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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오세요] 10/ 22-23, <특강> 김영미 PD가 전하는 분쟁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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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는 10월 22, 23일 양일에 걸쳐
[특강] '김영미PD가 전하는 분쟁의 속살' 을 개최합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이라크, 아프간은 물론 그간 우리의 관심에서 소외당했던 소말리아에 대한 현장이야기부터 국제사회의 국제분쟁 개입에 대한 예리하고 날카로운 분석까지, 여러 분쟁 지역의 최전선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김영미 PD로부터 이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어렵게 마련된 자리인만큼 많은 분들께서 관심가져주시고 참석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참가 문의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723-4250, oversmiler@pspd.org)


22일(수) 1강 저녁 7시 느티나무홀
  
"풍선아 작아져라, 작아져라" - 미군들의 이라크

 

        이라크에 커다란 풍선이 작아지기를 기다리는 미군들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남아있는 시간을 재기 위해 매일 풍선을 바라보는 그들.

        전쟁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소망이 있는 경우는 무엇일까요?
        길을 잃은 세계안보의 방황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요?
        
        이라크를 직접 밀착취재한 종군 취재 전문 김영미 PD의 해설과 함께
        이라크의 현실로 들어가 봅니다.


23일(목) 2강 저녁 7시 느티나무홀

"국제분쟁, 제대로 이해하기"  

        동원호, 마부노호, 브라이트 루비호...
        한국인 선원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소말리아 인근 해상 납치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대로 해군함정이 파견되면 소말리아 해적들은 다 사라질 수 있을까요?

       소말리아의 현장을 직접 취재했던 김영미 PD와 함께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둘러보고,

       한국정부의 개입 방식에 대한 문제점과 한계,
      바람직한 국제분쟁 개입원칙과 방향 등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김영미 PD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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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미(39)씨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분쟁지역 취재 전문 프리랜서 PD다. 1999년 동티모르를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분쟁지역만 골라 취재해 왔다.

2006년 한국인 선원들이 타고 있던 동원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을 단독 취재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밀착 취재한 영상이 지난 9월 10일 KBS 1TV '수요기획'을 통해 방영됐다.

"1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세계의 최전선에서 언론인으로 살아갈 겁니다."
 언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포부를 당당히 밝히는 김영미 PD, 지금의 그를 만든 건 바로 왕성한 '호기심'과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이다. (프로필 출처 @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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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방청 후기] 10.4 선언 존중하지만 이행은 못한다?

10.4 선언을 둘러싼 의원들의 남남갈등 현주소

구상찬 의원 : (10.4선언 1주년 기념 강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어떻게 생각하나?
김하중 장관 : 현직 통일부 장관이 전직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구상찬 의원 : 장관의 속마음 제가 잘 알고 있다.

국정감사 첫날인 6일, 국회 본관 4층에서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대상 국정감사가 개시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날이 갈수록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깊어지고 있는 마당에, 하필 이 날 키워드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속마음’이라고 제시해도 될 만큼 초반부터 국정감사는  그 한심한 수준을 드러냈다.

사실 이는 지난 10월 1일, 통일부 장관이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는 참여했으면서 10.4선언 1주년 기념 행사에는 불참한 것을 놓고, 의원들의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통일부 장관의 이런 처사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의자료가 배포된 10.4 행사는 건군 60주년 행사에 재를 뿌리는 것이라며 독설까지 퍼부었다. 이런 상황을 보건대 도대체 여기가 이명박 정부의 국감장인지, 전 노무현 정부의 국감장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속마음’은 정말로 복잡다단할 것 같은데, 일부 의원들은 어떻게 ‘이심전심’으로 잘 알고 있다는 것일까.


