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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복지연대] 반빈곤통문 1호

제 목 : [민중복지연대] 반빈곤통문 1호

 

2005.11.15. 1호



“계급사회의 기반은 빈곤과 무관심. 전쟁의 명분은 달라도 목적은 언제나 같다. 그 목적이란 외국과 싸워 승리하는게 아니라 한 사회의 지배자가 피지배자에 대해 계속 지배계급으로 남기 위하여 사회의 빈곤을 유지하는 것이다 - 조지오웰”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후,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국민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한 기초법은 시행된지 5년이 지나도록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급자의 두배가 넘는 인원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기초법의 사각지대라기보다는 기초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배제의 기제들 때문이다.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조건부 수급조항 등은 기초법이 국민의 권리로서의 생계보장이 아니라 빈민관리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기초법 5년의 투쟁

모든 제도는 투쟁의 산물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제도는 또 다른 투쟁을 형성해내기도 한다. 기초법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기초법 제정과정에서의 타협의 산물이며, 기초법 시행이후 5년여의 과정은 근로연계와 사적부양을 강화하려는 시도들과 이에 반대하며 조건없는 현실적인 생계보장과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투쟁의 과정이었다.

2001년 겨울 최옥란 열사의 최저생계비 현실화투쟁은 수급자 당사자운동과 조직적 연대가 결합하여 이후 일상적인 연대체를 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옥란열사를 중심으로 한 농성투쟁 이후 ‘기본생활권 쟁취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연석회의’가 결성되었으며, 일부 정책적 제기 수준에 머물렀던 기초법과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사회운동의 의제로 제기하고자 했다.
2003년 기초법 요구안의 마련, 상담활동 및 상담활동가 교육, 빈곤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투쟁 및 선전전, 2004년 빈곤사회연대의 발족과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행동,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대책위 구성 등의 활동속에서 기초법과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개별 법안이나 사안에 국한시키지 않고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문제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일관된 흐름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수급자뿐 아니라 다양한 빈곤주체를 중심으로 한 활동지향은 당사자운동과의 연계를 통해 기초법을 넘어 빈곤문제로 투쟁의제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즉, 최옥란열사 투쟁 이후로 한국사회 유일한 사회안전망인 기초법에 대한 문제제기와 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은 우리사회 빈곤의 원인과 ‘빈곤화’의 과정을 밝히는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지속적인 연대의 조직과 투쟁을 통해 전체 민중의 문제로 빈곤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최옥란열사의 수급권 당사자 운동의 의미와 이를 계승하여 직접행동을 통한 빈곤계층의 조직화를 목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조직화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지역과 단체와 함께 기초법과 빈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연계하며, 지역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시기별 이슈제기에 그친 측면이 크다. 또한 법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이 병행되지 못하면서 외곽에서의 요구로 국한된 측면도 존재한다.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

정부는 기초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내온 적은 한번도 없다. 소득인정액제도를 도입하며 오히려 비상식적인 기준을 상정했으며,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은 논의만 되었을 뿐 어떠한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저생계비의 계측과 결정은 예산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방안만 무성했을 뿐이다. 2005년 올해에도 정부는 여전히 법 개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긴급지원법으로 또 다른 포장에만 바쁠 뿐이다.
현재 ‘기초법 전면 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구성되었으며, 국회앞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공대위의 활동은 지난 운동의 원칙속에서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초법에 대해 법개정뿐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대한 대응 등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지역, 주민과 밀착된 선전활동을 통해 삶의 세밀한 지점에서 드러나는 문제까지를 지적하고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투쟁을 통해 “노동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기본생활이 보장되는 최저임금/최저생계 보장”을 제기했었다. 현재 ‘5대요구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또한 빈곤해결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주체들과 연대하고 개별사안이 아닌 사회적 의제로 기초법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찾는 것

기초법은 ‘복지’의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속적으로 노동을 연계로한 복지를 강요하고 있다. 결국 ‘복지’도 현재의 빈곤을 양산하고 관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며 이는 시혜나 혜택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찾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인간답게 살 권리)으로서의 복지는 삶의 보장을 책임지는데 있는 것이며, 이는 무조건적인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다른 것의 조건으로 혹은 전제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초법 개정투쟁은 '권리로서의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한 계획과 실천속에 존재해야 할 것이다.

