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로마 감상문 펌

 뒤늦은 'Rome' 감상
오락거리 | 2007-10-18 04:15
스크랩 0 | 추천 0
이미 지지난주에 끝나버린 드라마 'Rome'의 감상을 이제 올리는 것이 좀 그렇긴 하다. 원래는 끝나고 바로 올릴 계획이었는데, 쓴 글이 날아가버렸다. --^ 한동안 제껴두고 있던 주제였는데, 아무래도 쓰긴 써야 할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라는 괴(怪) 저술가의 괴작(怪作)-<<로마인 이야기>>때문인지 요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부쩍 '로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때 HBO와 BBC의 합작으로 이뤄진 드라마 'Rome'도 이러한 유행 덕을 조금 본 것 같다. (블로그 등을 보면 시오노의 책과 이 드라마를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사실 드라마 'Rome'은 시오노 나나미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제국을 이룩하려다 실패한 일본 귀족의 퇴행성과 과거 제국이었던 그리고 지금 제국인 나라의 시민들이 갖고 있는 반성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시오노에게 있어 로마제국과 카이사르는 '위대함' 그 자체이다. 시오노의 로마는 외국인에게 개방적이며, 개인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하는 나라이며, 가장 발달된 도로망과 사회기반시설을 갖추었고, 현명하고 강인한 지배층이 다스리는 강력한 제국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괴상한 답변이라고 생각하지만)그녀가 생각하기에 '팍스 로마나'는 '팍스 아메리카나' 보다 우월한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제국이다. 과도한 추측이라고 할 지 모르겠으나, 학습원을 나온 일본 귀족의 퇴행적인 귀족놀음, 제국향수라고 보인다. 일본은 한때 만주국을 세우면서 '오족협화'(五族協和)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들의 제국은 개방적이지도 않았고 강력하지도 않았고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다. 마지막 한방울의 국력까지도 쥐어 짜냈지만, 상대편은 한쪽으로는 독일과 싸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가볍게 그들을 굴복시켰다. 마지막 남은 전쟁의지까지도 두방의 원자폭탄으로 날려버렸다. 따라서 이 책은 전형적인 일본인들의 서구취향과 퇴행적인 흉내내기 정도로 보아야 옳다. 아무리 시오노의 책이 사료에 대한 이해와 흥미로운 문체라는 장점이 있다고 해도 그 세계관은 너무나 천박하다.

그러나 HBO와 BBC의 관점은 과거의 제국, 현재의 제국이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본 경고와 반성이다. 제국이 되려다 좌절한 일본의 우익귀족은 어떨지 몰라도 이미 탄탄한 제국을 운영했거나 운영하는 나라의 관점은 그 너머를 보고 있다. 보레누스와 풀로의 배경을 살펴보자. 보레누스는 금욕적이며 엄격한 카토파이며 조상이 '자마전투'에 참가했음을 긍지로 아는 전형적인 로마 전사이다. 풀로는 어릴때부터 온갖 험한 일을 겪다 군대에 입대한 거칠고 천박한 (로마의 하층부를 지탱하던) 하층민의 전형이다.


(여자복은 지지리도 없는 두 사람. ㅠㅠ)

로마의 두계층을 대변하는 전형성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공통점은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두사람은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은 형제 이상의 진한 우정을 갖는다. 왜 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두 남자 다 지지리도 여자복이 없는 인간들이서가 아닐까? 이 두사람의 우정은 이들의 불행과 어려움 덕에 강해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두사람의 불행은 어디에서 온 것 일까?

보레누스는 귀족은 아니지만 분명 '자마전투'에 참가했던 조상을 자랑스러워 했듯이 중류층 가정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카이사르의 불장난으로 보레누스는 오랜기간 갈리아에 나가 있었고 꽃다운 어린 시절 결혼했던 그의 아내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 전쟁에 돌아와서도 보레누스의 경제적 상황은 그닥 좋지 않다. 오랜기간 가장 노릇을 할 수 없었고, 기껏 가져 온 노예들도 전쟁으로 인한 노예의 과잉공급에 따른 폭락, 전염병에 의한 죽음으로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것은 개인적 불행이 아니라 구조적 불행이며, 여기서 우리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과 포에니 전쟁 이후 로마 자영농의 몰락과 로마 정치의 혼돈상을 떠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풀로는? 풀로의 가정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몇몇 대사를 통해 그의 어린시절이 몹시 험악했음은 짐작할 수 있다. 전쟁을 통한 약탈, 착취, 노예로 이뤄지는 고대 로마사회에서 풀로는 그 기반을 이루는 거친 하층민 출신이다. 그는 보레누스의 비웃음대로 피정복민 여자를 강간하거나 화대를 한푼이라도 더 달라고 아우성대는 창녀만을 상대하던 거칠고 폭력적인 말썽꾼이었다. (그런데 이 금욕적인 보레누스가 말썽꾼 풀로를 받아주고, 다시 풀로가 흔들리는 보레누스를 받쳐주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재미이다.)

