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임승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중에서.

 

자본가가 이윤을 얻어 재투자를 할 때는 결국 자신의 판단에 따릅니다.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니 자신의 이윤추구 욕구에 부합하는 곳에 투자를 하겠지요. <무지막지> 회사의 사장은 그동안 벌어들인 이윤 100억 원을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제빵업게 시장이 포화되어 돈벌이가 시원치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광업에 진출할까 생각하다가 무선통신기기 사업이 이른바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친한 국회의원이 개발예정지역을 미리 귀띔해준 것이 있어서 땅을 살까도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결정은 결국 <무지막지> 회사의 사장 마음에 달린 것입니다.

 

<무지막지> 회사의 노동조합에서 사원들의 복지에 이윤의 일부를 써달라고 요청해도 사장은 경영권은 자신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간섭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100억 원의 이윤도 노동자에게서 착취한 ‘잉여가치’에서 나온 것이지만요. 누가 이런 사실을 알겠습니까? 초등학교 반장도 투표로 뽑는 시대지만 사장을 투표로 뽑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 자본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사회 전체로 넓혀서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여러 가지 산업이 존재합니다. 관광산업, 휴대폰산업, 통신산업, 성매매산업, 반도체산업 등. 그리고 이 모든 산업에서는 이윤이 발생합니다. 그러한 이윤들은 다시 기존의 산업, 또는 새로운 산업에 재투자됩니다. 그런데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자원이 어떤 산업에 배분되고 어떤 산업을 육성시킬지를 정하는 것은 소수의 자본가들입니다.

 

삼성은 한때 자동차산업에 진출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고 결국 발을 뺀 경험이 있습니다. 수십조 원이 왔다 갔다 한 엄청난 규모의,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칠 투자가 재벌 총수 한 사람의 독단으로 결정됩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포화상태였습니다. 국내용 차량뿐 아니라 수출용 차량까지도 이미 포화상태였음에도 재벌 총수의 개인 취향에 따라 자동차산업에 진출한 삼성은 결국 국민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차가 부족한 나라가 아닙니다. 넘치는 게 차죠. 만약 저런 막대한 돈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했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난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게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그러나 자본가 중 거의 아무도 그런 곳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자본가들이 투자할 때 고려하는 유일한 사항은 ‘이윤’이 되느냐입니다. 그래서 휴대폰산업이 뜬다 하면 그쪽으로 돈이 쏠리고 주식 투자가 돈벌이가 된다고 하면 그쪽으로 돈이 확 쏠립니다. 부동산이 뜬다고 하면 돈이 몰려서 거품을 형성하죠.

 

이런 모든 결정은 누가 하나요? 결국에는 자본을 손에 움켜쥐고 있는 소수의 자본가들이죠.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에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 즉 주인인 겁니다. 노동자들이 그런 결정을 했다는 말 들어본 적이 있나요?

 

사실 사회적 차원의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일반 기업뿐 아니라 은행도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군요. 은행은 가계나 기업들이 당장은 쓰지 않는 자금들은 예금의 형태로 모아둡니다. 그러한 자금을 다시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주고 그들에게서 이자를 받습니다. 이렇게 받은 이자 중 일부는 예금주에게 이자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은행의 운영비와 이윤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막대한 예금을 어디에 대출할지 결정할 수 있는 엄청난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에서 투자자금을 대출받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면 기업의 존속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하는 사람들 역시 소수의 은행 자본가들입니다. 이들이 대출을 할 때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이윤’입니다. 이자를 얼마나, 그리고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가 그들의 유일한 고려사항입니다. 은행이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사업에 대출해주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런 사회적 차원의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체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부입니다. 정부는 법이나 제도 등을 통해서 특정 산업에 투자가 많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휴대폰산업에 정부의 자금을 싼 이자로 대출해준다든지 법인세를 인하해주는 식으로 말이죠. 정부가 직접 공기업을 설립해서 산업 부문에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전기나 수도, 통신 같이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인프라들은 대부분의 경우 국가에서 운영합니다. 기업이나 은행 못지않게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산업의 방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라는 것은 일반 기업이나 은행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선거를 통해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라는 점입니다. 기업이나 은행의 권력자들은 국민들의 선출하지 않지요. 그들은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나 은행의 주인이 됩니다. 그리고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본 독재’를 합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기업이나 은행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돈을 주고 고용한 ‘임금노예’들일 뿐입니다. 자본가의 명령에 따라 일하고 경영권에는 절대 간섭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운영됩니다. 선거에서는 부자도 한 표요, 가난한 사람도 한 표입니다. 시장이라는 곳에서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만 선거 공간만큼은 노동자도 한 표요, 자본가도 한 표입니다. 정부, 그러니까 국가라는 기구는 기업이나 은행과는 다른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중남미 대륙에는 선거를 통해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들이 연이어 집권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등이 바로 그들이죠. 이른바 중남미에 부는 좌파 바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당선된 정치세력들은 노동자 민중들에게 이익이 갈 수 있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석유산업이나 전기, 통신 같은 전략산업을 국유화하기도 합니다. 선거에 의해 들어선 민중정권들은 자본가의 이윤추구 도구로 전락했던 의료, 교육, 국가전략산업 등을 국가의 통제 아래 둠으로써 이 산업들이 이윤추구와는 다른 가치에 따라서 운영되도록 합니다. 즉 ‘돈’ 중심의 사회를 ‘사람’ 중심의 사회로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소수의 자본가 손에 있는 중요한 산업들이 국가의 통제 아래 들어온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기업이나 은행과는 달리 국가기구는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권리를 주장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의 독재’에서 ‘민중의 민주주의’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죠. 노동자 민중의 정부는 국가의 자원과 재원들을 동원해서 사회의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복지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소수의 자본가들이 틀어쥐고 있는 대규모의 생산수단들을 국가의 통제 아래 옮겨올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유화가 중요한 겁니다.

