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25

 

FTA 대신 만들어 10개년 농정로드맵, 이거, 정말 웃긴다. 간만에, 정말 웃어본다.

농업에 경영능력을 들이대고, 경영 능력없는 농가는 시장의 움직임에 의하여 퇴출되어야 한다는, 기업과 노동자에 대한 논리를 들이대는데... 글쎄올시다.

현재 20대 농가가 우리나라에 몇 개나 있을까? 2002년 통계로 정확히 3048가구가 20대에 농사를 짓는다.

서울특별시에는 딱 한 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다. 전라남도가 668호로 가장 많고, 경기도, 충청북도, 경상북도가 300호 이상의 20대 농업가구가 존재한다. 전라북도에는 203호의 20대 농가가 존재한다.

그리고 전체 농업인구의 55% 정도가 65세 이상의 농가이다. 65세 이상은 농사가 되든 안되든 농업을 안지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퇴출에 관한 얘기와 경영능력에 관한 것이 도대체 누구를 겨냥한 얘기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기본적으로 누가 농사를 짓고 있고, 우리나라 농업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관해서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느낌이다.

전국의 3048호의 20대 농가... 한 대학교의 한 학년 수도 안되는 숫자가 우리나라의 "젊은 영농인이다." 그리고 5년 후에 우리나라 농업인구의 절반이 70을 넘어선다.

이런 숫자들로 주요 수치들을 검토해보자. 농가 인구가 전체 인구의 7.5%에서 2013년도에서 3.4%로 낮추겠다... 그냥 있어도 이렇게 된다. 10년 후면 30대 농업인구가 3000명대가 되고, 상당히 많은 농업인이 고령과 사망 등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 헥타아르등 64세 이상 농민에게 24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역시 70% 이상의 고령 농민들은 1 헥타르 미만이므로, 어지간하면 논 좀 많이 가지고 있는 노인들은 평균 50만원 정도 받고 논 좀 파시라는 얘기랑 마찬가지다.

그렇게 해서 결국 6헥타르의 전업농 7만 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농정 로드맵의 핵심이다. 실제 10년 후에 30대로서 농업의 허리를 담당할 사람이 지금 3000호 정도인걸 알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30대로 범위를 넓혀보면, 전국에 4만 가구정도 존재한다.

어떻게 생각해도, 현재의 50대 이상의 가구는 어차피 늙어서 손댈 필요가 없으니까, 40대와 50대 숫자로 6만호라는 숫자를 꺼집어냈겠지만, 20대 농업인구 3천호를 놓고 보면, 지독하게도 농업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감추기 어렵다.

이제는 그만둘 사람이 더 이상 농촌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 그 다음에 내친 김에 몇 가지만 더 들여다보자.

이 6헥타르를 쉽게 하기 위해서 농지도 풀고, 구매를 쉽게 하지만, 이미 작년에 주말 농장 이름으로 3백평을 풀면서 증명이 된 것이 외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농지를 구매하게 된다는 사실이고, 현 경제팀은 이렇게 더 쉽게 농지를 풀고, 여기에 아파트와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데, 이 농지 전환이 6헥타르로 간다는 건, 그야말로 당신들의 희망이다.

근데 이렇게 비농지 목적으로 인근의 농토가 계속 풀리면서 토지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설령 6헥타아를 구입하더라도, 높아진 토지 가격 때문에, 더욱 더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국가가 전부 나서서 아예 구매해주고 임대한다면 모를까, 경자유전의 원칙과 신자유주의 원칙이 동시에 작용하는 현재의 농업 조건상, 이렇게 해서 6헥타아를 확보하게 되더라도, 이미 높아진 토지 구매 비용 때문에 경쟁력은 택도 없는 얘기다.

여기에 결정타를 먹이는 것이 내년에 실시하겠다는 추곡수매제다 폐지이다. 지금까지 그나마 10년 동안 우리나라 농사를 지켜온 추곡수매제 폐지를 다른 말로 번역하면, 6 헥타아르 만큼 크게 망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 농업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가? 평균 1.5%의 수익률을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농가부채를 피해나갈 수 없다는 얘기다.

