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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진중권 인터뷰

진중권 “악역이 필요한 때 아닌가 李정권이 나를 자꾸 불러낸다”

경향신문 2008년 03월 26일 15:00:30


진중권, 그를 인터뷰 대상에 올려놓고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인터뷰감으로 괜찮으냐고. “말하난 똑 부러지게 하잖아.” “어쨌든 재미는 있겠다.” “에이~ 별론데. 이미지가 좀 부정적이지 않아?” “또 무슨 독설을 이끌어내려고?” 이렇듯 그는 이미지까지 논쟁적이다.

 

실제 큰 논쟁이 벌어졌다 싶으면 그는 어느새 그 중심에 서 있다. ‘황우석 박사 사건’이나 ‘디 워’ 논란에서도, 최근 민주노동당 분열 국면에서도 그랬다. 주변부에서 슬쩍 발을 담그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못된다. 그가 뜨면 조용하던 판도 단숨에 달궈진다. 가끔 토론 게시판에 올라 있는 그의 이름을 두고 ‘짝퉁’ 시비가 붙는 것도 이런 그의 파괴력 때문이다. 소싯적에 ‘말쌈치기’깨나 했을 법한 입심의 소유자인 것은 분명하다.
 
인터뷰 요청에 진중권씨는 “무슨 일로 인터뷰를 하려고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인터뷰는 많이 했지만 본격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세구 선임기자  

때론 평범한 말도 그의 입을 통해 나오면 뉘앙스가 바뀌기도 한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양촌리 김회장 댁 둘째 아들’이라며 특유의 화법으로 비판한 것이 좋은 예다. 배우 유인촌을 긍정적으로 묘사해온 이 말은 졸지에 장관 유인촌을 비꼬는 말로 변했다.

 

유 장관의 비판을 들으며 퍼뜩 든 생각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으니 진중권이 바빠지겠다’는 것이었다. 예상대로였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나를 자꾸 불러낸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미디어아트’에 빠져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는데 자꾸 이끌려나간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그것을 그는 ‘먹물’이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다. 생각보다 웃는 모습이 훨씬 착해 보이는 그와 마주 앉았다.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진중권이라는 이름이 거론됩니다. 의식적으로 개입하는 겁니까 아니면 끌려들어가는 겁니까.

 

“보통은 가만히 있어도 언론에서 전화가 옵니다. 제가 전화 걸어서 ‘나 할 말 있으니까 방송 내보내줘요. 신문 지면 줘요’ 이럴 수는 없잖아요. 연락이 와도 대부분은 제가 자릅니다. 우선 많은 경우 의견이 없어요. 제가 모든 사안에 의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또 의견이 있어도 전문가들이 발언하는 게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나서는 일은 보통 궂은 일이죠. 악역이 필요할 때. 영화 ‘디워’ 논란 때도 전화가 왔는데, 제가 영화평론가가 아니잖아요. 저한테 전화를 거는 이유가 뻔한 거죠. 그 때도 ‘왜 또 나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어봤더니, ‘여러 평론가한테 연락했는데 안 한다고 한다’고 하더군요. 대개 그런 식이죠.”

 

-논란이 될 것을 예상하면서도 발언한다는 겁니까.

 

“이런 걸 하게 되면 일단은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갑니다. 일상에 지장을 좀 받죠. 그래도 ‘먹물’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합니다. 먹물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황우석 교수 사건 때도 보면 사건이 진행될 때는 아무도 말 안했잖아요. 끝나고 나니까 말이 나온단 말입니다. 먹물이란 게 뭡니까. 노동자, 농민이 해주는 옷 입고 밥 먹는 사람들인데 그러면 자기 할 일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다 지나간 다음에 코멘트하는 게 무슨 의미냐 이거죠.”

 

-발언을 하다보면 공격을 많이 받는데 괴롭지 않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제가 견해를 하나 낸 것처럼 그들도 견해를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그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번 개입하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계속 지켜봐야 하잖아요. 시간을 빼앗기는 거죠. 미디어아트와 컴퓨터 그래픽의 미학 문제를 고민하다가, 다른 한편으로 양촌리 김 회장님의 둘째 아들(유인촌 문화부 장관)을 걱정해야 하고.(하하)”

 

-논쟁을 잘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연구를 많이 합니까?

