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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권 증진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

Ⅲ. 아동복지권 증진을 위한 국제적인 협력

아동권리를 보장하려는 국제적 노력과 그 결과로 명문화된 권리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 1차대전의 참화 속에서 위기를 체험한 인류는 미래의 희망인 아동을 보호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1924년 9월 국제연맹 총회가 '아동의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을 채택한 것은 이러한 의지를 구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유니세프, 1992A: 246). 제네바 선언은 세계 최초의 아동의 권리선언으로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이 선언은 다음과 같은 5개 조항의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손준규, 1993: 168).

① 아동의 심신발달 보장

② 요보호 아동에 대한 원조

③ 위험에 처한 아동의 최우선적 구제

④ 생활 보장과 착취로부터의 보호

⑤ 인류동포에 봉사하는 아동의 육성


그리고 제 2차 대전을 겪고 나서 국제연합(UN)은 제네바 선언을 재검토하였고, 전문과 10개 조항으로 확장된 '아동권리선언' (Declaration of the Rights of the Child)이 1959년 11월 20일 제 14차 총회에서 채택되었다. 이는 아동을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아동의 최선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국제적 의지의 표현이었다(유니세프, 1992A: 246). 여기에는 모든 아동들은 권리적 존재라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고,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아동의 복지권이 강조되고 있다(장인협 등, 1993: 36). 아동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보내며 그 자신과 사회의 복지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함을 이 선언은 요청한다.

① 인종, 종교, 태생 또는 성별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②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영적 및 사회적으로 발달하기 위한 기회를 가질 권리

③ 이름과 국적을 가질 권리

④ 적절한 영양, 주거, 의료 등의 혜택을 누릴 권리

⑤ 심신장애 어린이는 특별한 치료와 교육 및 보살핌을 받을 권리

⑥ 애정과 도덕적 물질적 보장이 있는 환경 아래서 양육될 권리

⑦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 놀이와 여가 시간을 가질 권리

⑧ 전쟁이나 재난으로부터 제일 먼저 보호받고 구조될 권리

⑨ 학대, 방임,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⑩ 인간 상호간 우정, 평화 및 형제애 정신으로 양육될 권리


그 후 UN은 1979년을 '세계 아동의 해'(The International Year of the Child)로 정했다. 이와 같은 결정은 1959년의 아동권리선언 20주년을 맞아 아동복지의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함에서였다. 세계 아동의 해를 기념하여 아동권리선언을 더욱 구체화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조약으로 발전시키자는 결의가 채택되었다.

이와 같이 지금까지의 아동에 관한 '선언'의 내용을 아동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적으로 구속력을 가진 '협약'으로 높이려는 국제적 노력은 마침내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신중섭 등, 1993: 431). 1989년 11월 20일 UN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 협약은 아동권리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 국제사회 최초의 조약이다. 8개월만에 100 여 개 국가가 서명하였고, 곧 이어 법적 발효에 필요한 20개국 비준이 이루어져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마침내 1991년 9월 2일을 기해 국제법으로 공포되었다.

이 국제협약은 전 세계 어린이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집중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유니세프, 1992B, 233). 이 협약은 이를 수용한 나라로 하여금 어린이를 위한 조치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장치를 함으로써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각국이 협약내용을 이행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1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아동권리위원회'가 구성되었고(협약 제 43조 ①), 당사국은 협약상의 권리를 실행하기 위해 채택한 조치와 권리의 향유와 관련하여 진전된 상황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5년마다 유엔 사무총장을 통하여 이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협약 제 44조 ①). 유엔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 9월 25일에 이 협약에 서명하였으며, 1991년 12월 23일자로 비준서를 기탁한 바 있다(신중섭 등, 1993: 431).

전문과 총 54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이 협약에는 아동의 권리에 관해 아래와 같은 대단히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되었다. 각 국의 법률이 통상적으로 아동을 성인의 시각에서 단순한 수혜자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국제협약에서는 아동을 하나의 인간으로서 즉 인권의 적극적인 향유 주체로 상정하고 있다.

