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서 <환경호르몬>
얼마전 한 방송사의 환경호르몬 특집 프로그램 때문에 환경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일부 살아나는 듯 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실험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환경호르몬의 폐해에 다시 무관심해질까 걱정된다. 그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을지언정, 환경호르몬의 위험은 분명하며 심각하다. 그래서 환경호르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자연과 인간을 살리는 길이다. 인간은 자연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지만 자연을 지켜낼 수도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임을 잊으면 안된다. 우리에겐 자연까지 파괴할 어떤 권리도 없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책을 몇권 비교해서 (널리 알려진 <도둑 맞은 미래>는 비교하지 않았다.) 가장 괜찮아 보이는 책을 한권 골라 읽고 있다. 데보라 캐드버리(Deborah Cadbury)가 쓴 <환경호르몬>(원 제목: 자연의 여성화, The Feminization of Nature), 전득산 옮김, 전파과학사, 1998. (1만2000원)이다. 아직 끝부분 일부를 채 못 읽었지만, 읽은 내용만 봐도 이 책은 필독서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영국방송공사>(BBC)의 과학 프로그램 프로듀서인 지은이가 환경호르몬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썼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유럽과 아메리카합중국의 연구 결과들을 총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 화학공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한 인공 화학물질들이 어떻게 인간과 자연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 책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환경호르몬이 현대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무관하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의사들과 제약업계가 부추긴 무분별한 약품의 남용, 이윤만 생각하는 기업들과 자본의 행태 등이 인간과 자연을 얼마나 위협하는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환경호르몬에 대한 자본의 대응에 대해서는 ‘<뉴욕 타임스>의 과학 보도에 무엇이 잘못됐나?’에도 약간 나온다. ‘환경 호르몬’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부분을 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쓰기로 하고 일단 이 책 282쪽의 한 대목만 인용한다.
아너 소토는 에덴 동산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듯한 느낌이었다. “만사가 다르게 보이는 거 있죠. 제가 원하는 것을 마셔대면서 아무런 해도 없겠거니 하던 시절에 가졌던 천진난만함을 잃어버린 거죠. 이제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나니, 이렇게 마셔대도 되는 것인지, 이렇게 먹어대도 되는 것인지 의아스럽답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게되면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몸 속에 그대로 쌓여 가는 거지요. 그 사실이 저를 변하게 했답니다. 꼭 필요도 없는데 뭐 하려고 그러세요 하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들이 먹고 마실 때마다 우리 몸 속에 화학적 부담이 늘어간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된 거지요. 우리들이 합성해 낸 것들이 사방에 돌아다니다 이제 우리들에게로 돌아오는 거죠, 우리가 어떻게 하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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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Deborah Cadbury, 환경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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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1 00:44
book_title: The Feminization of Nature subtitle: Our Future at Risk author: Deborah Cadbury publisher: Penguin UK - place: London distributor: Hamish Hamilton Ltd. date_issued: 1997-07-26 binding: hardcover ISBN: 0241137462 --- book_title: 환경호르몬
생태도시 2008/02/22 14:33
환경호르몬은 생활 전반에 깊숙히 연결되어 있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1초만 생각해도 지끈거립니다. 이런 이야기 어디다가 하면 미친놈 되는 것이 현실이니 그 실체가 완연하게 드러났을 땐 모든 게 돌이킬 수 없을거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