 

“제대로 하려면 우선 철학적, 이론적 토대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논의의 지평이 보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이론적 스펙트럼의 어디에 있으며 그 입장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 토대가 없으니까 엉망진창이 되는 거죠. 두번째로 논객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해야 합니다. 어법이 중요하죠. 특히 구술적인 어법. 은유나 비유법으로 얘기를 한 다음에 하나의 이미지로 요약해 주는 것. 이런 게 있어야 합니다.”

 

-토론 잘하는 분을 꼽는다면?

 

“제가 봤을 때는 노회찬씨가 최고입니다. 굉장히 구술적인 언어를 사용하거든요. 비유의 달인이고. 논리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논리를 서민의 생활 정서와 결합시켜 나갑니다. 유시민씨나 저만 해도 먹물 티가 나잖아요, 유학물 먹은 티가. 노회찬씨는 그런 티가 전혀 안 나고. ‘(고기를 제대로 구우려면)불판을 갈아야 한다’ 이런 것만 봐도 말씀을 잘하시죠.”

 

-유시민씨나 전여옥씨에 비교되기도 합니다.

 

“저와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전여옥씨는 논리가 있는 건 아닌데 순발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유시민씨는 토론을 잘하죠. 논리도 있고. 옛날에는 유시민씨 만나서 밥도 먹고 그랬는데 장관이 되더니, 그 다음부터는….(하하)”

 

-지인 중에 논쟁에 뛰어들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은 없습니까.

 

“굉장히 재미있는 게 뭐냐면 습속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 제가 무슨 얘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저를 걱정해주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남산 끌려가는 거 아니냐’ ‘걱정된다 몸 조심해라’ ‘조금씩 해주세요, 5년 동안 해야되니까’ 이런 것들이 늘었어요. 저야 ‘자기가 어쩔 거야, 전두환한테도 짱돌 던진 사람인데’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저를 걱정해준다는 건 그분들이 그렇게 살아왔다는 뜻이거든요. 아직 우리 사회에 말을 하면 안 되는 분위기가 있고 이번 정권 들어와서 그 분위기가 강해졌고. 이게 재미있어요. 노무현 정권 때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가족들은 어떻습니까.

 

“저를 말릴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우리 어머니가 뭘 아시겠어요. 우리 마누라도 어차피 외국인(일본인)이라 내가 뭘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그래도 신문에 많이 나오는 것은 좋아해요. 욕 먹는 건지도 모르고.(하하)”

 

-진회숙씨(음악 평론가), 진은숙씨(서울시향 상임작곡가) 등 누나 두 분이 모두 음악을 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위기였습니까.

 

“별로 안 좋았습니다. 제가 음악을 안 좋아했어요. 작은 누나는 피아노로 같은 곡을 며칠씩 연습하고 큰 누나는 그 옆에서 또 성악을 하니까 시끄럽잖아요. 요즘도 집에 오디오가 없습니다. 음악을 안 들어요.”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이었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어려웠습니다. 아버지는 개척교회 목사셨고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했어요.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오래 되셨고 엄마는 저와 함께 사시죠.”

 

-가족들이 모두 예술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긴 했는데 화가나 조각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요즘 비행기 조종을 취미로 삼고 있다고 하던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습니다. 원래 2002년에 배우려고 했는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이문옥씨가 출마했잖아요. 비행 교습비를 거기에 다 쓰고 2006년에 시작했습니다. 경기 화성에 있는 비행 허가구역에서 타는데 지금까지 비행시간이 모두 68시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모험심이 강한 편입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비행기 타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비행기 조립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우리 어릴 때 나무도시락 있잖아요. 거기에 연필로 비행기를 디자인해서 칼로 오려서 본드로 붙이고. 요새도 플라모델 사서 조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비행기는 빌려서 배우는 겁니까.

 

“제 비행기입니다. 4500만원 주고 2인승 초경량기를 샀어요.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우연히 항공잡지를 봤는데 비행기가 10만 마르크 정도 하더라고요. 그때 우리 돈으로 6000만원 정도였어요. 아주 좋아보이고 근사해 보이는데 값이 6000만원밖에 안하니까 ‘비행기라는 게 살 수 있는 거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재작년에 실제로 구입을 한 거죠.”

 

-비행기를 직접 조종한다고 하니 생텍쥐페리가 떠오릅니다.