보레누스는 경제적으로 몰락해서 평소 경멸했던 도축업자일을 풀로와 해야 했고, 나중에는 로마 공화정에 대한 평소의 신념을 꺽고 카이사르의 독재행각에 부역했다. 풀로는 아예 자객 역할까지 했고.(사실 이 부분에서 두 사람을 꼭 비난할 수만은 없다. 어차피 대안이 없는 이상 영웅들의 장난질에 평범한 서민의 선택은 많지 않다.)

시오노가 그렇게 찬양했던 카이사르는 어떠한가? 'Rome'의 카이사르는 음험하고 탐욕스런 정치가이며, 독재자이다. 브루투스는 고귀한 공화주의자라기 보다 소심하고 나약한 청년에 가깝고, 로마의 안정을 가져왔다는 제1시민 옥타비아누스는 머리 좋은 냉혈한이며, 키케로는 입만 살아있는 얍삽한 인간, 서구 보수주의자들의 우상 카토는 기개는 있으나 완고하고 거만한 귀족주의자일 뿐이다. 하다못해 정숙한 현모양처였다는 옥타비아 조차도 여기서는 어머니와 동생의 권력의지에 희생된 희생양 내지는 타락한 여성일 뿐이다.

이미 제국이었던 그리고 현재 제국인 영국인과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로마는 공화주의의 탈을 썼지만 폭력적이고 착취적인 제국의 지배구조, 탐욕스런 귀족, 권력의지에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냉혹한 지배자, 가난한 민중, 폭력적이고 잔뜩 뒤뜰린 거대한 모순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민주주의를 운영하며 세계 곳곳으로 군사력을 투여했던 혹은 투여하고 있는 자신들의 조국에 대한 불안한 교훈찾기이다.

예전에 Q채널에서 BBC가 제작한 '글래디에이터-잔혹한 진실'을 보았는데, 과거의 제국 국민들이었던 영국인들은 정작 같은 제국이었던 로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로마인들은 호전적이었던 국민이었고 그 호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검투경기는 로마인들의 타락을 막아주는 스포츠였다. 로마 남성에게 동정심은 타락의 증거였고, 그것은 노파에게나 어울리는 경멸해야 할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전파로 부분적으로 검투경기에 대한 금지여론이 나오지만 정작 검투경기를 완전히 금지시킨 것은 로마인들이 야만족이라고 불렀던 이민족이었다. 로마인들이 광적인 유혈극을 벌이는 동안 로마의 변방에서는 온갖 희귀한 맹수들이 사냥되어서 나중에 몇몇 맹수들은 멸종에까지 이르렀다고 전한다.

유럽의 귀족을 동경하고 잃어버린 제국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일본의 귀족이 제국을 운영했거나 운영하고 있는 제국시민의 제국비판론에까지 사유를 미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한가지 답답한 것은 그래도 일본은 학문적 기반이 탄탄한 사회이기 때문에 제도권에서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시오노의 신동아 인터뷰를 보면 일본학계에서 그녀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퇴행적인 일본 귀족의 개인적인 백일몽일 뿐이지, 이것이 일본 학계나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축적된 학문적 기반이 약해서인지 학계의 부정적이고 우려섞인 시각이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유명한 사회과학 출판사였던 한길사에서 이런 퇴행적인 우익 서적을 돈이 좀 벌린다는 이유로 독후감 대회까지 열어 가면서 홍보하는 것은 변절과 타락이라는 단어 외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로마인 이야기>>의 중딩, 고딩 독후감을 보고 있자니 그 유치한 감탄과 찬사에 절로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 오곤 했다.)

