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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고발하는 ‘MB정부 3년’

 

교수들이 고발하는 ‘MB정부 3년’
 
 
 
한겨레 구본준 기자
 
 
»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김세균·강정구·장상환·변창흠·노중기·전병유 등 지음/메이데이ㆍ1만8000원

 

이런 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상황이 심각하니 문제를 짚는 책을 내는 것이 차선이란 판단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

 

그런 판단을 한 이들은 대한민국 대표급 학자들. 전문가로서 세상의 흐름을 미리 읽고 판단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 학자들의 역할이란 판단에서다. 각 분야의 저명한 교수들이 모여 이 책을 펴낸 까닭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란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책의 제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는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교수들이 각자 전공 분야의 현실을 고발하는 비상궐기대회 같은 책이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3대 교수·학술단체가 참여한 대형 기획으로, 정치 사회 노동 경제 문화 언론 사법 등 15개영역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3년 만에 최악 수준의 퇴행이 이뤄졌고, 이런 퇴행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원인은 단 한 가지, 이명박 정부의 독단 때문임을 각종 자료와 분석으로 논증한다.

 

기획 의도상 책은 강하고 날선 비판이 이어지지만 독자들에겐 유명 학자들이 어떤 부분을 문제로 포착하는지, 그리고 왜 그런 현상들이 문제라고 경고하는지를 보면서 분야별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과 의미있는 지표, 개념들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교양서처럼 읽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대중들이 그냥 간단하게 “세상이 살기 힘들어졌다”고 하는 현상의 이면과 너머에 있는 구조적 문제들은 결국 한국 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분야별로 문제로 꼽히는 것들을 읽다 보면 비판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분야의 기본 흐름과 상식을 요약해 훑어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 출범 3년이 지난 지금 정부부채가 810조원, 가계부채가 795조원에 이르며, 첨단산업과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청년 실업률이 8.5%에 이르며, 이런 현실을 보듬어주어야 할 문화공공성이 파괴되는 현실을 자세하고 일목요연하게 접하는 것은 가슴을 무겁게 만든다. 쓰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싶어진다.

필자 중 한 명인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그 심정을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주의의 후퇴나 대미 종속 심화로 인한 국익 훼손, 외교 정책의 실패로 인한 국제 고립, 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예술과 가장 독립적이어야 할 종교까지 권력의 파트너가 되는 ‘퇴행의 종합선물세트’보다 더 심각한 퇴행은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대한민국이 “물신·탐욕공화국으로 전환”된 점’이라고 지적한다.

 

외환위기를 맞아 자발적으로 장롱에서 금붙이를 꺼내 나라에 헌납하고, 충남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자 100만명 넘게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서던 국민들이 지금은 “나만이 경쟁에서 이기고 나만이 잘살자”는 소시민으로 바뀌게 되고, 그리고 “그런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러 부조리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아무런 소통도 없이 강력히 집행”하는 점이야말로 가장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결국 이 책과 같은 ‘기억투쟁’이 필수라는 것이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
메이데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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