⑴ 생명권(6조), 국적취득권(7조), 신분보존권(8조), 의사표시권(9, 12, 13조), 사상·양심·종교의 자유(14조), 집회·결사의 자유(15조), 사생활과 명예 보호(16조), 정보와 자료 접근권(17조), 조치에 대한 정기적인 심사를 받을 권리(25조), 자유를 불법적 자의적으로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37조), 유죄로 인정받은 아동에 대한 인권보장(40조) 등의 시민적 권리.

⑵ 가족동거권(9조), 양육 받을 권리(7, 18조), 건강·의료에 대한 권리(24, 25조), 사회보장(26조), 발달에 필요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27조), 교육권(28, 29조), 장애아동보호(23조), 문화활동권(30, 31조) 등의 사회적·경제적·문화적 권리.

⑶ 유해한 노동(32조), 마약(33조), 성적 학대(34조), 인신매매(35조), 무력분쟁(38조) 등으로부터의 보호받을 권리

(유니세프, 1992A: 246).


1990년 9월 30일 뉴욕의 국제연합 본부에서는 71명의 국가원수를 포함 158개 국가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를 위한 세계 정상회담'이 열렸다. '어린이에게 밝은 미래를'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 회담에서는 '1990년대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Child Survival, Protection and Development)을 위한 세계 선언 및 행동계획'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을 위한 세계선언'은 ⑴ 도전, ⑵ 기회, ⑶ 과업, ⑷ 약속, ⑸ 다음 단계 등으로 나누어 아동생활의 현황과 그들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모두 25개 항목으로 밝히고 있다. 그 가운데 주요한 내용을 들어본다.

1. 우리는 어린이의 생존, 보호, 발달에 대해 공동 참여하고 긴급히 호소하기 위하여, 즉 모든 어린이에게 보다 나은 미 래를 주기 위하여 어린이를 위한 세계 정상회담에 모였다.

2. 어린이들은 가장 천진하고 상처받기 쉬우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회의 일원이다. 어린이들의 시간은 즐거움과 평 화, 그리고 놀이와 배움과 올바른 성장으로 채워져야 한다. 어린이의 미래는 조화와 협동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어 린이들의 인생은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경험을 얻어가며 성숙되어야 한다.

3. 그러나 많은 어린이들이 겪는 생활은 이와 다르다.

[도전]

4.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이 매일 그들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전쟁과 폭력 의 피해자로써, 인종차별과 타국의 점령에 의한 희생자로써 유기 되거나 그들의 집과 부모를 떠나게 되고, 심신 장애 아로서 또는 부주의와 잔인성과 착취의 희생자로서 고통을 받고 있다.

[기회]

8. 모든 나라들은 어린이들의 고통을 멈추게 하고 그들의 완전한 발전을 진전시킬 수 있고,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요구 와 권리와 기회를 알도록 하는 지식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은 진정으로 전 세계 어린이 들의 권리와 복지를 존중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다.

[과업]

13. 현재 약 1억의 어린이들이 기초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중의 3분의 2는 여자 아이들이다. 이들에게 의무 교육을 보급하고 전 인류의 문맹을 깨치는 것보다 더 세계 어린이의 발전에 공헌하는 것은 없다.

[약속]

18. 어린이의 복지는 가장 높은 차원의 정치적 실천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의 실천을 결의하는 바이다.

19. 우리는 어린이의 권리와 어린이의 생존, 보호, 발달을 가장 중요시할 것을 엄숙히 선언하는 바이다.

[다음 단계]

25. 우리는 이 과업을 우리 현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하여 수행한다. 모든 어린이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주는 것보다 더 고귀한 과업은 없다(유니세프, 1992B: 232-235).


