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인권기자단 기사

2010/11/24 13:01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참 좋은 말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

꽃보다 아름다우시죠?

우리 모두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아름다워 질것입니다."



 

- 강의를 시작하며, 소모뚜

 

유난히 추웠다는 지난 토요일,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추위를 무색하게 만드는 노래 소리가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 11월 13일, 경북대학교에서 대구참여연대가 주최하는 시민학교가 열렸다.

 ‘이주민, 그들의 역사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의는 버마에서 온 이주노동자 활동가 소모뚜(35)씨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시작됐다. 

 

이주민,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한 도전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소모뚜씨의 고향은 버마이다. 100년 가까이 지속되는 독재정부, 그 정부 아래서 유린되는 인권, 가난에 시달리는 국민들. 아동군인이 7만 명인 나라, 내전으로 고통 받는 소수민족들. 이것이 그의 조국 버마의 현실이다. 공무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버마 민주화를 위한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게 되었다. 그 후,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자 15년 전 한국으로 와서 '이주민'이 되었다.

 

소모뚜씨는 이주민을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한 도전자"라고 말한다. 그의 첫 도전은 김천의 박스 공장에서 시작됐다. 매일 15-16시간 씩 고된 노동을 했지만, 가족의 생계에 대한 책임과 스스로 한국 경제 발전의 일원이라 여기며 묵묵히 8년을 일했다. IMF때는 월급을 반만 받고 라면을 먹으며 경제 위기 회복을 도왔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닥칠 때면 해고 일 순위는 '이주 노동자'였다. 때로는 범죄자,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 끝난 G20 정상회의를 대비한 강화된 단속으로 베트남 이주 노동자가 추락해서 숨지기도 했다. 소모뚜씨는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들에게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돌아온 것은 "그럼, 어디에 있겠느냐"라는 대답 뿐이었다.

 

정부의 단속과 사회의 냉대 앞에서 그의 친구들은 강제 추방되거나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암담했다. 이주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알리려 했지만 정부도, 언론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이주민의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활동가'로의 삶을 시작했다.

 

 

이주 노동자 활동가, 소모뚜

 

'활동가' 소모뚜씨는 무척이나 바쁘다. 이주 노동자의 방송 MWTV 대표와 다국적 노동자로 구성된 밴드, ‘스탑크랩다운(Stop Crack Down, 강제추방중단)’에서 보컬․기타리스․작곡을 맡고 있다. 또 그의 고향 버마 민주화를 위한 '버마 행동, 한국'의 총무를 맡고 있다. 그 외에도 이주노동자의 임금 착불이나 근로기준법과 관련된 노동 상담, 결혼 이주 여성들에 대한 지원 산업까지. 몸이 두 개, 세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소모뚜씨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 보람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다. 당장 생계를 이어가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방송이며 밴드를 이끌어 가기엔 인원과 재정은 너무도 열악하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땐, 기본적인 방송 기술조차 몰랐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이뤄야 할 꿈이 있다. 그는 "방송, 밴드 방법은 다르지만 그 목적은 하나다. 차이로 인해 차별 받지 않는, 함께 사는 다문화 사회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Hero-System의 한국 다문화


현재 한국의 이주민은 120만 명. 곳곳에서 이주민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한국 사회와 경제는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에 기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한국은 다문화 사회'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방송에서는 명절이면 한복을 입은 이주민이 한국 노래를 부르거나, 김치를 담그는 모습이 나오곤 한다. '한국인이 된' 이주민. 그 때서야 한국 사회는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소모뚜씨는 '한국인이 되어야' 하는 다문화 사회가 마땅치 않다. 그가 느끼는 한국 사회의 다문화는 단지 “결혼한 이주 여성을 한국화 시키거나, 못 사는 나라의 여성이 한국 남성을 만나서 잘 살게 된다는 ‘Hero-System’”일 뿐이다. 소모뚜씨가 희망하는 다문화 사회는 모든 이주민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는 사회이다. 그는 “모든 이주민이 한국인이 되면 다문화는 필요 없다”며 “네팔 사람, 필리핀 사람 이렇게 당당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차별하지 않고 사는 사회가 다문화 사회”라고 말한다. 결국 그가 말하는 다문화 사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부터 이주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모뚜씨가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에 '다문화 사회'로 가는 길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주노동자도 또 하나의 전태일이에요"

 

강연이 이뤄진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40년이 되는 날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다. 40주기를 맞아 지난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 노동자 대회'에 소모뚜씨도 참여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이주 노동자 역시 또 하나의 전태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70만 명이 '이주 노동자'임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는 소모뚜씨가 설 자리는 없다. 소모뚜씨는 "최소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근로 기준법의 소중함을 온 몸을 불태워서 보여 줬던 전태일 열사와 수많은 한국인 노동자처럼 이주 노동자도 한국에서 최소 하루 평균 15시간 고된 노동을 하며 저임금, 사업장 폭행 나아가 인종적 문화적 차별까지 당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주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행사장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고, 이에 대해 발언할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이주 노동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노동계 내에서도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많이 미약하다. 소모뚜씨는 "노동자가 서로를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 모든 노동자는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함께 갇혀있기 때문에 연대해서 싸워야만 한다"고 말한다. 한국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서로 반목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라는 동질감을 회복하고 연대를 해나가는 것이 절실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소모뚜씨는 "한국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전략적 프로그램을 노동계에서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 노동자에게 다가가서 이주민에 대한 현재 상황, 이주민이 여러분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님을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연대에는 한국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주 노동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TV속에 왕왕 나오는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며, 한국 문화를 잘 아는 이주 노동자는 사실 드물다. 노동자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이주민이 한국어를 몰라서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활도 되지 않는다. 자연히 이주민과 한국인의 연대는 어려울 수밖에. 소모뚜씨는 "이주민들도 자신이 월급 못 받는 것만 주장하지 말고 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동과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이주민은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에 관심을 가져 함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든 나의 고향, 한국

 

"한 모금이라도 얻어먹어 봤으면 반드시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소모뚜씨가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 활동가로 사는 것은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한다. 버마에서 20년, 한국에서 15년을 보냈다. 그에게 한국은 또 하나의 고향과 같다. 그는 "한국에서 실망스러운 모습도 많이 봤지만, 버마에서는 얻어갈 수 없는 민주주의․자유․평등에 대해 배웠다"며 스승과 같은 고마운 존재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제가 한국에 산 것에 대한 은혜를 갚는 것이죠. 내가 가진 것 없잖아요. 때문에 제 나름대로 외면하지 않고 같이 행동하는 것으로 갚아나가는 것이죠"

 

정든 고향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그의 희망. '차이로 인해 차별 받지 않는', '함께 사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의 당찬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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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0:51 2010/12/0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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