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쓰기
 현대차지부 칼럼 원고

 

지난 4월18일 한미FTA 쇠고기 재협상이 타결됐다.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들어오던 미국산 쇠고기는 이제 정말 위험하다는 30개월 이상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이 허용됐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한우값은 폭락했고, 축산농민들은 송아지까지 끌고나와 ‘묻지마 도축’에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의 사실상 전면 개방으로 광우병 위험은 그만큼 높아졌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생기는 광우병 감염 물질 ‘변형 단백질 프리온’은 1000분의 1그램만으로도 인간에게 광우병을 전염시킨다. 광우병은 10년 이상 잠복기를 거쳐 발병되며 발병된지 1~2년 안에 100%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치료약도 없고 예방약도 없다. 더구나 한국인의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메티오닌-메티오닌(MM)’ 유전자를 갖고 있다. 소뼈 안에 있는 척수에 변형 단백질 프리온이 가장 많은데 설렁탕이나 감자탕, 선지 해장국을 즐겨 끓여 먹는 우리는 더 위험하다.

 

미국산 쇠고기를 안먹으면 될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라면 스프, 과자, 돈가스 소스, 조미료, 화장품, 심지어 알약 캡슐까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 급식에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대량으로 공급될 경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잠복기간 10년을 지나 광우병이 집단 발병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명박 정부는 0교시, 야간자율학습을 부활시켜 아이들 숨통을 죄려고 하더니 이제는 먹을거리로 아이들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여전히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만 허용하고 있다. 지난 4월23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인 척추뼈가 발견되자 일본은 바로 수입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도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바로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타결지었던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우리가 꼭 일본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며 짐짓 ‘터프’하게 말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술 더 뜬다. “이제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며 미국 축산업계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마음에 안들면 적게 사면 된다”고 답했다. 국민의 건강과 먹을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한 나라의 대통령 발언치고는 도저히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럴 거면 조류독감(AI) 닭고기는 왜 ‘살처분’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게다가 닭이나 오리는 끓여 먹으면 안전하다지만 광우병 쇠고기는 섭씨 300도를 넘게 끓여도 원인 물질이 없어지지 않는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한미FTA 국회 비준 반대와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내걸고 싸워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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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9 08:44 2008/04/2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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