국내외적으로 잇따라 발생하는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비롯한 권리의 침해는 아동복지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1996년 8월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제 1회 '어린이 성학대 방지를 위한 세계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126개국 대표들과 50개 비정부기구(NGO) 대표들은 어린이에 대한 상업적 성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스톡홀름 선언 및 행동강령'을 채택했다. 채택된 87쪽의 선언문은 각 국 정부에 대해 어린이를 성적으로 이용하거나 밀매하는 자에 대한 강력한 입법조치 및 처벌을 가할 것이며 어린이들의 권리교육을 통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언문은 또 각 국이 2000년까지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마련하고 어린이 성착취 관련 데이터 베이스를 완성할 것도 권고하는 한편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의 전면적인 이행을 촉구했다(중앙일보, 1996. 8. 30: 조선일보, 1996. 9. 2). 국제협약(제 34조)에서는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와 성적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1924)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1989)이 성립될 때까지의 아동권리의 보장노력과 그 내용을 살펴보았다. '제네바 선언'과 '아동권리 선언' (1959)에서 권리내용은〈특별한 보호〉에 그친 것에 불과 하다(野澤正子, 1995: 38-39) 그러나 국제협약은 특별한 보호와 더불어 참정권을 제외한, 지금까지 아동의 권리로 인정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시민적 권리를 아동의 권리로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권리내용의 변화는 아동에 관련된 법령의 개정을 포함한 아동복지의 구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한다.



Ⅳ. 복지권으로서 아동의 교육권

아동이 성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당연한 일로 간주되고 있다. 사실 아동에게는 투표, 계약, 결혼 등의 권리가 없다. 아동이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옹호할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권리를 행사할 능력 또한 매우 불완전하다. 뿐만 아니라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폭넓은 이해도 역시 부족하다(Snook, 1991: 58). 개인의 자유를 주창한 J. S. Mill조차도 아동을 판단능력이 있는 인간의 범주로부터 제외하였다.

그러나 두 살 난 아동에 대해서 말할 때 그의 이런 생각은 옳다고 하겠지만 14세의 청소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같은 책: 56). 아동은 인간이고 잠재적인 성인이라는 점에서 아동도 한 인간으로서 성인과 동등한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 역사적으로 보면 계급, 인종, 직업, 성별에 의하여 차별이 감소되는 방향으로 인권이 발전되어 왔다. 아동과 그들의 권리를 올바로 이해함은 '아동기를 인정하라'는 J. J. Rousseau(1973: 71)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보다 나은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은 인간으로 대우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1. 아동은 가능한 한 권리의 소유자로서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인간이다.

2. 아동은 인간으로서 성장할 권리를 가진다(Snook, 1991: 63).


그러나 아동의 권리는 주로 '보호받을 권리' 즉 소극적 권리로 인정되어 왔다. 그것은 어른들에 의해 인정되고 부여되는 권리이다. 아동의 보호는 '아동을 위한 아동의 권리 보호'라기보다는 '그 아동을 보호하는 어른이 생각하는 아동에게 필요한 권리 보호'인 경우가 많다(강인수 등, 1995: 95). 아동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에 있다. 그들의 생활은 일반적으로 부모와의 공동생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부모에게 생존과 교육을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법에서 볼 때 '성년에 도달하지 않은 아이'인 아동은 '부모의 친권에 복종할' 의무가 있는 인간이다(민법 제 909조). 따라서 부모(친권자)는 누구보다도 먼저 자녀를 보호하고 교육(교양)할 권리를 가진다. 민법 제 913조는 다음과 같이 이와 관련된 규정을 보여주고 있다.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 의무가 있다.


