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된 지 두어달 됐다.

 

그간의 시간을 뭐라고 해야 하나... 백수일 때보다 마음이야 훨 편하고 주변 사람들도 괜찮고 왠만한 일에는 별로 데면데면해서.. 그냥 정신없고 바빴다.

 

기자는 쉽게 믿지 말라는 것, 신문기사도 완전히 믿지는 말라는 것. 이 정도 얘기하고 싶다. 그런데 나와 내가 쓸 기사는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하하.

 

방송에야 거짓이 섞여 있다는 걸 알았지만, 신문 기사는 이념이나 정파적 지향과 관련된 걸 제외하고는 거의 100% 진짜라고 의심 없이 믿고 살아왔던 나로서는 좀 충격을 겪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기자 저널리즘, 피디 저널리즘을 비교하면서  기자 저널리즘이 팩트 위주다, 피디 저널리즘은 연출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비판도 수긍할 만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참 무색한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예 거짓말을 마음껏 해도 되는 판이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기사가 다 거짓말에 나가리라는 건 아니다. 내가 글에 있어서 민감한 편이긴 할 테고... 내 민감함이 특별히 민감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서도. 그리고 어찌됐든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수습기자와 선배 사이의 위계관계. 욕을 아무리 먹어도 별 심적 데미지가 없던 무던한 처지였지만, 다만 위계를 형성하는 언어의 형식마저 없는 것처럼 여길 수는 없는 일이라.

 

처음에는 선배에게 말을 할 때마다 매일같이 토할 것 같았다. 이제는 것도 아무렇지 않지만, 한번도 누구와 이런 식의 위계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터라 선배들과 진실된 관계가 가능할까 고민이다. 형식은 가끔 전부이기도 한 거다. 더 겪어봐야 알겠지.

 

윗사람에 대한 관습적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나를 친구 삼아준 숱한 선배들... 나를 쭉 위아래없도록 내버려둔 그이들에게 새삼 애정을 느끼고 있다.

 

여기는 내게는 너무 빠른 세계같다. 매일 수십 명을 만나고 온갖 곳을 오가도 느린 내 마음은 같이 가지 못하고 구석에 가만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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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4 19:08 2011/11/1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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