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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제의 차이...

작년에 만들었던 두 작품이, 두개의 영화제에 각자 상영되게 되었다.

두 영화제 모두 다 자막을 요구했다. 하나는 영어, 하나는 한글.

 

한 영화제는 자막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한 영화제는 그런 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둘 다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싫으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까 규정이 있었던 영화제에게는 좀 미안해 했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것이 없는 영화제는 꼭 그럴 필요가 없이 그냥 안 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근데 그 규정이 있던 영화제에서는 도움을 줄테니 꼭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참 말 많고 지루한 작품의 번역을 급하게 해서 나에게 보내주었다.

이러면.. 내가 안 할 수 있을까? 난 밤을 새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영화제. 그러니까 자막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던 영화제이다.

이 영화제는 처음부터 나에게 자막상영본을 요구했었다.

작업은 알아서하든 말든 언급도 없이...

그래서 나는 규정에도 없는 걸 그렇게 당연하듯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조용하게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동의절차를 구해야지

그러지 않고 요구하는 것이 절차상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담당자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말을 했었으며 나는 알겠다고 했다.

자기들이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근데.. 오늘 아침 그 영화제 홈페이지에 갔다가 내가 만든 작품만

나의 사정때문에 자막이 들어가지 못했다는 이상한 글을 보게 되었다.

장애인의 접근권 향상을 위해 애 쓰는 영화제라는 칭찬 글에 대한

답글이었다. 주된 내용은 그런 칭찬에 대한 겸양이었는데,

그 겸양의 근거로 나의 사정이 언급되었으며 결국 한 작품

만이 자막이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사실 자막 작업은 출품 감독들이 용 쓰면서 하고 있는데

온갖 겸양을 떨면서 그래도 사랑해달라고 말하는 꼬락서니가 뒤틀렸다.

 

규정과 절차를 따져보면 오히려 규정이 있는 영화제가

그래도 같이 작업을 해서 힘들더라도 해보자라는 파트너쉽이 있었고,

규정도 없으면서 강요만 했던 영화제는 결국 그 책임도

모두 감독에게 물으며 혼자 튄다고 있는데로 쪽을 다 주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영화제는 전주영화제이고 한 영화제는 내가 가장 사랑하며

조금 있다가 몰래 자원봉사 작업도 예정되어 있는.. 인권영화제이다.

 

 

난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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