 

반면에 자본가들은 기존의 국영기업조차 민영화하기를 원합니다. 의료와 교육도 민영화해서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돈벌이를 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마음입니다. 정부가 담당하는 분야는 계속 축소되고 자신들이 담당하는 분야가 계속 늘어나야 자신들의 ‘권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영화는 ‘자본의 독재’를 더욱 강화시켜주고 노동자와 민중을 완전히 파탄지경에 빠트리는 것이죠. 국민의료보험이나 공교육이 무너지면 이전에는 돈이 없어도 그나마 기본적인 교육과 의료혜택은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돈 없으면 공부도 못하고 병원도 못 가게 됩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란 숙명적으로 이윤추구가 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윤이 안 나는데 자본가들이 생산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 이전에는 ‘이윤’이란 것을 따지지 않고도 농사 잘 짓고 살았고 ‘이윤’이란 것을 따지지 않고도 생활용품들을 만들어서 잘 살았습니다. 사실 꼭 ‘이윤’이 나야만 생산을 할 필연적 이유는 dqjttmq니다. 물건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노동이지 ‘이윤’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자본가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렇게 주인 행세를 하면서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토지, 기계, 원료 등의 생산수단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봉건 귀족이 거대한 장원을 자신의 소유로 가지고 있으면서 권력을 행사했던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자본가 정부는 이런 자본가의 소유들을 사유재산 보호라는 미명 아래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 노동자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자신의 몸뚱이를 자본가에게 파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누가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이겠습니까? 너무나 빤한 것이죠.

 

이런 ‘자본독재’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사회를 변혁하려는 사람들은 노동자 민중이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자본가의 ‘임금노예’로 살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동자 민중이 세상의 주인으로 역사의 주인으로 서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생산수단을 사회 전체의 소유로, 노동자 민중의 소유로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민중운동 세력이 국가를 장악하고 전략산업들을 국유화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과정의 한 예가 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노동자 서민에게 가장 시급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자원과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의 성과가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민중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은 취해 나가야 합니다. 제가 앞에서 언급한 중남미 좌파 국가들이 바로 그러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사회에서는 ‘이윤’이 나지 않는다고 생산이 멈출 일이 없겠지요. 나중에 가서는 이윤을 계산하는 일조차 없어지지 않을까요? 사회 전체에 필요한 만큼 생산해서 자신이 기여한 만큼, 또는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세상이 될 겁니다. 이제는 더 이상 소수 자본가의 돈벌이를 위해서 생산하는 일은 없어지고 누구가 공평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됩니다. 쓸데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일도 없어집니다. 필요한 만큼 일하면 되니까요. 안전장치를 안 해서 노동자들의 손가락이 잘리고, 생명을 잃는 산업재해도 없어질 겁니다. 더 이상 생산의 목적이 돈벌이가 아니니까요. 돈벌이를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일도 없어집니다. 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이렇게 노동자 민중이 세상의 주인, 역사의 주인으로 되는 사회를 건설하면 빵 만드는 노동자 김개똥 씨의 노동은 바뀔 것입니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모든 것이 바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하루 8시간의 노동이 온전히 필요노동이 되는 것이죠. 가령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투쟁이 하루 8시간 노동 중에 3시간인 필요노동을 4시간, 5시간으로 늘리려는 투쟁이라면,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는 자신의 노동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되는 투쟁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이런 사실을 깨닫고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단결해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조직되어야 합니다. 또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아서 이러한 일들을 추진해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사회의 변혁을 바라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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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16:26 2010/06/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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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2010/08/29 10:54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 임승수입니다. 인터넷에서 제 책에 대해 써주신 글을 보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닌다. 제가 이번에 마르크스 철학을 쉽게 풀어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책을 출간했습니다.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 유물론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대화체로 쉽게 풀어 썼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래의 예스24 책소개 주소를 방문하시면 책의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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