우석훈님의 블로그를 보면 자주 우리사회가 파시즘과 전쟁으로 향하고 있다는 불길한 예언을 접할 수 있다. 요즘 사극에서 없는 제국을 만들거나 일본 귀족의 퇴행적인 제국 취향이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런 징후가 없다고는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제국의 안마당 동아시아에서 제국의 2급 동맹국 주제에 무슨 수로 제국을 꿈꾸시는지 그 야무진 속을 알 수가 없다. 정작 그 제국의 심장부에서는 "그 잘난 제국이라는 로마가 사실은 이렇게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난장판이었다. 우리는 저런 꼴 안되게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를 하는 판국에. 그런데 정작 이런 중대한 차이를 못 느끼고 책으로 읽은 로마를 영상으로 느끼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고민없이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잘난 영웅들의 권력 놀음에 힘없는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간의 연대일 것이다. 대책없이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에 이끌려가던 보레누스와 풀로가 옥타비아누스이 명령을 어기고 카이사리온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던 마지막 회를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특히 마지막 클레오파트라의 복수를 다짐하며 아직도 왕자로서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카이사리온을 타이르며 걸어가는 풀로의 모습은 영웅과 혈통, 가문의 복수 같은 귀족적 가치에  대한 유쾌한 비웃음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세밀한 당시 풍습과 장신구, 생활상에 대한 묘사는 감탄을 하면서 봤다. 전쟁씬을 많이 넣지 않았음에도 만만치 않은 제작비가 들었다는데 아마도 이러한 세밀한 소도구, 의상, 세트장 건설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비단 엄청난 제작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상당한 정도의 역사학적 축적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단적으로 '벤허'같은 오래전의 영화와 비교해보라! 그 몇십년간의 로마사 연구성과의 차이를 볼 수 있다.) 한국의 사극들은 있지도 않은 제국놀음 보다 이런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1. 지나가다 2007-10-18 08:13

    님께서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나 드라마 'rome'을 매우 재미있게 봤던터라 님의 글을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님께서 드라마에 너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시는것 같습니다. 반대로 '로마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너무 평가절하를 하시구요. 'rome'은 잘 만들어진 드라마이긴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드라마에 나오는 역사적 인물의 설정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로마인 이야기'처럼 로마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작가나 독자라고 해서 무조건 우익 제국주의자라고 하긴 어렵죠 더구나 님께서 그렇게 싫어하시는 시오노나나미도 정치적으로 보수우익적 발언을 했다는 것도 들은적도 없고 예전에 사상적으로는 좌파였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덧붙여 과거의 역사나 아니면 다른 문명, 문화 또는 나라를 볼때 어느정도 내재적 접근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문제겠지만, 역사를 보는 관점을 현재의 기준으로 삼고 바라본다면 역사적인 사실은 객관적으로 보긴 어려울 수 있을니까요.
    그럼 건필하십시오...

    1. umberto blog 2007-10-18 18:51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원래 감상자나 평론가들이 창작자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나 인식하지 못한 부분을 재해석해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감상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기도 하지요. 다만 'rome'은 확실히 로마제국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 그렇게 냉소적인 묘사를 할 이유가 없지요.

      시오노 나나미는 제국주의자 맞습니다. 지금 정규 학문과정을 통과한 로마학자들 중에 그렇게 무식하게 로마의 침략정책이나 사회정책에 대해 일방적 찬양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로마의 침략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되고 노예로 팔려갔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싹 무시하고 로마가 피정복민에게 관대했다고만 적는다면 그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그리고 일본인들 그 시오노 세대의 경우는 60년대 대학분위기 땜에 별의 별 얼치기들도 좌파흉내를 내고 다녔습니다. 나중에 완전히 우익으로 변신합니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나 '사원 시마' 같은 만화에도 잘 나옵니다. 그리고 시오노가 나온 고등학교와 대학이 어떤 학교들인지 아신다면 그 사람의 가정적 배경을 대충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2. 永革 2007-10-18 09:41

    한국에 번역된 책 중 로마인 이야기 11~15권 빼고는 다 읽어 보았는데.. 시오노 나나미는 우익 맞습니다. 사일런트 마이노리티였나, 에세이 중에서 자신이 전공투 세대였는데 당시 투쟁하는 또래 대학생들을 보며 인간의 선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는 얘길 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 그걸로 좌파였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죠. 꼭 정치적인 발언을 구체적으로 한 적이 있어야 사상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건 아니죠. 제국주의..는 차마 그 정도로까지 저작에서 드러내지는 못합니다만. 저도 umberto님과 비슷한 관점에서 미완성 독후감(?) 써 둔 게 있기는 합니다. ^^;

    http://www.virtuepeak.net/blog/?p=6

    영어였나 이태리어였나 로마인 이야기를 여튼 서구로 역수출한다던데 어떤 결과를 얻을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드라마 로마의 경우도 몰랐는데 물질적인 요소의 고증은 충실하지만 거기서 묘사된 로마인의 성격이라든가 이런 면들은 현대인의 관점을 투입시킨 측면이 크더군요. 저도 예전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사를 읽고 알았습니다.

    http://www.lemond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0

    본문 전체는 유료로군요.. ;; 혹시 내용이 궁금하시면 제가 갖고 있는 과월호 내용을 타이핑쳐서.. 음, 저작권법에 걸리려나요 ;

    1. umberto blog 2007-10-18 18:58

      이태리는 꼴통들이 많아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영어권에서 그렇게 많이 팔리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roem'이 물질적 고증은 충실하면서도 현대인의 관점을 투입했다는 지적도 (기사를 읽지는 못했지만)타당합니다.