여기서 보호는 신체를 돌보는 것이고, 교양은 정신발달을 도모하는 것으로서 자녀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전한 인간으로 육성하는 일이다(김주수, 1993: 393) 그리고 미성숙한 자녀의 정신이나 신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하고 실제로 부모가 자녀를 보호·교양하는 편익 내지 필요성의 고려하여, 자녀의 생활장소(거소)는 미성년자로 하여금 자유로이 정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친권자가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는 친권자가 지정한 장소에 거소하여야 한다"(민법 제 914조). 즉 친권자의 이 같은 '거소지정권'은 보호·교양을 완전하게 하기 위한 권리이다. 그리고 이 권리는 보호·교양권의 구체적 내용 가운데 하나이다(같은 책: 397). 이러한 민법의 권리규정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아동권(보호권이나 교육권)은 아동의 기본적 인권(복지권)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어른이 생각하기에 아동에게 필요한 권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동권리의 올바른 이해와 존중이야말로 아동복지의 토대를 이룬다. 아동의 권리를 옹호함은 인권을 존중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인권이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지는 권리나 자유를 말한다. 모든 국민이 기본적 권리의 주체이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물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헌법 제 37조 ①).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의 내용에는 평등권, 자유권, 재산권, 청구권, 생활권 등이 있다(전득주 등, 1994: 34-37). 모든 기본권을 관통하는 핵심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 및 행복추구권이다. 그리고 생활권적 기본권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요청된다는 점에서 복지국가의 원리와 상통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이 조항은 우리 나라 헌법(제 34조 ①)에서 사회복지의 권리성을 선언한 규정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란 다름이 아니라 앞서 말한 생활권(또는 생존권)이다(윤찬영, 1991: 72). 복지권은 바로 생존권이다. 여기서 생존권이란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이며, 국가에 대하여 인간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권리를 말한다(신중섭, 1995: 150). 그리고 복지권은 복지 당사자의 사회복지에 관련된 권리를 총칭한 것이며, 국민의 최저생활권, 행복추구권, 나아가 시민적 권리를 포함하는 적극적인 권리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같은 책: 134). 역사적으로 시민권은 공민권, 참정권, 복지권(사회권적 기본권)의 순서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복지권은 시민권 변천과정에서 최근에 확립된 권리이다.

그렇다면 복지권은 교육권과 어떤 상관이 있는가? 3가지 다른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복지권이 교육권의 상위이라는 입장과 교육권이 복지권의 핵심이라고 보는 입장과 그리고 교육권에는 복지권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기본권이 포함된다고 하는 입장이 있다. 첫째 입장(윤찬영, 1991: 73)에서 교육권은 복지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권리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이 입장에 의하면, 복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가운데는 교육권뿐만 아니라 노동3권(헌법 제 33조), 사회복지 수급권(제 34조 ②-⑥), 환경권(제 35조), 보건권(제 36조) 등이 있다.

두 번째 입장은 내재적(또는 본질적) 교육관에서나 이기범(1996)의 교육복지론에서 발견된다. 여기서는 복지가 교육에 내재해 있는 것이지 교육밖에 복지가 따로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교육권은 복지권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적 권리가 아니라 복지권 그 자체로 또는 복지권의 중핵으로 이해된다.

복지가 교육에 내재적이라는 뜻은 교육이 삶의 기회를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인 만큼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복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교육복지는 그 자체로서 삶의 기회와 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목적이다(같은 책, 21).


또 다른 세 번째의 관점에서 교육권은 복지권과 불간섭권을 포함할 권리라는 주장이 있다. 이 입장은 아동권리의 측면에서 교육의 개념을 양육, 사회화, 자율성으로 구분하여서 파악한 I. Snook(1991: 91)로부터 보게 된다. 첫째로, 교육은 아동 초기의 생존과 양육을 보장하는 활동이다(같은 책: 94). 양육은 인간 성장의 기초이다. 유아는 대단히 무력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유아는 양육에 대한 복지의 권리를 가진다. 즉 부모는 당연히 아동이 제 힘으로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를 가진다(같은 책, 96). 둘째로, 교육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 신념, 관습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다(같은 책: 78). 사회화로서 아동교육은 사회적 생존 및 행복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아동을 위해 성인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복지권(같은 책: 79)으로 파악된다. 셋째로, 교육은 개인이 적합하다고 여기는 삶의 형식들을 습득하기 위한 여러 가지의 학습활동이다(같은 책: 82). 이러한 활동의 목적은 훌륭한 삶에 대한 독자적인 견해를 형성하고 스스로 어떤 삶의 방식 선택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있다. 자율성을 함양하는 이 같은 교육은 양육과 사회화에서와 같은 복지의 권리가 아니라 자유권 또는 불간섭의 권리(같은 책: 82)에 해당한다.

