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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문제는 ‘국익’ 아닌 ‘계급 양극화’다(경향신문)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낯선 식민지, 한미 FTA
이해영
메이데이, 200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242230575&code=910302

한·미 FTA 문제는 ‘국익’ 아닌 ‘계급 양극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입력 : 2011-10-24 22:30:57ㅣ수정 : 2011-10-24 22:30:58

 

 

ㆍ이익 분배 안되면 ‘부익부 빈익빈’ 더 심화

 

자유무역협정(FTA)의 본질은 ‘국익’이 아닌 ‘계급’이다. FTA는 양국에 사회적 부의 총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이익의 공평한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는 FTA 결과는 양국에 계급 양극화의 심화로 나타난다. 두 나라 모두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질 기회가 보장되는 반면, 가지지 못한 자는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 의회연설에서 “한·미 FTA는 130년 양국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양국이 ‘윈-윈(win-win)’하는 역사적 성과”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은 옳을 수 있다. 정부 분석을 옮기면, 한·미 FTA 발효시 한국은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이 5.66% 증가하고, 일자리는 35만여개 늘어난다. 미국도 연간 GDP가 100억~120억달러, 일자리 7만개가 증가한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GDP 증가율이 0.08~0.13% 수준에 머물 것”(이해영 한신대 교수), “10년간 조세수입은 2조1000억여원 감소할 것”(신범철 경기대 교수) 등 반론이 만만치 않다.

 

 

농민 시위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2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끝장토론이 열리던 국회 회의장에서 비준 반대 시위를 하자 국회 경위들이 저지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정부의 말이 옳다고 해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윈-윈’의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FTA는 관세 철폐를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교역량을 늘려 경제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혜택이 일방적이다. 이정구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한·미 FTA는 국제무역을 확대·강화하는 것을 넘어 양국 기업주들이 이윤 추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간 무역규모 확대의 이면을 보면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투자자들이 FTA에 따른 과실을 독차지한다’는 것이다.

 

FTA 이익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이익은 ‘가진 자들의 금고’에 머물 수밖에 없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한·미 FTA로 인해 발생하는 물질적인 부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사회 속에서 고르게 분배될 수 있을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가 아래로 흘러내린다는 트리클다운(낙수 효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양국 기업의 번영은 서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0년 국민계정’을 보면 트리클다운은 없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년 만에 2만달러 대에 재진입해 2만759달러를 기록했지만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 중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은 59.2%로 전년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1974년 1.8%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해 말 현재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72곳의 유보율은 1219.45%를 기록했다. 유보율은 기업이 영업활동 혹은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1992년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효과를 보면 이 같은 문제제기에 힘이 실린다. NAFTA 발효 이후 세 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일시적인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익이 커지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04년 ‘NATFA 10년에 대한 영향평가와 우리나라의 FTA 정책에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멕시코는 다른 NAFTA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생산성 증가에 따른 이득이 노동자의 소득으로 이전되지 못함에 따라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해영 교수는 한·미 FTA를 ‘낯선 식민지’에 비유했다. 기존의 제국주의와 달리 ‘글로벌 자본 대 양국 민중’의 구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수출경제를 주도하는 초국적 기업과 미국계 초국적 기업은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지만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에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종철 발행인은 “한·미 FTA가 성사됐을 때 이득을 보는 사람은 단순히 한국인이나 미국인이 아니라, 한·미 양국 어디든지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자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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