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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의 전망 모색 기사

‘초대형 전국 치과네트워크’ 가능할까
[지상중계] 건치 네트워크 구성 토론회…‘치과 공공성 강화’ 위한 전국민 브랜드로 거듭 예감
 
2009년 04월 02일 (목) 강민홍 기자 rjunsa@gunchinews.com
 


올해로 스무살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진보적 보건의료 대중운동’ 조직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가 새로운 형태의 ‘대대적 조직 개편’을 앞두고 고민에 휩싸여 있다.

핵심은 최근 몇 년간 별도의 팀을 꾸려 추진해 왔던 임상사업(GD사업)을 전체의 조직 사업으로 확대할 것인가 여부다.

섣부른 판단은 아직 힘들지만, 건치가 임상사업을 전체사업으로 받아들일 경우 ‘건치’를 브랜드로 한 새로운 형태의 초대형 ‘전국 치과네트워크’가 탄생하게 된다.

물론 건치가 지향하는 네트워크는 예치과나 모아치과네트워크 등 시장화에 편승 또는 주도하던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시장화에 맞서 국민구강건강 및 치과 공공성을 확대하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임상사업이 건치운동에 부합한가에서부터, 네트워크화가 조직운동론적으로 맞는가 등 최근 몇 년간 이뤄져왔던 논란은 아직도 유효하다.

건치는 오는 25~26일 20주년 기념행사 및 종합학술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가산동 회관강당에서 ‘20주년 평가 및 발전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길용, 김인섭 전임 회장을 비롯 전현직 임원 25명이 참가한 가운데 김의동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대선 공동대표가 ‘건치 조직발전 방향’을, 김형성 사업국장이 ‘건치 네트워크 준비위원회 구성 제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으며,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종합토론 시간에는 김형성 사업국장의 발표를 중심으로 ‘건치 임상사업 및 네트워크 도입’에 대한 심도깊은 논쟁이 벌어졌다.

본지에서는 이날 종합토론을 지상 중계한다.


1. 임상 네트워크 도입의 ‘의의’

“임상사업은 건치의 새로운 대중사업”

   
 
  ▲ 김의동 집행위원장  
 
사회(김의동) : 건치 회원이 아닌 개인적 친분을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건치에서까지 그런걸 하려고 하느냐”는 부정적 인식이 많다.

GD가 처음에는 ‘임상과 윤리와 경영을 결합시키는 사업의 형태로 가자’는 것으로 얘기됐다. 물론 과거에 해 왔던 정책 등 다양한 사업들도 향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건치가 대중조직으로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대중사업을 해야 하는데, 대중적 조직력이 떨어지다보니, 대중운동의 하나의 형태로서 GD가 효과적인 사업의 하나로 제안됐던 것같다.

지금 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중 접을 수 있는 대중사업이 없다는 게 고민이지만, 슬림화하고, 새로운 대중사업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고, 개인적으론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박한종 :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대중운동 조직으로서 건치가 ‘활동 틀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아 멈칫멈칫한다.

대중운동 조직이라 하면 투쟁노선, 조직노선을 얘기해야 한다. 즉, 임상사업이 새로운 대중사업이라면 건치의 투쟁노선과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고민돼야 하는데, 그게 약간 선명하지 못한 것같다.

조직노선 측면에서도 현재의 건치를 네트워크로 완전히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조직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별도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우리의 역량 상 건치 전체 차원에서 그림이 잘 안그려진다.

아울러 (네트워크의 구성이) 시장화의 위협이 가장 큰 배경이라면, ‘반시장화’의 실천내용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의동 : 네트워크 참여의 전제로 ‘반시장화’ 기치를 내거는 것은 초반부터 제기는 됐지만 합의되지는 못한 부분이다.

김용진 : ‘반시장화’는 좀 과격한 것같고, ‘의료의 상품화’를 반대한다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즉, 자본주의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 정도?

   
 
  ▲ 박한종 회원  
 
과거에는 계선이 명확히 그려져, ‘반독재, 반민주’라는 개념을 채택했지만, 지금 한국사회는 계선이 혼미하다.

구진보였던 건치가 새로운 진보로 거듭나야 하는데, 건치가 대중조직인 한, 대중에 기반한, 대중과 함께 하는 조직노선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게 출발점의 가장 큰 전제다.


네트워크! 운동범위 ‘회원 개인→치과의원’로 확대

김용진 : 또 한편으로 지금까지 건치운동은 회원 개인적인 실천의 집합 수준이었지만, 네트워크는 주체가 개인이 아니라 ‘치과의원’이기 때문에 건치운동의 영역을 치과스텝이나 지역사회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치 1.0에서 ‘건치 2.0’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하게 일보를 내딛은 후 그 다음에 신중히 한걸음 한걸음 나가야 한다.

