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형의 세번째 시집 [바람의 목례]에서
비는 소리가 없다
정작 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
이때도록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늘 어드메쯤에서 길 떠나
지상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걸
내 가슴이 텅 빈 후에 알았습니다
비에도 길이 있어 그 길 따라
바다에 닿으면 파도 소리가 되고
키 큰 나무에 내리면
푸른 나뭇잎 소리가 되고
더는 낮아질 수 없는 개울에 닿으면
맑은 물소리가 된다는 걸
그와 헤어져 인사도 없이 돌아선 날
내 가슴으로 내리는 빗줄기에는
아무 소리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