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의 힘(?)
어떤 종류건 일종의 '또래집단'이 생기면 그 가운데서 영향력이나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힘이 외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때는 그 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진다.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있는 '나의 서재'가 책을 사는 이들에게 꽤 영향력이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신문이나 잡지의 서평이 워낙 '주례사' 수준인 데다가 요즘은 신문 서평을 올려놓는 게 금지되어서, 독자 서평이 더 중요해졌다. 게다가 상당한 전문 지식을 지닌 '독자'들도 많아졌고, 이들에 대한 신뢰도 높다.
이렇게 쓰면서 의도적으로 피한 단어가 '권력'이다. 권력이라고 하면 마치 대단한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그들이 무슨 권력이겠는가? 이 글은 그 '힘'을 질시해서 쓰는 게 아니다.
아무튼 내가 자주 가는 어떤 '서재' 주인은 번역서의 오역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다. 그래서 많은 참고가 된다. 그런데 오역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좀 문제가 있다. 원서를 제외하고 다른나라 번역본과 비교해서 오역이라고 단정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래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쓰인 책의 한글 번역본을 영역본, 러시아어본 등과 비교하는 식이다. 이런 비교가 한두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면 문제다. 만에 하나 이런 비교 글을 보고 사람들이 번역서를 의심해 책을 사지 않게 될 경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워낙 엉망으로 번역된 책이 많아서, 나부터도 이런 평이 나오면 일단 꺼려진다.
자신이 일정한 영향을 끼치게 되면 책에 대한 평가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번역자에 따르면 철학에 대한 사회학의 복수”라는 촌평이 달린 책을 읽어보니 전혀 말이 안되는 평가였을 때 드는 기분은, '주례사'보다는 덜해도 여전히 씁쓸하다.
gaudium 2006/01/18 22:41
저는 그 곳을 '신간안내'로서만 이용합니다. 소개한 책 제목만 살펴보고 말지요.^^
marishin 2006/01/19 09:17
아무래도 저 또한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야겠습니다.^^
이재유 2006/01/20 14:13
본 원서가 프랑스, 독일이라면 거기에 맞게 번역을 해야지, 어떻게 영역본으로 원본 번역한 것을 뭐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영역본은 참고 사항일 뿐인데, 그걸 워본처럼 사용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가네요^^... 다른 얘기지만 번역 작업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리신 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지 하는 것을 느낍니다^^.
marishin 2006/01/20 15:30
이재유/ 저 또한 납득이 잘 안가는 게 그겁니다. 원본 빼놓고 번역의 오역 또는 질 논하는 현상, 참으로 연구 대상입니다. 그리고 제가 뭐 대단하긴요. 개인적으로 관심있고 재미(?)를 느끼니까 하는 건데요. 언제나 질은 보장 못합니다만^^
전김 2006/01/25 07:36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번역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끼네요..ㅎㅎ
그래서 번역하시는 분들이 대단해 보여요~
marishin 2006/01/25 18:53
전김님, 자꾸 주제와 다른 쪽으로 가고 있군요^^ 번역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계속 하다보면 이것도 요령(?)이 생깁니다.
제대로 하려면...
저 위의 gaudium님 말씀으로는, 번역이 비교적 잘된 번역서와 영어 원서를 구한 뒤 원서를 보면서 매일 정해진 분량을 번역해 번역서와 비교하는 방법이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2,000 페이지 정도 하면 문리가 트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