양승욱 : 네트워크가 개인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의료기관의 네트워크다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현재 보건의료분야에서 건치운동의 기조는 ‘시장화 반대, 공공성 강화’로 대표된다. 즉, 네트워크화는 “공공성이 상당히 약하다고 볼 수 있는 치과의원을 어떻게 공공성이 높은 곳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치과에서의 공공성 강화’는 회원 개인 활동 중심의 건치의 기존 틀 속에서는 구현하기 힘들다. 치과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할 때가 됐는데, 때문에 네트워크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2. 네트워크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건 아닌가?

 

“결과는 쉽고 명확해야 한다”

박길용 : 10년 전에도 건치 조직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번에도 논의를 매우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는 쉽고 명확해야 한다. 회원들을 쉽게쉽게 설득할 있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네트워크는 ‘수익 극대화’ 등 목적이 단순하다. 그런데 우리는 윤리에서부터 공공성 강화, 지역봉사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걸 집어넣었다.

   
 
  ▲ 박길용 전 회장  
 
또한 네트워크를 하자고 하면 기본적으로 수익성과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 푸른치과 운동은 치과의사의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하자는 것은 이건 아니지 않은가?

또한 사회봉사 등도 하자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코스트가 늘어나야 한다. 어떻게 여러 복잡한 것을 다 하자고 하면서도 ‘수익성과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것에는 동의한다. 근데 거기서 더 나가면 힘들어진다. 건치는 지금까지 운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근데 그것을 다 네트워크에 담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건치운동은 회원 치과의사가 하는 것이고, 네트워크는 치과의원이 동참하는 것이다. 주체가 다르다.

아울러 네트워크의 참여 규모를 얼마로 하려 하는지, 또한 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 등도 명확히 해야 한다.


“네트워크가 아니라 ‘회원치과 표방’이 더 적절”

신이철 : 개인적으로 네트워크 자체에 부정적이지만, 오늘 (김형성 사업국장) 발표는 완결된 구조로 잘 담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네트워크가 나타냈던 딜레마를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본다.

건치의 이념을 실현하면서 윤리경영을 해야 되고, 사회적 연대도 해야 하고, 임상도 훌륭히 수행하는 그런 네트워크는 기존에 건치가 해왔던 수준의 활동과 달리 매우 상당한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까지 건치 회원으로서 해왔던 것은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였는데, 지금 말하는 것은 ‘정예화된 네트워크’다. 건치의 출발점에서 봤을 때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

과연 네트워크가 건치의 이념을 실현하는 조직형태로서 타당할 것인가? 타당하다면 전면적으로 가야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늘 발표 내용은 아주 소수 또는 정예화된 회원들만의 조직형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을 해야 할 때다. 2.0인지, 소수로 갈건 지, 외연확대로 갈 건지.

개인적으로는 꼭 네트워크로 하지 말고, 윤리선언을 하는 회원치과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건치는 이미 네트워크…정치적 지향점 강화가 필요

소종섭 : 좋은 의견이다. 그러나 회원치과를 표방했는데, 환자가 갔을 때 차이점이 무엇인가? 그 강제점이 없는 것이 문제제기의 출발점이다.

“건치회원치과 하자” 했을 때 어떠한 구속력과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답할 게 없다. 그래서 거기에 대한 컨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소종섭 공동대표  
 
건치라는 조직에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정치적 지향점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는 정치적 지향점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기 질문을 해야 한다.

네트워크를 하자고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업이 폐쇄적으로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문에 임상사업 자체를 이제는 팀 체계로 분리돼서 할 상황이 아니라. 전체 조직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느꼈다.

건치는 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 실제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네트워크를 하고 있다. 이를 ‘어떠한 틀’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개별사업과 네트워킹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묶어내야 한다. 이제는 건치가 주동적으로 형식적 틀을 통해서 사업을 가져오고 인력을 배치하고 사업을 풀어나가야 한다.

이제는 논쟁을 끝내고, 사업을 통해서 실천하자.

그러나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 우리의 취지를 담아낼 수 없다면 중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양승욱 :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그러기 우해서는 우리의 노력 뿐 아니라 환자(국민)이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치과의사와 국민이 만나서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의료시스템 자체가 험악한 상황에서 우리가 안하면, 현재의 의료시장화는 막을 수 없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누군가 해야 하고, 그 누군가가 바로 건치라고 생각한다.

어떤 지점에서 만들든 간에 하기는 해야 한다. 이것은 당위에 가까운 문제다. 알아서 각개각진하세요 하면, 결국 각개격파 당할 것이다.


3. 건치와 네트워크 ‘조직성격상’ 맞는가?