10.4 선언 존중하지만 부정하는 해괴한 논리

문제는 일부 의원들의 10. 4선언에 대한 인식이다. 10. 4 선언은 문국현 의원이 언급한 대로, 작년 11월 1일 유엔총회 결의안을 통해 전 세계가 이를 지지했던 국제적 성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한러 정상회담 때 메드 베데프 대통령은 ‘2007년 정상선언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는데 오히려 한국 정부는 순전히 러 대통령의 ‘돌출발언’이라며 진땀을 흘렸다. 10.4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오늘 국감 자리에서도 몇몇 의원들은 기다렸다는듯 지난 참여정부가 맺은 10. 4선언에 대해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의 경우, 북한이 10.4선언을 투쟁의 도구로 삼아 남한의 친북세력을 결집시켜 이명박 정부를 고립시키고 경제적 이득을 챙기려 하다고까지 해석했는데, 이는 시대착오적인 것을 넘어서서 도무지 외통위 위원으로서 면모를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다.

통일부 장관 역시 10.4선언에 대한 입장이 모호했고, 답변태도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김 장관은 양국 정상 합의라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결국 ‘퍼주기’에 불과한데, 지금으로서는 국민적 합의가 없다고 10.4 선언을 평가절하 했다. 10.4선언 이행은 대북 퍼주기이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의견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오늘 국감에서 화두가 되었던 10.4선언 이행 요구에 14조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는 것이 큰 난관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여러 의원들이 제기한 대로 그 타당성을 따져가며 국민 세금이 함부로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이나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통한 경제효과는 미래 통일비용을 절감해 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크게 불러올 수 있다고 한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얻게 될 총체적인 유무형의 상호이익을 면밀히 평가해 그 속에서 10.4 선언의 의미들을 살려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 신뢰를 얻어 주변국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부의 정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과연 이런 ‘돈’ 문제 때문에 10.4선언 이행을 못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은 끝내 속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남북관계 단절, 무조건 북한책임으로 일관?

오히려 김 장관은 현재의 남북관계 단절이 한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대화채널을 끊어버린 것처럼 설명했다. 북 측이 “3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욕을 해 왔음에도, 우리는 진정성 있게 북한을 대했다”면서, 그간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비핵개방3000을 강조하거나 기존의 정상선언에 대한 재검토 등을 발언한 것이 북한을 자극하고 북핵문제에 있어서 아무런 개입력을 갖지 못하는 '외톨이'로 전락한 사실에 대해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은 김 장관이 “북한이 대화만 재개하면” 북한 식량지원이든 경제교류협력이든 모든 것이 가능해 진다고 강조하는 부분인데, 아마 이 말 자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통일부’라면 도대체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언급이 되어야 하는데 도대체 그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통일부 존폐론을 거론하며, 북핵 협상은 외통부가, 경협 관련은 경제부처가, 대북정보 수집은 국정원이, 급변사태 대비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맡고 있다면 도대체 통일부의 역할과 위상은 무엇인가 라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지적이 나올 법하다는 것이다. 통일부를 유명무실한 부처로 전락시키려는 현 정부의 의도 못지 않게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하는 통일부가 지금의 위상추락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비핵개방3000’의 비현실성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비핵개방 3000 ’은 북한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으로, 정부는 당장 이를 유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기다가 한국 정부만 믿고 남북경협에 투자해 온 기업들이 지금 고사상태에 빠지고 있음을 우려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꿋꿋이' 북한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말만 연발했을 뿐이다.

2% 만족, 98% 부족했던 국정감사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10.4선언 이행에 대해 과잉수준의 질의가 이어졌던 데 반해,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통일부의 연도별 계획보고가 누락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얼마 전 미국의 6자회담 수석 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고 나왔던 결과가 아예 누락된 점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통일부의 이런 부실한 보고나 답변이 심각한 문제였다면 한편으로는 국감장에서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의 태도도 문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이 총 29명 중 10석도 채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혀 국감 취지에 걸맞지 않는 정쟁유도 발언은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등장했고, 그 어떤 질의에도 초지일관 유아독존 식의 발언이나 답변이 이어지는 낯익은 국감장의 풍경이 재연되었다.

반면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개성공단에서 기업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 직접 인터뷰한 것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3통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참신해 보였다. 또한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국감 자료 요청에 대해 통일부가 독단적으로 보안심의를 적용한 문제를 지적한 것 역시 국감의 취지와 국민의 알권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문제제기였다고 본다.

