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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황폐해지는가?

아주 솔직한 고백처럼 느껴진다. 비아냥거릴 생각은 전혀 없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엇비슷한 처지인지 모르겠다고 느낀다. 단지 사람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경계하자는 뜻에서 기록한다. (그리고 그가 제대로 되살아나길 바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토해놓을 지면을 갖고 있다는 게 어찌보면 특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면을 채우려면 세상의 거의 모든 일에 '견해'를 가져야 한다. 그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 똑같은 글을 소재만 바꿔 고쳐 쓰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언젠가는 동일한 글쓰기가 반복되는 지루한 동일자의 무한증식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논객의 발언은 기술적(descriptive)이 아니라 규범적(normative)이다... 말과 글을 쏟아낼수록 글쟁이는 제 말로 제 몸을 옭아매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숨이 막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글쟁이는 자신의 비루한 현실과 글을 쓸 때에 연기하는 이상의 괴리에 역겨움을 느끼다가 결국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이제는 규범을 말하고 지키는 논객이 아니라, 그냥 사실을 기술하는 기록자나 허구를 늘어놓는 이야기꾼이고 싶다.

 

글쓰는 이가 절대로 잊으면 안되는 것은 “글은 자신의 고백이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2006/05/29 20:47 2006/05/29 20:47
2 댓글
  1. yaalll 2006/05/30 12:38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문체는 만들어지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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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rishin 2006/05/30 21:54

    yaalll님 반갑습니다. 문체에 관한 한 할 말이 없는 사람이어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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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진보 진영의 글을 번역해 공개하는 걸 주 목적으로 하지만 요즘은 잡글이 더 많습니다. mari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