(김형성 사업국장은 주제 발표에서 영국의 NHS를 예로 들며 "전문주의(프로패셔널리즘)는 치과의사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해 신자유주의적 시장화와 배치되지 않고 또한 민중 건강을 지켜낼 수 있도록 사회적 연대를 구성하는 데에도 배치되지 않으면서 치과의사 대중을 운동으로 포괄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한종 : 전문주의는 어디에도 접목될 수 있다. 시장화에도 결합할 수 있고, 공공성에도 결합할 수 있다. 즉, ‘전문주의’는 중립적이며, 그것만으로는 건치 향후 조직운동의 대안으로 내세우기 부족하다.

건치는 기존에 ‘일상의 정치화’를 하려 했으나 실패해 왔다. 너무 대중성 만을 강조했을 때 ‘일상의 정치화’가 아니라 오히려 ‘일상속에 빠질“ 수가 있다. 너무 대중조직을 강조했을 때 열치와 무슨 차별성을 가질 것인가?

네트워크가 잘 안되면, 잘 안돼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너무 잘돼도 향후 건치의 위상이나 존립 여부 등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양승욱 본지 부편집국장  
 
양승욱 : 강신익 교수와 대화한 적이 있는데, ‘프로패셔널리즘’은 중립적이라고 얘기했다. 김형성 국장이 나열한 4가지 목표가 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김형성 국장은 ▲회원에서 치과중심 조직으로 확대 ▲시장화에 맞선 대안적 네트워크 ▲치과의원의 임상, 경영 및 사회 참여활동 상호 소통의 장 ▲바람직하고 경쟁력 있는 치과 모형 창출 및 실현을 네트워크의 목표로 제시했다)

건치는 규범이 있는 네트워크를 말하고 있는데, 계속 진보해 나가는 조직이라면, 나중에 규범을 보다 공고히 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건치의 가치’라고 했는데, 합의가 아직 안됐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다. 보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반시장화를 내걸면 현실 가능하냐는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다. 네트워크가 건치의 가치와 부합한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시작하는 게 좋겠다.

박한종 : 또 한가지 네트워크는 그 자체가 수평적 성향을 띤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네트워크와 별로 관계가 없는 건치가 지배하는 수직적 구조로 되는 모순점이 있다.

정환영 : 시장과 건치를 무조건 단절해서 사고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건치도 분명 시장에서 요구받는 어떤 역할이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 요구받는 건치의 역할, 그리고 그 (의료)시장에서 삶과 생활을 영유하는 치과의사들 사이에 분명 만나는 지점이 있다.

‘좋은치과네트워크’의 출발은 치과의사들의 이해와 요구에 주목했고, 그게 대중사업의 강력한 계기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의료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건치가 기존에 해오던 역할 보다 시장에서 부여받는 역할이 더 커졌다고 생각되고, 또한 회원의 이해와 요구가 접목되는 지점에 네트워크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좋은치과네트워크는 1995년 건치 내 경영연구회로 출발해 10년이 넘게 올바른 임상, 경영 등을 연구해 왔으며, 최근 건치에서 임상사업에 관심을 가지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잇다.)


4. 건치 네트워크 성공 위한 ‘참고 포인트’

박길용 : 유럽 농민들 사이에서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운동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지금은 변질이 됐지만, 당시의 정신만은 살아있다.

   
 
  ▲ 정환영 좋은치과네트워크 대표  
 
공동구매, 공동판매, 신용사업 이라는 3대 요소를 건치 네트워크에도 접목시켜, 최대한 가볍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경쟁력이 없으면 아무리 도덕성이 있어도 힘들 것이다. 도덕적 우위를 전제로 하면서도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해 “윤리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길 바란다.

박한종 : 중요한 것은 전문가주의인 것같다. 건치가 전문주의에 충실하고 사업활동에 충실한 조직이 될 필요가 있다.

양승욱 : 시작할 때 애매모호한 것은 가능한 한 다 쳐야 한다고 본다. 목표 중 하나가 ‘사회적 연대’라 했는데, 뭔지 모르겠다. 환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가져갈 것인가는 어차피 향후 만들어야 할테니, 실천을 해 나가면서 차츰 만들어가길 바란다.

서대선 : 네트워크를 하더라도 사회적 효과는 크지만 비용은 효율적인 형태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비용이 더 드는 네트워크라면 어려울 것이다.

김용진 : 네트워크로 가기 위해서는 건치 회원들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고 있으며, 향후 실제 참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대중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드는 노선이 필요하다.

정환영 : 건치가 네트워크를 얘기했을 때 떨어질 수 없는 게 ‘사회지향적 마케팅’이다. 치과 중 ‘브랜드 마케팅’을 해서 환자와의 관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건치라고 생각한다.

“치료가 아닌 예방, 관리를 해주는 치과!”. 건치가 네트워크를 한다면 ‘예방관리 중심 치과’는 자연적으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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