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4년도부터 현재까지 초등·중학생들 대상으로 다문화 강사활동을 해 왔다.
버마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버마 내에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가진 여러 민족들이 살고 있다는 것, 버마와 한국 두 나라간의 다른 점들 등등을 ppt와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식으로 강연을 했었다.
아이들은 내가 버마가 남한 보다 7배가 크다고 할 때, 버마에 여러 가지의 보석들이 나온다고 할 때, 버마에 있는 우리 집의 앞뒤에 바나나 나무가 4개 있다는 것을 얘기 해줄 때마다 우와, 우와 하며 귀엽게 반응하면서 유심히 들어준다.
대나무로 만든 버마정통 공 (칭롱)을 보여주고 관련 영상을 보여줄 때는 영상에서 나온 버마 어린 소녀가 발, 무릎, 머리 등으로 다양한 자세로 공을 땅에 떨어지지 않게 치는 것을 아이들은 입을 쫙 벌리고 신기하게 본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영상에 봤던 대나무공을 가져서 열심히 따라 쳐본다. 처음에 공을 땅에 떨어지지 않게 치는 버마정통 칭롱 공놀이를 직접 해보던 아이들은 생각보다 어렵자 나중에는 칭롱 공을 가지고 축구나 배구를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버마정통 웃을 입혀주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버마 웃을 입는 것에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점점 자기도 한번 입어보겠다고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져온 통기타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를 불러주면서 다 같이 부르게 한다. 역시 이번에도 아이들은 아주 귀엽게 노래를 따라 부른다. 아이들과 나의 사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더 가까워진다. 내가 버마어 인사말, 감사 말을 가르쳐줄 때도 아이들이 열심히 따라 외친다. 나에게는 아이들이 외치는 버마 말이 왜 이리 귀엽고 아름답게 들린 건가.
버마는 기부 문화가 강해서 사람들이 매일 매일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래서 적어도 자신의 집 앞에서 시원한 물이 담긴 항아리를 갖다 놓고 길가다가 목이 마른 사람들이 물을 마실 수 있게 물 기부를 한다. ‘기부는 남아야만 주는 것이 아니라 적더라도 기부를 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기부문화에 대한 설명을 했을 때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또한 선생님 앞에서 팔짱끼고 있는 버마 어린이 사진을 보여 주면서 왜 이 아이가 팔짱을 끼고 있는 걸까 물어보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선생님한테 혼나서라고 답했다. 버마에서는 선생님이나 어른들 앞에서 팔짱을 끼고 이야기해야 예의 바른거라고 설명 해주자 아이들은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한국에서는 그게 건방진 모습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를 교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에 어렵지 않았다. 왜냐면 아이들과 나는 이미 하나가 되어 가니까.
나는 아이들에게 버마에서 보내준 버마간식을 맛보라고 준다. 아이들은 역시 아이답게 버마간식을 맛있게 먹어 준다. 그리고 나는 준비해온 카드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림들이 들어 있는 카드들과 그림을 뜻하는 버마어가 적혀진 카드들을 맞춰보는 놀이다. 신기하게도 아이들 대부분이 엄마, 아빠, 선생님 그림이 있는 카드들과 그 뜻을 의미하는 버마어가 있는 카드들을 잘 맞춘다. 나는 여러 학교 학생들에게 이런 카드놀이를 시킬 때마다 같은 경우를 보게 되어 늘 놀라워했다.
아이들과 나는 문화로 노래로 놀이로 음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서로 친해지고 정도 들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사이에 편견을 가지고 만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자, 여러분, 제가 여러분에게 버마의 문화, 음식, 놀이 등을 많이 설명 해줬어요.
그런데 여러분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손들어서 물어보세요.”라고 얘기를 한다. 아무도 손을 안 든 적이 있었다. 다른 나라에 대한 많이 궁금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내 생각이 틀려버렸기 때문에 좀 당황했다. 그래서 내가
“좋다, 그럼 선생님에 대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손들어 봐요.” 라고 얘기하자 아이들 거의 손을 들어
“선생님! 몇 살이에요? 애인 있어요? 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 등등 나에 대한 질문들을 하나둘씩 던져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것을 보면 아이들에게는 다른 나라의 문화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줘도 아이들에게 진짜 궁금한 것은 자신들과 다르게 생긴 한국어를 하는 자신들과 친하게 노래하고 노는 아저씨가 누군지에 대해만 궁금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보다 다르게 생긴 사람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울림을 통해 서로 간에 벽을 없앨 수 있다. 이미 아이들이 나에게 이것을 가르쳤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 머릿속 기억 속에 남을 것은 버마가 어떻게 생겼고 문화가 어쩌고 하는 것 보다 소모뚜라는 다르게 생긴 버마아저씨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문화보다 먼저 사람에게 집중 합시다”
아이들에게 얻은 교훈이다.
소모뚜
[이글은 한국장애인 재단 “세상을 여는 틈”에서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