우리 나라 현행 헌법에서도 교육은 모든 국민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 즉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 31조 ①). 교육을 이처럼 권리로 본 것은 제헌헌법(1948. 7. 17)에서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제 16조)고 규정한 이후 계속되어 왔다. 이렇게 교육을 권리로 규정한 것은 임시정부의 임시헌장(1919. 4. 1)에서 "대한민국의 인민은 교육, 납세, 급(及) 병역의 의무가 유함"(제 6조)이라 하여 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강인수, 1995: 111-115). 물론 지금도 교육은 국방, 납세, 근로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서는 교육에 있어서의 권리와 의무 관계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그런데 권리로서 교육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할 것 없이 역사적으로 특정한 사회계층과 남성들만 한정적으로 누렸을 뿐이었다. 만인(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질 수는 없었다. 비록 국가의 교육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개입으로 현대 국가에서 공교육이 확립되었다. 하지만 확립된 공교육제에 따른 취학은 아동의 권리 내지 복지의 실현이라기보다는 부모의 국가사회에 대한 의무에 불과한 것이다(같은 책: 109).

교육을 받을 권리가 각 국의 헌법에서 복지권으로 보장되고, 국제적으로 확인된 것은 대체로 2차 세계대전 후의 일이다. UN의 인권선언(1948년)은 "누구든지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26 ①)고 명문화하였고,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된 아동권리선언(1959년)에서도 "아동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7 ①)고 규정했다(같은 책, 110). 뿐만 아니라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1991)에서도 "국가는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제 28조 ①)고 명시하고 있다.

아동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보다 더 넓은 개념인 '교육권'에 포함된다. 교육권은 '교육을 받을 권리' 뿐만 아니라, '교육을 하는 권리'도 의미한다(한국교육학회, 1995: 157). 먼저 '교육을 하는 권리'로 규정될 때 교육권은 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 국가의 교육권 등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 경우 '누가 교육권을 갖는가', '그 교육권의 성질은 무엇인가', '어린이의 학습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등이 문제시된다(고재호, 1993: 60).

다음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로서 규정될 때의 교육권은 흔히 교육의 내용이 어떠하건 기회의 차별 없이 제공받고 국가에 취학조건의 정비만을 요구하는 권리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국민의 교육권은 형식화되기 쉽고, 국민은 국가권력의 교육대상으로 전락됨으로써 국가가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가 되는 모순이 나타난다. 교육권에 대한 이러한 개념화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교육받을 자의 주체적인 인권으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교육권이 헌법상 인권으로 발전된 오늘날은 이제 더 이상 '교육을 받을 권리'와 그에 대응하는 '교육을 하는 권리'의 측면에서 교육권을 파악할 수 없다. 교육권은 '교육에 관한 기본적 인권' 즉 교육기본권이다. 기본권으로서의 교육권은 '모든 인간의 인간적 성장발달을 위해 필요한 교육에 관한 헌법상의 포괄적인 기본적 인권'(신현직, 1990: 74-76)으로 정의된다. 이런 견지에서 교육기본권은 무엇보다도 아동의 성장발달을 위한 권리인 것이다.

삶은 성장을 의미한다. 살아 있는 인간은 아동기 성인기나 할 것 없이 똑같이 내재적 충만함과 절대적 주장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산다. 그러므로 교육은 나이에 상관없이 성장 또는 적절한 삶을 보장하는 조건을 마련해 주는 활동이다(Dewey, 1916: 51).


아동의 인간적 성장의 권리로서 교육권의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권의 논의에서 중요한 과제는 아동의 성장을 더 잘 보장하기 위해 교육권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밝히는 일이다. 아동의 성장권 보장이라는 관점을 제외한 교육권 논의는 교육수준의 유지와 향상에서 도움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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