거기에 더욱 '그림의 떡'처럼 붙여놓은 농약과 화학물질을 차단한 농산물에 대한 우수농산물관리제도라는 거가 그렇다.

6헥타르, 즉 만 팔천평에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는 슈퍼맨 있으면 나와봐라다, 정말... 다이옥신 성분으로 이루어진 제초제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만큼, 이 대규모 기업농화라는 건, 머리 속에만 있는 그야말로 상상 속의 경영이다.

상황이 이런데,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정책지원을 한다는 얘기가 의미하는 바는? 머리 있고,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은, 1.5%의 수익률에 그나마 수급 조절 기능을 가진 추곡수매제도 사라진 상태에서, 그리고 6헥타르의 농토 역시 거꾸로 가격이 올라갈 상태에서 투자할 것인가?

경영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면 절대로 이런 투자는 안한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좀 더 총체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소농 위주의 유기농 형태로의 사회적 전환과 이를 위한 단계적 계획 같은 것이지만, 지금 정부가 로드맵으로 제시한 건,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농업이 망할텐데, 그 때까지 뭔가 정부가 했다는 면피 이상은 아무 것도 아니다.

정말로 의지가 있다면, 이런 모순에 가득찬 6헥타르, 전문농업인 7만이라는 구호부터 폐지해야 한다. 이 대규모 소수 정예 기업농 방식은 온 국토를 망칠 뿐만이 아니라, 온 국토를 화학농으로 전락시킬 뿐이다.

게다가 이렇게 조각조각 만들어낸 6헥타르가 캘리포니아처럼 한 군데 바둑판처럼 몰려있기를 기대하는가?

또 다른 한편에서의 농림부 기준으로 농약과 제초제를 강화하는 종합계획이 수립되어 이미 집행되고 있다. 지금 6헥타르를 따라가는 농업인들은 현재의 농림부 계획대로라면, 2~3년후면 반환경적인 농업으로 국토를 좀먹는 농업의 적으로 내몰릴 사정이다.

한 쪽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한 쪽에서는 수익성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퇴출될 수 밖에 없는 대규모 영농으로 전환하라는 로드맵을 제출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농업을 위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얘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녹색정치는 6헥타르, 7만 전문영농인을 위한 로드맵에 대하여 반대한다. 국토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로 전락해버린 농업인이 더 이상 오락가락 정부의 미친 영농정책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 때문이다.

정부는 이 사기와 기만,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자기 통계와 자료 분석도 제대로 안한, 보여주기 정책을 앞뒤맞지 않게 모아놓은 농정 로드맵을 부디 폐기해주시기 바란다.

조각조각난 6헥타르 위에 농업인의 눈물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고, 농정경영능력이라는 미사 여구 아래, 농촌 지역에도 아파트를 지어줘야 한다는, 미친 경제정책을 그만보고 싶다.

지금 농업에 20대가 3,000가구, 전국에 달랑 3,000 가구가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농촌 지역의 아파트가 아니다. 이들은 헬기로 날아다니면서 농사지을 수 있을 것 같은 6헥타르가 아니다. 제대로 된 직불제와 제대로 된 유통구조, 그리고 기본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거지, 경영능력을 입증할 '경영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거의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해준 100헥타르 이상의 대평원에 헬기로 농약과 제초제를 무한정으로 살포하는 카길사와 우리나라의 농촌이 같은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다. TV를 너무 많이 봐서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꿈의 6헥타르가 아니라, 악몽의 6헥타르가 펼쳐지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당신들 정부는 이렇게 몇 년 버티고 농업을 경제 부흥의 이름의 개발정책으로 건설경기나 일으키고, 허울만 가지고 시간을 때우면 그만이지만, 지금 당신이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몇 백년을 한꺼번에 해치우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아실지 모르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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