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사고의 끄나풀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작품은 55편의 고전(동화, 문학, 정치, 사회, 과학) 속에서

그동안 교양으로, 상식으로 알고 지내던 것들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제한된 지면에서 많은 작품을 다루다보니 각 장에서 끌어낼 수 있는 '꺼리'가

매우 한정되어 있지만 그 깊이만은 45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동네 감자탕 집보다 더 깊었다.

(정말이에요. 너무 깊어서 속이 안 보이더라구요....ㅡㅡ;; 재미없군..)

 

그 중에서 동화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가지고

'공간의 의미'에 대해 논한 장을 읽은 느낌과 생각을 간단히 적는다.

 

시간과 공간은 닭과 달걀이라는 존재론적 모순(?)에 처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허나 닭&달걀과는 다르게 시간은 철저히 공간에서 비롯된 관념이다.

공간은 실체이다. 따라서 변화한다.

이 변화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분절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

'현재'는 '지금'이면서 동시에 '여기'인 셈이다.

따라서 시간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먼저 공간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합정역 부근에 축지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가르칠까? 과연 수강생이 있을까? 하는 내 의문에

혹자는 무공으로써의 축지법이 아니라 철학으로써의 축지법을 전수(?)하는 곳이라고

살짝이 알려주었다. 다시 말해, 시간의 개념을 다시 세워준다는 것이다.

이는 방금 앞에서 이야기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우리에게는 늘 넉넉한 공간이 주어진다.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간도 포함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간에 늘 쫓기듯 한다.

허나 이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허무의 강박일 수 있다.

'여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지금'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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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2 00:29 2008/02/1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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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름:녀름  2008/02/12 0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합정역 근처에 축지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도 있으며 가격이 몇 천만원 대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은 믿거나 말거나지만 저는 믿어버렸죠.
  2. laron  2008/02/12 1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간은 실체이다. 따라서 변화한다." 라는 문장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문을 제기합니다.

    철학에 있어서 실체(substance)라는 개념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것은 속성이고, 실체가 그러한 속성들을 잡아주고 있는 버팀목 같은 것이죠. 변화하지 않는 실체가 있고, 그 실체가 변화하는 속성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실체-속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따라서 공간이 실체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공간이 실체이면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정당한(실체의 정의에 맞는) 추론 아닐까요?

    (아악 ㅠㅠ 까칠하다고 하진 말아주세혐...)
  3. B급 좌파  2008/02/12 2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녀름님> 그렇게 비싸요?? 한 번 가볼까하는 호기심도 있었는데...ㅎㅎ 뭔가 굉장한 걸 알려주나봐요...
  4. B급 좌파  2008/02/12 2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laron님>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하다가 한 수 배웁니다..^^ 사실 철학에 있어(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이지만) 개념이 바로서야 하는데, 아직 이쪽 세계에서는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지적 감사합니다...제멋대로 단어를 규정지어 사용하는 버릇을 좀 고쳐야겠습니다..^^
  5. laron  2008/02/13 0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으... 아뇨 ㅠ_ㅠ 개념이 바로 섰니 아니니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댓글을 달면서도 무척 부끄러우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었는데, '이랬거든요~' 하면 권위자가 무지한 자를 얼르는 것 같은 역겨운 태도의 반복같아서 피하고 싶어 까칠하게 글을 달았습니다.

    무엇보다 문장 하나 가지고 태클걸어서 죄송합니다. 포스트 전체 내용에 대해서는 더 말을 섞어도 좋을 정도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왜 공감하며, 공감의 기저가 무엇이냐는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죠.

    단어를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적극적으로 옹호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굳어진, 정형화된 개념과의 투쟁이 정말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 지점에서 '살아있는' 새로움이 싹트는 것이니까요. (물론, 그러한 파괴를 위해서 수 많은 전통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가장 강요하는 분야가 또 철학분야이니 숨이 막히지만요.)

    좌우지간...

    제 글에도 댓글좀. 굽신~ 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