 

“이륙할 때 출력을 높이면 속도가 빨라지면서 엔진 소리가 커지고 진동이 심해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동이 사라지면 비행기가 공중으로 뜨는 거예요. 그때 ‘아, 이 세상에서 벗어났구나’하는 느낌이 듭니다. 언젠가는 세스나를 조종해 볼 생각입니다. 초경량이면서도 공항의 관제를 받아서 이·착륙 하고 야간비행도 가능한 기종이죠.”

 

-관심 분야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문화평론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하는데요.

 

“문화평론가는 직업이 없는 사람을 높여서 부르는 말 아닌가요?”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겸임 교수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비정규직이잖아요.”

 

“과거로 가는 정부, 이건 복고지 보수가 아니다”
토론은 노회찬씨가 달인…38진중권씨는 2주에 한번 주말에 4500만원짜리 2인승 초경량 ‘자가용’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난다. 그는 “처음엔 폼 잡으려고 항공 점퍼를 입었는데 이젠 이게 편하다”며 씩 웃었다. |김세구 선임기자 6이란게 실체가 있나

 

-왜 미학과에 진학했습니까.

 

“이름이 예뻐서요. 뭐 알고 갑니까. 가보니까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가는 과던데요. 철학 전공 내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철학과 가고 못하는 애들이 미학과 가는 식이었어요. 그래도 공부가 재미는 있어요. 별 생각없이 선택했는데, 선택을 잘한 것 같습니다.”

 

-대학생 때 운동권이었습니까.

 

“그렇죠. 그때는 운동권 아닌 사람이 없었잖아요. 제가 주도하고 그랬던 건 아니지만 돌 던지고 유인물 나르고 배포하는 거 다 했었죠.”

 

-서울대 82학번으로 386세대의 중심인데, 386세대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는 누구를 386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을 주로 가리키는 것 같던데. 386이란 게 실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386이 좌파냐 우파냐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세대교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386들이 80년대 10년 동안 나왔던 사람들이니까 10년은 이 세대가 사회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유인촌 장관 파동도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들을 몰아내는 건 물론 밥그릇 싸움이죠. 하지만 이것을 넘어서서 객관적으로 보자면 세대 교체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86 이후의 세대는 어떻게 보십니까.

 

“그 이후에는 힘들 겁니다. 386은 책이라도 읽었거든요. 이 사람들은 세상을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 본 세대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대는 그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체제 바깥을 넘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이 점이 새로운 세대의 상상력을 심하게 제한하고 있어요. 우리 세대는 ‘세상을 확 엎어버리자’ 했었기 때문에 많이 나간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게 좀 안타까워요.”

 

-현재 진보신당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봉급을 안 줘요. 여비도 안 주고.”

 

-진보신당의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장기적으로는 괜찮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 겁니다. 나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인지도도 없고. 과거 민주노동당이 친북적 색채 때문에 외연을 넓히는데 힘들었는데 거기에서 벗어난다면 전망이 있습니다. 예전엔 진보정당을 찍으면 ‘적들 앞에서 분열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는데 최근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없단 말입니다. 우리가 두 번의 개혁 정권을 겪어봤잖아요. 민주당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개혁체가 노무현씨입니다. 그 이상의 개혁적 제스처는 못낼 거라고 봅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는데, 한달 겪어봤지만 보나마나 뻔한 거죠. 그러면 여기 찍고 저기 찍었는데 둘다 아니더라, 또 한번 속는 셈치고 진보신당도 한번 찍어보자 한단 말이죠.”

 

-앞으로 우리의 정치구도가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봅니까.

 

“미래는 예측을 못 하겠습니다. 다만 일단은 3당 체제로 가는 게 좋죠. 보수와 중도, 진보로. 아직 2당체제라 진보정당의 생존 자체가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노동이 유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락 수단과 노동 수단이 일치해요. 컴퓨터로 노동하고 컴퓨터로 오락한다는 말이죠.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노동자들의 구성이 달라지면 계급적 문제가 달라져요. 진보정당은 이걸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보 노동자들, 88만원 세대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네트워킹 해내느냐에 진보신당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봅니다.”

 

-진보신당이 독일식 사민당이나 녹색당처럼 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민주의를 굳이 앞세우지 않아도 유럽식 사회국가를 지향한다고 하면 되는 겁니다. 이념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어요. 국가가 최소한의 의료·교육·거주 등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으로 합의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독일 유학이 의식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 같습니다.