‘새끼줄’에서는 반빈곤투쟁의 다양한 사례들을 새끼줄처럼 엮어나가면서 빈곤에 맞설수 있는 굵고 단단한 동아줄과 같은 흐름들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가려고 합니다


기초법 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동행동


기초법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기초법공대위)는 지난 10월 26일 1차 공동행동을 국회앞 천막농성투쟁으로 시작하여 농성20일(11월14일)차를 맞이하였다. 농성을 20일동안 진행하면서 세 차례의 천막 무단철거와 재설치 등의 싸움이 계속적으로 진행되었다. 기초법전면개정, 자활지원법제정, 행정대집행법 개악저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비정규권리입법안 쟁취의 5대 요구안을 걸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기초법공대위 농성천막 주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의 천막, 자활협회 천막, 비정규직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대표단 천막을 포함한 4동의 천막이 설치되어있으며, 정기국회의 일정에 맞추어서 법제정/개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희망한국21’이라는 보여주기식의 정책에 빈민운동단체 및 당사자의 강력한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내고 있는 농성장은 비정규직노동자동지들의 상경투쟁과 더불어서 간담회 개최 및 집중선전전을 벌이면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법공대위에서 요구하는 5대 요구안이 법제정/개정과 관련된 어려운 내용이라 선전전을 쉽고 널리 펼쳐내기 위한 노력들뿐만 아니라 투쟁분위기를 국회 앞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으로 끌어내오기 위한 지역거점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공동행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국가의 빈민관리정책의 허와 실을 여실히 보여주기 위한 준비 또한 진행하고 있다. 정기국회의 일정에 맞추어서 진행되어진 공동행동이지만, 얼마만큼의 기간과 얼마만큼의 투쟁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되어진 것은 없다. 하지만 빈곤문제의 뿌리를 뽑고 가난해도 맘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공동행동은 지속적이고 가열차게 진행해나갈 것임은 틀림없다.


[부산국제민중포럼-주제별 워크샵]
아펙과 빈곤, 한국정부의 빈민탄압

한국의 빈곤현황, APEC을 빌미로 진행된 빈민탄압 사례 발표, APEC 등 국제행사를 빌미로 진행되는 빈민탄압에 대한 국제단체 입장

일시 : 2005년 11월 17일 오전 10시
장소 : 부산대학교 학생회관 대회의실
발제: 빈곤사회연대, 최인기(전국빈민연합 사무처장), 송주상 (노숙인당사자모임 대표), 팻 호른 (국제노점상연합 코디네이터), 엘비스 치살라(국제노점상연합 사무총장), 아라키 (일본 상야쟁의단)
주최: 전국빈민연합, 빈곤해결을위한사회연대(준), 노숙인복지원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노숙인당사자모임, 국제노점상연합

 



내 직업은 사회복지사이다. 대학을 졸업한 해부터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해 이제 만7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지난 7년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지금은 빈곤여성가구를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다.
여성빈곤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취약 여성가구주 사례관리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에서는 차상위계층만 사업의 대상으로 하라고 하지만 쥐꼬리만한 생계비받는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나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그 기준은 무시하고 있다.
내가 만나는 빈곤여성가구주의 대부분의 스토리는 그렇다. IMF때 남편이 실직이나 사업실패를 하게 되고 남편과 자신이 신용불량자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 한가닥 희망을 위해 아빠들은 ‘돈벌러’간다. 그리고 그 아빠들은 연락이 되지 않고 주민등록이 말소된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자연스럽게 이혼, 별거상태가 되고 엄마들은 아이들을 떠안고 빈곤여성가장이 된다. 이러한 상황의 여성가장들은 갑작스럽게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라서 오히려 그 고통이 더 크다.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거지만 요즘 시대에 여자가 혼자서, 게다가 아이들까지 데리고 먹고사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이들을 만나서 필요한 구직정보를 함께 알아봐주고 취업을 위해 로비를 하기도 하고, 긴급히 필요한 생계비나 의료비가 있으면 후원금을 연결해주고, 아이들의 학원비가 필요하면 그 학원에 직접 찾아가서 감면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들을 도우면서 이들이 이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고 자립에 대한 의지를 갖도록 돕는다.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정말 갖은 애를 쓰며 살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빈곤하다. 아니 빈곤할 수 밖에 없다.
3D업종에서 비정규직으로 잔업까지 해야 한달 80만원 받는 이들이 월세 25만원을 내고 나머지 55만원으로 두아이와 먹고사는 일은 어떤 여성가장의 말대로 숨만 쉬어도 빚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들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 없이는 이들은 결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기존의 사회복지기관이 노동력이 없는 요보호대상자에게 무언가를 내주기만 하는 사업이었다면 지금 내가 있는 현장은 노동이 가능한 이들에게 자신들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의 사업이다.
즉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서 자립하게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일을 1년 넘게 하면서 나는 하나를 더 덧붙여야겠다고 생각한다. 물고기 잡는 법까지 가르쳐주었는데 정작 그 강에는 물고기가 없어서 여전히 배고프다는 것을....물고기가 없는 강에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의 허망함은, 지금의 사회복지현장이 이 땅의 빈곤을 얼마나 허망하게 관망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게 되는 가을날 오후이다. (김지현/민중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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