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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의 핵실험

북측의 핵실험이야 시간의 문제였지 어차피 예상됐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민족주의자들의 '예상은 했으나 여전히 뜨악한' 반응들은 여전히 놀라워서 글을 쓴다.

(근데 '좌파민족주의자'란 표현은 놈현이 말한 '좌파 신자유주의 정부'만큼이나 코메디스럽다. 그런식이라면 '페미니스트 마쵸'나 '크리스챤 불자' 같은 것도 가능하겠다. 쿨럭. 맑시즘사상이 국내에 처음 들어오던 일제식민지 치하 때나 가능한 표현이다.)

 

북핵을 반대한다고 하면 "그럼 넌 미국이 잘했다는 거냐?"라는 유치한 대응을 하는 인간들이 참으로 많다. 누가 미국이 잘했다고 했나?  근데 그럼 또 이런다 "고작 한다는 게 양비론이냐?"

 

되지도 않는 작문실력으로 이야기 하나를 만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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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근데 학교에서 철수를 무지하게 괴롭히는 놈들이 있다. 3학년 선배놈들인데 이놈들 만행수준이 완전 조폭이다. 버르장머리 없다고 때리고, 말안듣는다고 때리고 돈도 빼앗는다. 때론 흉기로 위협하기도 한다. 철수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반 아이들 중 거의 절반이 이놈들에게 당하고 산다. 이놈들이 말하는 액수를 맞추느라 집에서 돈을 훔치기까지도 하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제명에 못죽을 것 같다.

철수는 선생님이나 경찰에게 이 사실을 말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증거도 없고 선생님이나 경찰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도 보지 않는다.



자신도 흉기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가방에 큼직한 식칼 하나 넣고, 품에는 과도 하나 넣고 다니기로 했다. 여차하면 너죽고 나죽자고 칼을 휘둘러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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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철수의 계획에 동의하겠는가? 잘생각했다고 칭찬하겠는가? "드디어 네가 용기있는 진짜 남자로 태어났구나"하고 칭찬해야 할까?

 

이건 당연히 말려야 하는 상황이다. 잘못한 건 3학년 깡패놈들인데 왜 철수보고 뭐라그러냐고? 그래,100번 걔네들이 잘못한 거다. 그렇다 할지라도 철수의 방법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게 양비론인가?

 

철수뿐만 아니라 그놈들한테 당하고 사는 모든 애들이 각자 흉기하나씩 품고 다니면, 그래서 서로 당할까봐 움찔해 하게되면 드디어 학교에 평화가 찾아 오는가?

 

*지금까지 이야기는 최대한 철수를 선의로 생각해서 꾸며낸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가정을 해보자. 철수가 3학년 선배놈들에겐 쪽도 못쓰지만 2학년 자기반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실제로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나름대로 카리스마까지 있어 담임은 철수를 반장으로 임명했다. 물론 철수는 자기반이 잘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꽤 많은 아이들이 철수에게 자발적으로 복종을 하고 철수의 리더방식에 동의하기도 한다. 반면에 그에 반감을 갖는 아이들도 많다.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옳다 하더라도 저렇게 독재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서워서 그런 소리는 하지도 못한다.

 

자, 이 상황에서 더이상 3학년 놈들에게 당하고 살지는 않겠다고 반장 철수는 드디어 결심을 하게된다. 시도 때도 없이 자기반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3학년 놈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신나 한통과 라이타를 준비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야, 이 개새끼들아, 한번만 더 우리반에 와서 행패부리면 교실에 신나 뿌리고 확 불질러 버려서 너희죽고 우리죽고 할거다"

물론 반의 다른 아이들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반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도 없거니와 내가 하겠다는데 감히 말릴 애도 없을 테니까.

 

여러분이 철수네 반 학생이라면 철수의 용기에 박수를 치겠는가? "우리반도 드디어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용기와 기개가 생겼다"고 자랑하겠는가?  철수도 그러고 싶은 건 아닌데 3학년 놈들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기왕 계획한 거 잘해보자고 하겠나?

 

어쨌든 3학년 놈들한테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거라고? 누가 뭐래?

그러니까 철수가 잘생각한거냐니까, 참나...

 

미국이 하도 나쁜짓을 하다보니 별 말도 안되는 논리들이 판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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