      아티아가 딸 옥타비아와 어울리던 마약중독자 친구의 가문을 응징하자고 옥타비아누스를 꼬드기던 장면은 전형적인 현대 서구가정의 자녀마약 문제를 투영한 것이죠. '로마'에 묘사된 공화정의 위기 모습은 영미인들이 자신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적 경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 아니-- blog 2007-10-18 10:04
    추천 0 | 리플 5

    음... 시오노 나나미나 그 글을읽고 쓴 독후감들은 천박하다고 하셨는데, 님의 독후감도 그다지 새로울게 없습니다. 카토가 미 보수주의자들의 우상인건 맞는데 둘다 republican이지만 카토 자체가 보수주의자였을까요?

    1. umberto blog 2007-10-18 19:02

      보수주의라는 표현이 서구 근대정치의 맥락에서 나왔으므로 카토 자체가 보수주의는 아니지만, 귀족적 공화정을 옹호한 카토의 모습은 확실히 부르주아와 귀족층의 입장을 대변한 보수주의자들에게 역사적 선배로 보이긴 했을 겁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제가 카토를 보수주의자라고 쓴 구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2. 아니-- blog 2007-10-18 21:38

      음... 상당히 방어적이시군요. 님이 카토를 보수주의자라고 썼다고 안했는데요? 미보수주의자들의 카토를 자기 입맞에 해석하는거 같아 그렇게 쓴겁니다.

    3. umberto blog 2007-10-18 21:57

      역사적 카토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할말이 없습니다. 제가 라틴어를 구사해서 사료를 술술 읽을 수준도 아니고, 로마사 전공자도 아니고 따라서 제가 카토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상식선에서 원로원 중심의 전통적 로마 공화주의와 귀족의 이해관계를 지키려고 했던 인물 정도만의 지식을 갖고 있지요.

      보수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프랑스 시민혁명이 아니면 나올 수가 없으므로 고대사의 인물에 대해 "보수주의자였을까요?"라고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뭐가 불만이신거죠? 정확하게 지적해주시죠.

    4. 아니-- blog 2007-10-18 23:20

      보수주의는 근대적 개념이지만 그런 개념을 과거에 적용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물론 조심해야 할점은 많지요. 역사에 조예가 깊으신 분 같은데 고대사 인물의 보수성에 대해 생각해보는걸 엉뚱하시다고 표현하신다면 좀 그렇군요.

      불만 없는데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5. umberto blog 2007-10-18 23:36

      불만이란 단어가 적절하지 않았다면, 사과드리죠. '아니--'님의 리플이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인지 어떤 부분에 반론을 하시려는 것이지 확실치가 않아서 그렇게 물은 겁니다.

  4. 지나가다 2007-10-18 13:54

    사실 전 시오노나나미가 우익인지 아닌지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찬양하지 않는한 작가가 일본우익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시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다만 유독 미몹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무식한 우파들의 교양서 정도로 펌하는 것이 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시는 분들이야 많은 지식을 가지고 계시니 그 책을 보고 작가가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고 그리워 하는 것이라고 단정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 책을 보고 근대 이후의 침략적 제국주의를 동일시 하거나 또는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고대로마제국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근대 이후의 제국주의 찬양으로 보여진다면, 세종대왕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왕권청치 찬양자가 되는 건가요? ㅎㅎ

    1. umberto blog 2007-10-18 19:23

      유독 미몹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하다못해 디시인사이드 같은 곳에서도 시오노는 '로마 동인녀'라고 까이는 뎁쇼.

      시오노가 직접적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워하는 발언을 할 사람도 아니고요. 그렇게 단순하고 머리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조차도 제국의 풍모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열혈제국빠 할머니 눈에 '대일본제국'따위가 눈에 차기나 하겠습니까?

