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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블랙잭 8권 암의료편 마지막 권 나옴.

* 어쩌면 이 글은 요 며칠 진보블로그에 떠돌고 있는 암 건강보험 이야기와 돌봄노동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 물론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 8권에 대한 스포일러성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면 1] 우사미(의사) : 의학이라는 건.... 수술을 하거나 약을 먹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나 병을 치료하는 것....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의학은 아닙니다. 의학이란 어떻게 죽음과 직면하느냐를 생각하는 학문입니다. .......................... 살고 죽는건 원래 생물에게 자연스런 일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의사는 병을 낫게 하는 것 외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죽음을 패배로 취급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패배인가요....? .......................... 사이토(인턴) : 죽음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죽어가다니...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정말로 이 세상에 있을까요? 사는 것을 포기하는게 정말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건가요? ........................... 만일 진지하게 살 수 있다면... 왜 죽을 때 후회따윌 하는 거죠? 필사적으로 살려고 하는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그렇게 다른 겁니까...? 생과 대면하는 것은.... 죽음과 대면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요? [장면2] 우사미 : 내 치료의 목적은... 암의 고통을 더는 것입니다... 암의 고통이라는 것은 크게 나눠 두가지가 있습니다.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고통입니다.... TS-1을 사용함으로써 요시에 씨의 마음이 만족될 수 있다면... 난 항암제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장면3] 쇼지(의사) : 난 암으로는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발짝씩 다가드는 죽음에 위협을 받으며 그저 절망 속을 사는 일따윈 절대 사절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말씀드리는 걸.... 부디 용서하세요.... 난 부인처럼 살다가.... 죽어가고 싶습니다... [장면4] 요시에(암환자) : 엄마는... 죽어... 엄마는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 말야.... 이 애들이 클때까지 절대 죽고 싶지 않았었어... 하지만 그 땐 말이지.... 이제 언제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어... 엄마는... 전혀 후회 같은 건 안해... 너희와 같이 지내고... 죽어 갈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가 죽는 것 따윈 전혀 슬프지 않아...


블랙잭 8권은 근래에 가장 기대해 왔던 책이었다. 암의료라는 주제도 그렇지만 암의료편 3권까지오면서 펼쳐보인 이야기를 작가는 어떻게 정리할까가 마치 모든 것을 건 도박판의 마지막 패를 살며시 째려보는 것 같은 긴장과 설레임을 주었다. 8권의 마지막으로 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조금씩 흐느끼고 있었다. 언제 만화를 보면서 눈물 흘린적이 있었을까?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말기암 환자 요시에 씨의 죽음. 그 장엄한(?!) 광경을 지켜보다 보니 그냥 눈물이 흘렀다. 블랙잭이라는 만화의 미덕은 쉽지 않은 갈등구조를 쉽게 한쪽으로 손들지 않고 끝까지 밀고나가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여타의 의료만화처럼 신적인 치유능력을 가진 인물을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 어느 평범한(?) 인턴의 경험과 갈등을 중심으로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실적이라는 부분에 여러 평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상식 상에서는 여러 현실들을 잘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의 의료상황을 그린 것이지만 한국의 상황도 이와 거의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에피소드들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번 암의료편은 많은 주제를 던져준다. 의사란 무엇인가? 의료행위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전반을 흐르는 주제이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특히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앞에서 의사는 무엇인가? 의료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암의 고지와 항암제 사용과 관련한 문제, 종말의료(연명치료?)의 성격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우사미와 쇼지는 예전에 한사람의 췌장암환자의 치료를 위해 미승인된 항암제 치료를 시도했다. 항암제 투여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듯 보였으나 보험에 적용이 안되는 관계로 그 환자의 모든 재산과 가족의 집을 치료비로 날려버리고 항암제 투여는 중단되고 그 환자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 일 이후로 우사미는 암환자에 항암제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의사의 길로 가고 쇼지는 항암제의 연구와 치료를 하는 의사의 길을 가게 된다. 그 후 10년이 지나 인턴 사이토가 암치료병동으로 오고 똑같은 병의 요시에라는 환자를 맡게 되면서 항암제를 중심으로한 갈등이 고조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갈등을 항암제의 사용이 완치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면 항암제를 인정할 수 있다라는 걸로 우사미와 화해를 시도하고 치료행위 자체보다 요시에라는 환자의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쇼지와의 화해를 시도한다. 그리고, 요시에의 죽음이후 제도적인 방법으로 완치를 바랄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완화의료과를 설치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열혈독자의 입장에서 끝에 완화의료과를 설치하는 것으로 맺은게 조금 못마땅은 하지만 의사와 병원중심의 만화이니까 이해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8권의 내용 전반적으로 봤을때 마지막 패가 대박 카드였다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여러 지식과 경험이 있다면 각각의 주제들로도 책 한권이 나올만한 주제들이지만 하나하나 풀어쓸 능력은 없고 예전 이반 일리치의 '의료의 한계(병원이 병을 만든다)'를 읽은 기억을 되살리면서 정리를 하려고 한다. 진보진영에서 흔히 무상의료를 옆집사는 순이 이름처럼 쓰고는 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감기만 걸려도 병원을 의존하고 생활공동체는 점점 그 안의 몸을 돌보고 치유하는 능력과 지혜를 잃어가고 있고 그 끝에는 종말의료라는 돈을 잡아먹는 블랙홀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을 인정한 상태로 무상의료로 가는 것은 또한 더 많은 전제들을 인정해야만 가능하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아니면 적어도 현상유지, 의료의 전문화, 산업화...... 완화의료과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우사미나 쇼지 같은 선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또한 잘꾸며진 종말 패키지 상품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된다면 그게 어떤 의미를 갖을 것인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종교적 의식과 그 사회의 문화적 양식으로 전해 내려왔었다면 지금의 의료는 그것을 병상에서의 마지막 집중치료로 표준화, 산업화 하고 있다라는 것은 타당한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랑하는 사람들(단순히 가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과 나누는 마지막 안식이 존재하지 않다라는 것도 맞는 얘기인 거 같다. 내 느낌은 요시에씨의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요시에씨에게 정답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맞는 죽음의 방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죽음을 대면하는게 생과 대면하는 거와 같다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어떻게 죽어가느냐의 길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면 대부분은 종말 패키지 상품을 소비하며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반 일리치는 10년동안 암과 같이 살아가다가 편안하게(!) 죽었다고 한다. 그 죽음 역시 그가 살아가던 방식과 완벽히 일치하였다고 생각한다. p.s)'쿠니미츠의 정치' 신권도 나왔습니다. 아마 23권인가 일텐데 우연치 않게도 이번 권에서는 의료의 문제를 다루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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