무엇보다 지금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햇볕 정책이 옳으냐 아니냐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따져 묻기보다는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진솔한 평가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 첫 날은 2%만족, 98% 부족했던 국정감사로서, 자못 안타까움이 컸던 자리였다.   


★ 의원들의 말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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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한나라당 의원

10.4 선언 이행 관련해, "전임 사장이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면 후임 사장이 전임 사장을 고발하는 것은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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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진 민주당 의원

국감 요청자료 보안심의 규정 관련, "껍데기만 주는 자료 가지고 무슨 국정감사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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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선진과창조모임 의원

"통일부 장관,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데 자꾸 말을 빼니까 전 정부 통일부 장관과 뭐가 다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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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선진과창조모임 의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10.4선언, 6.15 선언 관련 지금은 어정쩡한 태도 보이고 있는데, 혹시 영혼을 파신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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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의원

대북 식량지원 관련 "굶어죽고 나서 주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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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한나라당 의원

"북한은 10.4선언 이용해 남한 친북세력 과대화해 이명박 정부 고립시키고, 경제적 이익 챙기려는 '이웃집 주머니 털기' 수법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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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관 한나라당 의원

"(북한과) 무조건적 화해정신 추구하면 북한은 도덕적 해이에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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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한나라당 의원

"개성공단은 북한 개방의 상징이자 남북경협의 실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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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민주당 의원

북한 새터민 지원 관련해 "전 인류를 사랑하기는 쉬워도 한 인간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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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임 한나라당 의원

대북지원 관련해 "국채 발행으로 돌려막기식 카드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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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선진과창조모임 의원

"다음에는 낮에는 국군의 날 행사에 가고 저녁에는 10.4 선언 행사에 오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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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통일부 장관이 대북 경수로 사업 실패라고 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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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아프간 모니터링

미군 공습으로 아프간 민간인 95명 사망 비난
http://www.nytimes.com/2008/08/24/world/asia/24afghan.html?_r=1&partner=rssnyt&emc=rss&oref=slogin

 

미군측은 90명이 아닌 5명 사망했다고 주장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8/08/28/AR2008082802203.html

 

아프간 정부가 외국군 주둔 및 지위에 관한 협정 체결 요구
http://www.nytimes.com/2008/08/26/world/asia/26afghan.html

 

부시 대통령 미군 이라크 철수, 아프간 증파 계획 발표
 http://english.aljazeera.net/news/middleeast/2008/09/2008991444715547.html

 

미 증파 소식에 대한 아프간 정부 입장 (군대보다는 국가 자립도를 높이는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혀)
http://www.news.com.au/heraldsun/story/0,21985,24323409-5005961,00.html

 

프랑스 군인 10명 사망 사건 발생으로 인해 철군 여론 압박 커져

 

아프간 지도
http://www.senliscouncil.net/modules/maps/images/maps/Afghan_attacks_text

 

작년 사망자 수가 8000명까지 육박했으며, 올해 역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에만 미군이 23명 사망했는데, 같은 달 이라크에서는 22명이 사망해 이라크 사망자수를 앞질렀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7월에도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20명에 이르는 미군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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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2008 평화캠프'

 

칠흑의 어둠이 사방을 에워싸고 별들만 숨을 쉬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나는 충남 홍성 문당리에 위치한 마을회관에 당도했다. 이곳은 오리를 이용한 유기농법으로 국내에 꽤나 알려진 지역으로 그 유명세를 보여주듯 환경농업교육관이 건설 중이었고, 그 옆으로는 손님맞이를 위한 번듯한 한옥도 갖추고 있었다.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서니 평화캠프 첫째 날 저녁 프로그램인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그 끝나지 않은 얘기들」순서가 한참 진행 중이었는데, 우글우글 방 안에 모여 앉은 캠프 참가자들이 이의정씨의 발표에 귀를 쫑긋 모으며 빔 프로젝트로 쏘아올린 한 쪽 벽면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도 살짝 입구근처 자리를 잡고 얼른 이 후끈한 분위기에 묻혀 보려고 애썼다. 발표자인 의정씨는 지난 7월 군입대를 거부했는데, 명동거리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던 캠페인 사진들을 보여주며 열심히 자신의 병역거부운동에 대한 설명을 펼치고 있었다.