 

“다른 사회를 봤으니까요. 자본주의를 조직하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본 거죠. 이탈리아적 가능성이 있고 프랑스적 가능성이 있고. 북유럽은 또 완전 빨갱이거든요. 같은 자본주의라 하더라도 게임의 규칙은 다양하게 짤 수 있는 건데 왜 우리는 이런 규칙으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됩니다.”

 

-이제 곧 총선입니다. 어떻게 전망합니까.

 

“이명박씨는 운이 좋습니다. 취임 한달밖에 안 지났는데도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 총선이 한 달만 더 남았어봐요. 천운을 타고 났어요. 그 운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부의 한 달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보수 정권이 들어와서 보수 정책을 펴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그런데 장관 뽑아 놓은 것들을 보면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상식 이하예요.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에요.’ 이런 건 우리가 부동산 투기 한 사람들을 비꼬아 말할 때 써야 하는 건데 그걸 자기들이 한다는 말이죠. 이번에 생쥐머리 사건도 그렇죠. ‘생쥐 튀김이 건강에 좋다더라’도 우리가 비꼬아서 할 얘기인데 자기들이 한다는 겁니다. 황당하죠. 코미디도 아니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내각이 저 모양인데…. 자기가 말을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게 말이 되긴 하는 건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일상적인 한국어 능력이 의심됩니다.”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말을 뱉었다가 아니라고 하고 뱉었다가 아니라고 하고. 이명박 정부는 미래로 간다고 하면서 자꾸 과거로 가고 있습니다. 백골단을 부활시키고 사형제를 부활시키고. 경제도 이게 다 박정희 프로젝트 아닙니까. 경부고속도로 깔자, 운하 파자, 가격 통제하자. 1970~80년대 본인이 활약할 때의 기억으로 통치를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로부터 20~30년을 지나왔잖아요. 이건 복고지 보수가 아닙니다. 잠재 성장률이 5%인데 어떻게 7% 성장을 합니까. 저는 그냥 공약인 줄 알았어요. 선거할 때 무슨 소리는 못하나요. 근데 이명박 정부는 그걸 믿나봐요. 정신이 좀 이상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가 그래도 경제 하나는 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잘해서 경제가 살아나거나 못해서 못 살거나 하는 차원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가 세계 경제에 깊숙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경제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어요. 5% 성장이 적은 성장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겁니다.”

 

-이번 정권에서 발언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정권 끝나면 다시 공부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정권이 나를 부르는 거죠. 저 공부해야 해요. 미디어 미학을 정리해야 하는데,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작업량이 많아요. 그런데 정권이 저러고 있으니 제가 일을 못합니다. 이런 연구 성과들이 다 한국의 경쟁력인데, 정권이 한국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공부에 집중하시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지금 사회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입니다. 사회를 밀림, 정글로 만들려고 하잖아요. 일제고사를 봐서 성적 다 보여주고.”

 

-그렇게 걱정될 정도 입니까.

 

“5년 후에 의료보험증 들고 갈 수 있는 병원이 몇 개나 있을까 이게 제일 걱정됩니다. 의료 민영화다 뭐다 해서, 저 놈들이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에요. 막아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절망한 사람들은 사회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건 곧바로 범죄로 나갑니다.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을 사형제로 다스리겠다고 하니, 이 사회가 뭐가 될는지.”

 

-지금 연구하는 미디어아트 분야를 소개하신다면.

 

“미디어 아트를 몇 년째 연구하고 있습니다. 철학 패러다임이 매체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최신 기술과 예술이 결합하고 있어요. 예컨대 예술가들이 팔을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컴퓨터에 입력되는 것과 같은 거죠. 초기엔 예술가의 실험 수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중적인 하드웨어·소프트웨어로 보급이 됩니다. 이게 판타지 산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누구와 어떻게 연구하고 있습니까.

 

“카이스트에 CT(컬처 앤드 테크놀러지) 대학이 있습니다. 예술종합대학에도 AT(아트 앤드 테크놀러지)가 있어요. 저는 예술종합대학에서 이론을 담당하며 결합이 돼 있는 상태입니다. 여기와 결합한 지는 세달밖에 안 됐어요. 그 전에는 개인적으로 했습니다. 개인 돈 내서 외국에서 전시회 보러다니고 책도 사고.”

-미디어 아트가 정치와도 접점을 가질 수 있습니까.

