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9시쯤인가 친구가 집에 찾아왔다..

자다 깨서 비몽사몽 간에 문 열어주고, 왠일이냐고 하는데...

얼굴 표정이 예사롭지 않은거라...

 

엄마가 편찮으셔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는데, 수술은 끝났고

밤새 병원에 있다가 언니랑 교대하고 집에 가던 길에 들렸단다...

몰랐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아마도 내가 워크숍 가 있던 중에 어머님이 쓰러지신 것 같다...

전화가 왔었는데.. 내가 못 받았던거라...

 

술 있냐고.. 저녁에 병원가야 하는데 집에 가기는 싫고 여기서 자다 가도 되냐고...

내가 쌀은 없어도 술은 안 비워두는지라...

그리고... 친구가 울먹이면서 술을 마시는데...

할 수 있는 말이 없는거라....

그냥 옆에서 .. 마침 먹다 남았던 만두가 있어서 만두 쪄주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나랑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난... 할 수 있는 말이 없는거라...

그 친구가 엄마에 대해 상처가 많았던 친구인데... 그래서 미워도 하고, 원망도 많이 하던...

그래서.. 더 힘든 거 같은데...게다가 요즘 진로 때문에 고민도 많던 녀석인데...

 

그런데 난... 할 수 있는 말이 없는거라...

 

지금 친구는 뒤에서 한창 자고 있다...

깨면 먹이려고 된장찌게랑 카레랑 고등어 구워놓고 그 친구가 마시다 남은 맥주 한 잔 하고 있는 중이다...

 

5년 전쯤 우리 아버지가 쓰러졌던 때가 생각난다...

새벽 3시쯤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서.. 응급차로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동네 병원에 갔다가 다시 삼성의료원으로 가는 중인데...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엄마의 전화...

그 시간에 서울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 시간에는 버스도 없고, 돈도 없고.. 그래서 당시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그 친구 차로 서울에 올라가는데... 고속도로에서 그 친구가 너무 졸리다고, 사고 날 것 같다고 차를 세우고 잠깐만 자고 갈 수 없겠냐고 해서... 남자친구는 곁길에 차 세우고 자고, 나는 차 밖에서 담배 피우면서 울던 기억....

내 상황을 이해 못하는, 아니 이해가 아니라 나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친구가 너무 서운하고, 나 혼자 서울까지 못가는 내 허름함에 화가 나서 울던....

아버지 수술 후 청주와 서울을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나를 데려다 주던, 엄마가 담배피고 싶으실 때는 그 남자친구 차를 빌려 엄마가 그 안에서 담배를 피곤 했었는데...  병원비 모자랐을 때 돈까지 빌렸던... 그 남자친구와는 결국 헤어졌다...아버지 치료 받을 동안 내내 그 친구도 할 만큼 했었는데.. 그래도 나는 말로 표현은 못해도 그 사람에 대한 서운함과 그렇게 그 사람한테 어떤 식으로든 기대야 했던 내 상황에 너무 화가 나서 더 이상 그 사람 얼굴도 보기 싫어지는 그런 상황까지 갔었다... 아버지 치료도 다 끝나기 전에 헤어진 그 사람... 자기는 억울하다고 나를 이해할 수 있어도 그런 이유로 헤어지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 내 앞에 무릎 꿇고 빌면서까지 그렇게 얘기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헤어졌던 그 사람... 오늘 그 사람 생각이 난다...

 

이해라는 거... 서로의 입장이 다를 때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감히 이해라는 말,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거...

 

그래서 친구에게 이해한다는... 힘들겠구나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던...

어떻게 해...어떻게 하면 좋아...라는 말 밖에 못했던...

그랬던 것 같다...

 

이해라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이해라는 말을 한다는 것에 책임지는 게 두렵기도 한...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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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6 15:14 2006/02/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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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us  | 2006/02/27 16:12
읽다 보니 쪼금.. 눈물이 핑도는 기분.
마조  | 2006/03/03 09:40
마음한구석이 뻑뻑해지네요.
긴 호흡  | 2006/03/10 21:41
헤헤... 막 챙피해 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