 


병역거부와 인권 감수성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운동을 보면, 어느 새 10년에 가까운 오래 길을 걸어왔고, 드디어 작년에는 정부가 대체복무제 도입까지 운운할 만큼 커다란 성장을 해왔다. 그만큼 ‘총을 들기 싫어’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더 이상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의정씨는 이런 사회의 변화에 또 다른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의정씨는 사회가 부여한 신체적 남성으로서의 삶을 완전히 뒤집고 여성으로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결정을 징병 거부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자 했다. 의정씨 입장에서 군대를 가야하는 것은 단지 주민등록번호 ‘1’로 시작하는 이유인데, 이는 성적 정체성은 철저히 버림받은 채 극대화된 남성사회로 국가가 강제로 ‘징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정씨가 명동거리에서 “내가 남자로 보입니까? 이래뵈도 나는 여자랍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할 때 이를 대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찍은 사진들을 확대해 보여 주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의정씨를 마치 외계인 혹은 혐오스런 벌레를 발견한 것 같은 인상을 짓고 있었다. 의정씨는 좀 더 관심을 두드러지게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직접 제작한 유인물을 건넨다고 했다. 내가 왜 병역거부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리기 위해 의정씨는 철저하게 우리 사회의 소수자의 언어와 몸짓으로 다수를 구성하는 당신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더 이상 거짓으로 살아가지 않겠다는 의정씨의 양심의 울림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기준이 어떤 식으로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지 알리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권 감수성은 없어 보인다.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1인 시위에 임하는 의정씨의 사진 속 표정은 의외로 무척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실천하는 것이 아름답다


병역거부 운동이 ‘젠더’의 주제까지 촉발하게 된 점들을 둘러보았다면, 다음 날 우리는 군사주의를 강화하고 전쟁을 지속시키는 사회적 시스템을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실상을 알 수 있는 영화 <전쟁 주식회사>를 감상하고, 비인도적 무기들을 둘러보는 공부도 했다. 어이없게도 한국은 매년 전 세계 2만명 정도가 이것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불구가 되고 있고, 한국에도 엄청난 양이 살포되어 있을 바로 그것, ‘지뢰’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에 아직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한국전쟁 전후 한국사회는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전쟁의 상처를 지워버리려 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전쟁이 지속되는 사회시스템을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운동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로 미국에서 커다란 흐름을 이어 온 전쟁세 거부운동과 평화세 제정운동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전쟁에 쓰이는 세금납부를 거부하는 대신 전쟁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빈곤, 전쟁후유증, 실업, 교육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이도록 지역단위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대안세’를 만드는 운동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의 모병제 현황과 젊은이들의 인식 전환 및 이와 연계된 반전평화운동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세 거부운동뿐만 아니라 징집 거부운동(Anti draft movement) 역시 흥행하고 있어 보였다. 캠프 참여자 중 미국인이었던 제프의 말에 의하면, 미국 사회는 끊임없이 젊은이들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한 프로파간다를 생산하는데, 이를 테면 제일 잘 나오는 군인모집광고 테마로 애국주의, 직업교육, 모험, 도전,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 등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의 경우, 시민권 획득을 미끼로 삼기도 하고 범죄자 경우에는 범죄면책을 위한 기회로 삼도록 하기까지 한단다.


마지막으로 책『군대가 없는 국가 27개의 국가와 사람들』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 책은 저자인 일본 도쿄 조형대 마에다 아키라 교수가 직접 27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정보를 엮은 것으로, 아직 국내 번역판이 출판되지는 않은 책이라는 점이 아쉽긴 하다. 군대없는 국가라고는 하지만 코스타리카와 일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립적ㆍ평화적 관점에서 군대가 없기 보다는 아직은 미국 등의 강대국에 종속된 위치로 인해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점이 우리에게는 군대가 없는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품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신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평화가 수족관 속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벙긋 하는 것이 되면 그건 평화가 아니다. 퍼덕퍼덕 살아 움직이는 평화가 되려면 그건 반드시 현실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거창하게 ‘군대를 없애자’라는 일면식 사고방식과 주장만으로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긴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평화를 찾아야 한다. 다시 거꾸로 돌아가자. 살상무기를 생산, 제조하는 기업의 제품을 거부하는 소비자가 되고, 그 기업을 지원하는 로비스트나 우리의 세금을 전쟁비용에 들이붓는 정치인들을 찾아내고, 전쟁을 찬양하며 늘 왜곡 보도에 전념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등의 일은 조금만 열의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평화운동’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전쟁광은 결코 우리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유령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실천이 아닐까?

