니까? 그들도 충분히 재산을 모을 수 있는 제도와 기회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지켜 주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자유와 평등!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는 데 말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작년에 제정된 증여세 인하 법안도 무사히 통과했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갈 텐데요.

 

기자 A는 혼란스러워졌다. 법무부 장관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다.

그가 존경해 온 법무부 장관이 그들의 말에 그 어떤 불쾌한 기색도 없이 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법이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인간의 권리는 법을 지키기 위해 저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 왔던 것이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그는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행사장을 벗어나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기자 A의 눈에 세상이 거꾸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하늘에 다리를 두고 걸었다. 나무들고 거꾸로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이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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