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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너희들 거야/ 우리 반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

 

봄은 너희들 거야
 

우리 반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강우근
메이데이, 2010

 

 

 

얘들아, 추운 날씨에 잘들 지내고 있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공부하느라 힘들겠구나. 샘은 얼마 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 행사에 들렀다가 책을 잔뜩 얻어왔단다. 우리 반 학급문고에 두고 아침독서시간에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보며 너희들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려보았어. 이 책은 누구에게 권하면 좋을까, 이 책은 그 애가 참 좋아하겠구나 하면서. 방학하는 날 얼굴도 못보고 헤어져서 너무 서운했는데 아침마다 숨소리도 고요하게 책을 읽던 너희들을 떠올리며 샘은 잠시나마 무척 행복했단다.

아침독서시간이면 책상 서랍에서 읽던 책을 꺼내거나 책꽂이 앞에서 서로 책을 권하던 너희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10분 남짓이었지만 매일 아침 책을 읽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키워가던 너희들을 보며 샘은 어떤 책으로 우리 반 책꽂이를 채워놓을까 고민했지. 다행히 이런저런 출판사와 단체에서 책을 보내주는 바람에 책꽂이가 풍성해서 열심히 읽는 너희들만큼이나 늘 고마웠어. 고등학교에 가서도 하루에 10분 책 읽는 좋은 습관 잃지 않고 유지하기 바란다.

샘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너희에게 소개할 책은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야. 저자는 북한산 밑자락, 텃밭과 빈터가 있는 아파트 동네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사계절 자연놀이를 하면서 어린이책 그림을 그리는 분이야.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자연에서 노는 이야기를 쓰고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리지. 샘이 나무도감이나 꽃도감을 즐겨보는 것은 알고 있지? 그런데 이 책은 화려한 색깔의 식물도감과는 사뭇 다르구나. 식물도감을 들고 도시를 떠나 시골의 산이나 들판을 찾아가라고 하지 않는구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도시에서 ‘들꽃 되어보기’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보라고 제안하면서 도시의 들꽃처럼 한 뼘의 땅, 한 줌의 햇볕만 있더라도 바로 거기서 생명력을 키워내고 함께 어우러지는 꽃과 나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들꽃을 바라보자고 하고 있구나.

 

 
우리가 매일 걷는 길의 보도블록 사이에도 봄이면 꽃다지며 민들레가 노란 꽃을 피우고, 길가에는 하늘색 꽃마리며 하얀 봄맞이꽃이 무리 지어 피어나지. 아니,지금 당장 집밖으로 나가 살펴보면 한 줌이라도 흙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뿌리를 내리고 추위를 견디며 언제든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 풀들을 볼 수 있어. 이 책에는 어떤 어려움에도 기어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만들며 살아남는 들꽃이며 나무 이야기가 담겨 있단다. 들꽃이 살아가는 모습이 어쩐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니?

응달의 그늘에서, 한겨울 살얼음 아래, 크고 웅장한 나무들 사이, 두껍게 깔린 낙엽과 함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존재인 들꽃은 시멘트 사이사이, 전봇대 아래, 건물의 틈새와 틈새, 경계석에서 피어나 그 도시와 어울려 살아가지. 눈을 끄는 색깔이나 장식이 없어도, 코를 자극하는 향기가 없어도 한 줌 흙만 있다면 거기에서 살아 움트는 존재는 잡초라 불리는 들꽃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공부하느라 힘들면 잠시 멈추고 나가서 발아래를 살펴보렴. ‘보잘것없는 것이 세상을 바꾼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주는 들꽃을 보면 삶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을 거야.



김정숙_서울 신도림중 교사 / 2011년 02월01일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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