 

 

 


까다로운 운동, 비폭력직접행동


둘째 날 오후 평화캠프는 어쩌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비폭력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조별로 ‘비폭력’이란 무엇인지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전체가 모여 어떠한 행동을 놓고 이것이 폭력에서부터 비폭력까지 어느 정도를 통과하는지 프리즘을 만들어 토론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내가 알고 있는 단순한 행동이 다른 문화와 환경을 갖춘 조건 속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폭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폭력과 비폭력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척도가 있을 수는 없으며, 끊임없이 소통과 협력을 통해 비폭력의 영역을 정교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내가 속했던 ‘열무국수팀’에서 토론한 ‘비폭력은 ***다.’ 결과를 소개한다. 이는 언제봐도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오는 추억의 문장들로 남을 것 같다.


 

   비폭력이란 *** 이다.


 1) 생명이 있는 것은 해하지 않는다.(언어 및 물리적 포함)

 2) 위협과 공포를 최대한 유발하지 않는다.

 3) 생각이나 수단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4)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절대화하지 않는다.)

 5)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다.

 6) 결과와 성과보다는 과정을 즐긴다.

 7) 권력, 발언권, 희생, 영웅시 분위기 등을 개인에게 몰아주지 않는다.

 8) 가능한 여러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다.

 


동심원으로 마음을 읽고 소통하는 평화


지금까지 평화캠프에서 벌어진 ‘평화’를 숨가쁘게 소개했다. 필자의 글솜씨가 부족한 데다가 너무 길지 않은 글이 되기 위해 글 속에 묻혀버린 평화캠프의 그 수많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존재했다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댕강 내용을 잘라먹었다고 해도, 입맛 다실 이야깃거리 하나는 남겨두었다. 무엇일까? 그것은 동심원 이야기이다. 평화캠프의 이색적인 점 중에 하나는 동심원으로 만들어지는 의사결정체계였다. 나이가 많다고, 캠프의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서 함부로 캠프의 운영원칙을 결정할 수 없는데 그렇다보니 당연히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전체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토론을 통해 캠프의 질서와 약속들을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대화의 틀을 형성했다. 가끔은 다른 이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무형의 선물을 받고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도 했다. 동심원을 통해 힘에 의한 지배가 없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투명하게 열고, 타인의 마음을 배려해 나가는 가운데 소통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평화캠프는 3박4일동안 진행되었지만 나는 그 중 일부만 참여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물론 처음 이 곳에 도착해 총총한 별빛을 보며 가슴 설레었던 순간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만큼이나 나는 이번 평화캠프에 참여했던 날들이 평화를 찾아가는 긴 별들의 여정을 다녀온 기분이다. 동심원으로 빨려들어가 몽환적인 기분으로 평화를 찾아헤맨 나는 이제 우리가 어떻게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평화와 호흡할지를 고민케 했다. 중요한 것은 평화 그 자체가 진리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어떤 절대적인 기준도 원칙도 없으며, 다만 우리는 보편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평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폭력과 비폭력에 대한 상이 사람마다 다르고, 인권 감수성 역시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이제 우리는 세상을 조금 더 까다롭고 엄격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소수자의 이름으로, 피억압자의 이름으로, 비폭력의 이름으로 살아갈 세상은 평화가 또한 현실에서 정치적인 것들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음을 상기시킨다. 메이드 인 '2008 평화캠프', 이번 캠프가 나에게 남긴 것들은 이렇게 평화운동의 중요한 또 하나의 원천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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