 

“진보진영이 미래를 내다보고 이런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레이저로 낙서를 할 수가 있어요. 청와대에 레이저를 쏘는 겁니다. 사라지면 어떻게 처벌하겠어요. 삼성에도 레이저로 욕 써놓고 도망 오고. 이걸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고. 사이버 게릴라들을 만드는 겁니다. 정치적 진보가 이렇게 미학적 진보로도 나타나야 합니다. 진보신당에서 그런 것들을 많이 도입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디지털 미학의 이론 작업을 해야 합니다. 후학을 키워야 하잖아요. 미디어 아트 현황에 대해서 알려줘야 하고. 기술과 예술, 인문학의 삼각 컨소시엄이란 게 있어요. 인문학이 콘텐츠를 주면 아티스트가 이미지를 떠올리고 기술자가 기술로 구현하는. 이런 것을 할 사람을 길러내는 커리큘럼을 짜야 합니다.”

 

이중근 특집기획부장·최희진기자


▶진중권은 누구인가…‘디워’논란·민노당 비판등 ‘할 말은 하는 논객’

날카로우면서도 재기 넘치는 입담을 자랑하는 논객 진중권은 1963년 서울에서 2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86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92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논문 ‘유리 로트만의 구조기호론적 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94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다 99년 ‘생활고’로 귀국했다. 독일 유학을 통해 다양한 사회가 존재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가 이름을 알린 것은 98년 계간 ‘인물과 사상’에 ‘극우 멘탈리티 연구’를 연재하면서부터다. 이후 ‘안티조선’ 운동, 소설가 이문열과의 홍위병 논쟁, 황우석 비판, 영화 ‘디워’ 논란, 민주노동당 주사파 비판 등 전방위로 종횡무진하며 ‘할말은 하는’ 논객의 입지를 굳혔다. 저서로 ‘미학 오디세이’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폭력과 상스러움’ ‘호모 코레아니쿠스’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최근에는 미디어아트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강의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보정당 활동에 간헐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최근 창당한 진보신당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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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시 군사용어 사용 이제 좀 그만

오늘 오전 레디앙에 들어가서 지나간 기사들을 훑다가 흠칫 놀란 제목,

 

좌회찬-우상정 쌍포 '본격' 가동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8242

 

뭐냐 이 무시무시한 제목은... 그리고 기사  내용을 읽으니 역시 만만치 않았다.

심각한 문제의식이 뇌리에 박혀 잘 떠나질 않기에 작성 기자에게 메일을 띄웠고, 곧 기자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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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활동하는 지은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제가 레디앙에 들어가서 님의 기사를 읽고선 적지않은 불편함을 느껴 이렇게 불쑥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오늘 님이 작성한 기사 제목은 좌회찬-우상정 쌍포 '본격' 가동 이었습니다.
제목부터가 만만치 않구나 싶었는데 내용을 읽고는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치 국방일보를 읽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군사용어가 뒤섞여 전투적이고 호전적인 문장들 일색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표현들입니다.
 
...D-20. 민주노동당 쌍포의 화력에도 불이 불었다.  '좌회찬 우상정'은 권영길 후보의 그림자가 되어 후보의 1차 합동 토론이 예정된 오는 6일까지 16개 광역시도를 1차 순회하는 것을 목표로 본격적인 지원 사격에 나선다....
 
...민주노동당은 '선거 운동 초반이 전체를 좌우한다'는 기조 아래 노, 심 선대위원장을 권 후보의 유세에 전진 배치해 공세적인 선거 운동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권 후보가 제시한 민생 의제들을 부각시키고 국민적 이슈로 만드는 선봉장 역할을 한다. ...
 
...또 이들의 주 임무 중 하나는 '참전론'을 설파하며 아직 일부 지역에서 주춤하고 있는 당원들에게 발동을 거는 것이다. ...
 
 
저는 레디앙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순 없지만  당연히 군사주의나 전쟁찬성론을 지향하진 아닐 터이구요, 님도 마찬가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기사는  선거운동의 열띤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을 너무 과하게 비유하신 것은 아닌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전투적이고 선동식' 기사쓰기 방식에 대해서 충분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비단 기사 속 군사용어가 레디앙만의 문제도 아니고 한편으로는 레디앙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도 아닙니다. 또한 저 역시 완전히 자유롭다고 자신 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단순 실수도 아니고 도저히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 싶습니다.   
 