      문제는 로마 사회의 성격이 어떠했고, 그 기반을 어떻게 이루고 있었는가겠죠. 시오노를 비판하다 보니 너무 로마사회에 대해 비판만 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긴한데 여러가지 장점도 있지만 로마는 심각한 단점도 많았습니다. 로마는 절대로 사회적 약자에게 친절한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끝없는 전쟁으로 몰락한 보레누스 같은 사람은 여럿 나오죠. 시즌1에는 카이사르가 군단 퇴역병들에게 황무지를 농지로 내주면서 대신 우두머리 병사를 매수할 것을 보레누스에게 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시오노가 개방적이고 피정복민에게 관대한 로마라고 찬양을 했지만, 사실은 정복지에서 강간, 폭행, 약탈, 납치, 노예화는 일상이었습니다. 카이사르의 장난질로 갈리아에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카이사르의 갈리아, 브리튼 침공을 일종의 '문명화'과정으로 생각했던 '크리스토퍼 도슨'의 'The Marking of Europe'은 자그마치 1958년에 나온 구닥다리 책입니다.

      구닥다리 제국주의 시절이면 몰라도 요즘 서구학자들이 시오노처럼 무비판적으로 로마를 찬양하는 경우는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드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인문학 기반이 약하다보니 로마사에 관한 읽을만한 저작들이 부족한데, 그런 빈틈을 타서 시오노 책이 읽히다보니 자꾸 그런쪽으로만 보게 되는 겁니다. 서양사 전공자들에게 한번 물어보시죠. 전공자들에게 좋은 평만 들을 수는없을 겁니다.

  5. 정worry 2007-10-19 14:10

    으음... 시리즈 '로마'를 지나치게 편애하십니다 ^^;; 시오노의 로마 편애를 비판하면서 '로마'를 너무 아끼시니까 그게 부조화로 보여요. '로마'가 HBO와 BBC 합작이라고 들었으니 BBC의 시각을 공유하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현재의 서유럽 관점이라고 해서 그닥 미덥지가 않은 것이 로마군의 약탈과 미군의 바그다드 침략을 비교하면서 로마군이 들어갔으면 더 큰일났을 거다 식의 다큐를 본 적이 있거든요. 거 정말 기분 안 좋았죠. 둘 다 침략자이지만 그래도 서유럽이 양반이거든을 주입하려는 그 태도가 이중적으로 보였어요. 시오노가 힘을 얻는다면 바로 그거일 거에요. 로마를 깎아내리면 근세에 서유럽이 저지른 제국주의를 감싸는 게 된다는 모순이요.
    근본적으로 시오노가 제국주의자라는 것은 알지만, '로마인 이야기'와 '로마'가 다루는 로마가 같지 않다는 것도 좀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오노는 천년을 관통하는 대주제를 잡아내고자하고, '로마'는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만 집중하는 시각차이가 인물해석에 차이를 가져온다고 봐요.
    '로마인 이야기'나 '로마'나 까고 말해(-_-) 팬픽션과 같은 건데 시오노의 세계관이 위험하니까 '로마'가 평가절상되는 건 좀 안 맞아 보여요. 아마도 날려버리셨던 글에 그 이유가 들어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 글의 속편 꼭 써 주세요 ( ;;; )

    1. umberto blog 2007-10-20 14:40

      --;;; 속편은 없는뎁쇼. 시오노의 책을 비판하면서 같이 서술을 하다 보니 너무 편애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봅니다. '로마'의 작가들이 폭력과 섹스, 피로 얼룩진 제국으로 묘사하려고 하다 보니-일종의 역사 뒤집기?-스토리와 실제 역사가 지나치게 멀어진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요. 과장된 부분도 있고요. 옥타비아, 세빌리아, 아티아에 (그러고 보니 다 여자네요. ^^) 대한 묘사가 특히 거슬리더군요.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는 대충 실제 모습과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만.

      카토, 키케로, 브루투스, 카이사르, 기타 정치상황에 대한 묘사는 제국으로써 영미인들의 현실적 고민과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고찰 같은 문제의식이 묻어나더군요. 다만 어떤 부분들은 그런 문제의식이 너무 과잉으로 나타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2. umberto blog 2007-10-20 14:51

      옥타비아의 마약친구 이야기나 보레누스와 딸들의 대립은 마치 현대 서구가정의 가정사를 보는 것 같더군요. ㅋㅋ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번 봐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마인이야기'땜에 'rome'의 주제의식을 제대로 인식 못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도 싶었구요. 개인적으로는 보레누스와 풀로의 캐릭터 설정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로마의 중하류층을 각각 대표하는 인물들인데 전혀 안어울릴 것 같은 두사람이 우정을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시간이 지날수록 둘 다 발전을 하지 않습니까?

      말썽꾼 풀로가 사랑을 배우고 가정을 꾸리고 다정한 남자가 되고, 고집불통 외곬수 원칙주의자 보레누스가 아내가 혼외정사로 나은 자식을 받아들인다든지 하는 장면들은 가슴이 찡했습니다. 사람이 자기 성격의 단점을 극복하기 어려운 법인데 그런 모습들이 참 좋아던 것 같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