그리고 언론과 독자의 관계를 바라볼때 기사에 대해서 독자가 비판적 의식을 가지는 문화는 바람직할 뿐더러 레디앙으로서도 다양한 독자층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상호간의 이해를 넓혀 나가는 것이 폐쇄적이지 않고 더 열린 매체로 가는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봅니다.   
 
바쁘시겠지만 제가 드린 내용에 대해 답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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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디앙 *** 기자입니다. 우선 따끔한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실은 급하게 관성적으로 기사를 쓰고 나니 저 또한 지은님의 지적과 같은 고민으로
뒤끝이 개운치 못했습니다.
 
지은님의 지적에 100% 공감하며 레디앙과 기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미 출고된 기사인지라 고치는 건 제 권한 밖의 일이라 그럴 수는 없고 
앞으로는 꼭 유념해서 기사 작성을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적 부탁드립니다.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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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안에 뿌리박혀 있는 군사용어는

때로는 질서를 위계화하거나 집단화시키기도 하고

개별 인간을 고무시키거나 선동시키기 위한 지배언어로 작동하게 된다.  

 

만약에 군대가 없어진다고 해도 이미 내재된 군사주의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필히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고 고쳐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란 단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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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대중은 '애국'이 아니라 '영구의 도전'에 열광했다"

  "대중은 '애국'이 아니라 '영구의 도전'에 열광했다" 
  [반론] <디워> 논란, 비평가는 '대중의 욕망'을 함께 읽어야 

 

  '먹물'과 '쌩-매스'(?)
 
  얼마 전 아는 사람으로부터 매우 불편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쌩-매스'(生-mass)라는 이상한 표현을 썼는데, 내가 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반응을 보이자 그는 운동권 활동가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종종 쓰는 말이라고 친절하게(?) 해명해주었다. '쌩-매스'를 풀이하자면, '날-덩어리' 혹은 '날-대중'이라는 뜻이고, 결국에는 '백지 상태로 아무 것도 모르는 대중'이라는 풍자어인 셈이다.
 
  운동권 활동가들 전부가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은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해 왔다.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 혹은 지배집단과 피지배집단이라는 분류가 그것이다. 그런데 사적인 자리에서 그들은 전혀 다른 분류 체계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바로 진보적 지식인과 대중이라는 분류 말이다.
 
  요 며칠 사이의 <디워>(D-War) 논란 역시 이러한 분류 체계로 귀결되고 있는 듯하다. 평론가들을 비롯한 '먹물'들의 혹평에 '쌩-매스' 네티즌들은 집단적인 수준의 반발을 보여 왔다. 게다가 <100분 토론> 당시 진중권의 발언을 계기로 '쌩-매스' 네티즌과 진보 지식인이라는 대립 구도가 생겼다.
 
  <디워>에 애국주의는 있다
 
  <디워>라는 영화 텍스트에 대한 세간의 비평에 대해 나 역시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 애국주의적 요소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완전한 거짓말일 것이다. 실제로 각종 매체에서 전파하는 소식들, 이를테면 이무기와 여의주 전설이 영화의 모티프이고, 영화 엔딩곡이 <아리랑>이며, 나아가 100% '국산' CG 기술로 제작된 이 영화의 흥행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내 경제에 부가가치를 가져올 것이라는 뉴스들을 선별해보더라도, 전반적으로 애국주의에 강조점이 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혹자는 '애국주의가 왜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상식적인 수준으로 설명하자면 대충 이렇다. 애국주의는 국가를 중심으로 국민들을 통합하는 효과를 동반하는데, 여기에는 통합되지 않는(혹은 될 수 없는) 비-국민들에 대한 배타성이 표출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그 통합 자체가 허구적이라는 데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디워>의 '국산기술'은 심형래 개인 혹은 '영구아트무비'의 것이지, 우리들 개개인의 것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그 회사에 입사해서 임금을 받지 않는 이상, 혹은 그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분배받지 않는 이상, 사실상 우리는 득을 볼 게 거의 없는 셈이다. 그 파이가 실효적인 신규 고용창출로 이어진다기보다는 투자자들의 금융자본 확충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워>가 안팎으로 보이는 애국주의적 요소가 평단의 도마에 올라야 할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이 영화가 기술적으로 할리우드를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보여 왔던 수법 자체를 극복한 것은 아니다. 휘황찬란한 시각적 구경거리로 관객을 무장해제한 이후에, 영화 자체의 서사, 영화 외적인 담론 등을 통해 허구적인 애국정신을 들이미는 방식 자체는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디워>는 할리우드의 기술에 대해 저차원적으로는 극복했지만, 고차원적으로는 전혀 벗어나지 못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볼거리로서 흠잡을 바는 없지만, 영화'학' 혹은 문화'학'적으로는 냉정한 평가를 면할 수 없다.
 
  '애국주의 영화에 대한 열광'과 '애국주의'는 구별하자
 
  그러나 진중권을 비롯한 비평가들의 주장에 대해 내가 동조하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비평가들은 <디워>가 가진 이데올로기적인 문제가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이것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통용되리라고 믿는 듯하다.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대중문화 현상을 비평하고 연구할 때에는 적어도 세 가지 정도의 분석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텍스트 분석, 수용자 분석, 제도 분석 등이 그것이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영화 자체의 미학적·이데올로기적 측면을 분석하거나(텍스트 분석), 이러한 측면이 관객들에게 수용·재해석되는 측면을 분석하거나(수용자 분석), 이러한 시스템이 가동하도록 하는 영화의 제작·유통의 측면을 분석하는 것이다(제도 분석). 따라서 이 중 어느 하나만을 가지고 (영화가 아니라) '문화 현상'을 파악한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그 해명 과정과 결과에 커다란 공백만이 남게 된다.
 
  비평가가 슈퍼맨이 아닌 이상, 그리고 충분한 지면이 허락되지 않는 이상, 이 세 가지 분석을 동시에 병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관찰할 때 관점과 상황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평 역시 자신이 어떤 수준의 분석을 취하느냐에 따라 문화 현상의 일면만을 관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평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
 
  만약 관객에 대한 분석 없이, 텍스트 분석만으로 <디-워> 논란이라는 문화 현상 전체를 설명하려 한다면, 그 비평가는 자기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것까지 무리하게 설명하려 하는 오버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와 관객의 태도는 분명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애국주의적이라고 해서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 모두가 애국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달리 말해 한 덩어리의 '쌩-매스'란 있을 수 없다.
 
  그냥 가족과 한때를 보내고 싶었을 뿐
 
  그런 면에서 '애국주의'라는 비판에 대해 네티즌들이 보이는 거부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자신이 집단광기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조선일보류에 달린 댓글이 아닌 이상, 대다수는 자신이 애국심과도 무관하다고 강변한다.
 
  실제로 <디워>가 개봉한 극장들에는 방학 중인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때의 <디워>는 심형래의 출연물을 보고 자란 부모세대들이 자녀와 함께 자신의 유년시절을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물론 <디워>의 흥행은 생각 외로 심각한 문제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500여 개가 넘는 개봉관을 <디워> 한 편이 차지하고 있어서(<화려한 휴가>는 400여 개),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영화를 이런 관점에서 보는 것이 제도 분석이다).
 
  어쨌든 이렇게 반자율적으로 그냥저냥 <디워>를 보는 경우라 하더라도 애국주의에 동원되어 <디워>를 본다고만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절망한 대중, 심형래의 도전에 열광하다
 
  이쯤에서 <프레시안>에 기고했던 이형기 등의 논자들이 우려하는 '집단 광기'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표현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광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광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찌됐건 심형래(의 영화)에 대한 식자들의 비판이 단초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 역시 심형래에 대해서는 애증의 감정이 교차한다. 특히 '신지식인' 문제가 나오면 더욱 그렇다. 심형래는 1999년 <용가리> 개봉을 전후로 하여 공보처에 의해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된 바 있는데, 당시 공익광고에 출연한 그는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정부의 '신지식인' 캠페인에 대해서는 나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당시 심형래의 이 말 하나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평가들은 바로 이 부분을 무시했다. 그들은 '영구의 도전', '영화계 이방인의 도전'이 '개봉 전에 272만 달러 계약', '신지식으로 제2건국을 이룩합시다!'와 같이 성장제일주의나 국가주의로 귀결된다는 데에서만 문제를 찾았다. 진중권이 말하는 '심형래의 인생극장'이 문제인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물론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놓치고 있는 대목이 있다. 심형래를 지지하는 어느 UCC 동영상에는 비평가들이 놓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가 잘 나타나 있다.
 
  '무책임한 비판과 시기 편견/ 권력, 이익집단의 횡포/ 우리의 꿈과 열정은 항상 이 현실의 벽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중략) 우리는 그를 통해 희망을 보았다. 현실의 벽 앞에 타협하고 살아가는 우리/ 어린 시절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그를 통해 확인하고 싶고 그가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중략) 우리는 그저...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작은 진리를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동영상을 보면 대중이 심형래에게 열광하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적어도 그들에게 '심형래의 도전'은 '무책임한 비판과 시기 편견 / 권력, 이익집단의 횡포'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영구, 즉 바보의 이미지로 기억된 심형래가 화려한 학벌과 세련된 언변을 가진 이들의 '무책임한 비판과 시기, 편견' 앞에서 좌절을 겪을지 모른다며 불안해 한다.
 
  <디워>를 옹호하는 댓글 가운데 상당수가 "평론가들은 말만 번드르하게 할 뿐, 대중을 위해 실제로 한 게 무엇이냐"는 내용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즐거움을 준 영구가 말만 앞세우는 지식인을 꺾는 모습을, '바보 영구'의 이미지로 각인된 심형래의 성공 신화를 보고 싶은 게다. 실제로 심형래가 부각시킨 이미지도 이런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충무로판에서 마이너리티임을 자처했다. 대중이 정말 원한 것은 애국주의적 열정이 아니라 '마이너리티의 성공 신화'였다. 그리고 이런 성공에 자신을 투영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비주류의 도전'에 열광하는 태도를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엄밀한 비평이라면, 이런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물론 문제는 있다. 이런 도전은 또 다른 패배자를 양산하는 '성공'과 '승리'의 경쟁논리로 포섭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단지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포섭된다는 점만으로, 도매금으로 넘기는 비평가들의 태도는 잘못이다. 여기에 '쌩-매스'에 대한 혐오감까지 곁들여지면, 관객은 더욱 답답해진다. 그리고 이런 답답함은 더욱 억센 반응으로, '광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들의 비평에 '쌩-매스'는 없다
 
  애초에 나는 이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내 입장을 간략히 말하자면, 나는 '먹물들'의 입장에도 '쌩-매스'의 입장에도 온전히 동조하지 못한다. 나는 <디워>가 사람들이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다지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또 영화(와 그 주변환경)에 애국주의적 요소가 강하다고 동의하면서도, 정작 관객들이 애국주의적이지는 않다고 여긴다. 요즘 같은 논란 속에서 이렇게 모호한 입장이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조심스러웠다. 험한 소리가 오가는 이 논쟁을 견뎌낼 만한 강심장도 아니거니와, 논쟁의 구도가 지식인-대중과 같은 이분법적 분류로 왜곡된 상황에서 내 생각이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으로 읽힐 것이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서 <디워> 논란보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 문제, 이명박 후보 검증 문제, 탈레반 인질 소식, <화려한 휴가>에 대한 논란 등이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진중권의 생각에 반대하는 <빅뉴스> 변희재의 글과 무수한 인터넷 게시물들, 그리고 전반적으로 진중권에 동조하는 <프레시안> 이형기의 글과 관련한 댓글들을 보면서, 광기와 적대만을 양산하는 지금의 논쟁 구도가 더 심각해지리라는 문제의식이 분명해졌다.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 역시 지금의 논쟁 구도 자체에 대해서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결론적으로 나는 일단의 비평가들에게 보다 책임 있는 비판 의식을 주문하고자 한다. 다양한 관객과 독자들을 동일한 집단으로 여겨 그들과 거리를 두는 비평 의식은 필연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대중과 거리를 둔 비평의 칼날은 짐짓 예리한 척하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그 칼 맛은 점점 떨어질 뿐이다. 현재 <디워> 논란에서 대중이 식자들에게 표출하는 반발 심리는 황우석 사태와 다르다. 황우석 사태 당시처럼 단순한 애국주의 쇼비니즘의 발로라기보다는, 대중의 욕망을 읽지 못 하는 비평에 대한 반발에 가깝다. 대중을 아예 없는 존재, 혹은 그저 다 똑같은 한 덩어리의 '쌩-매스'로 여기는 진보 지식인들에 대한 저항으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  
    
  
 
   김성윤/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프레시안 2007.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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