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와 패미니즘, 병자군의 생각

이 글은 민노씨네[PP] 포르노와 페미니즘에 관련된 두번째 글입니다.

 

1. '과시적 악세사리로써의 페미니즘'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여기에 더해 민노씨의 PP가 "과시적 악세사리로써의 포르노 옹호"가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마지않습니다. "페미니즘이 포르노와 쌤쌤이다" 라는 과격한 명제가 거꾸로 "포르노 옹호는 정말 여성을 배려하기 때문이다."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2. 이채님의 글을 비판한 부분에서는, 이채님이 말하는 포르노와 민노씨가 말하는 포르노는 저에게는 같은 것이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이채님의 글 안에 이미 들어있는 표현대로, 이채님이 말하는 포르노는 "강간을 비롯한 수많은 폭력을 이상적 성행위나 남자다운 행동으로 그려내는 것" 이고 이것은 민노씨의 글 속에서는 "범죄의 영역에 들어간 포르노"라고 저에게는 읽힙니다. 또는, 민노씨가 파악하는 "범죄"와 이채님이 파악하는 "강간을 비롯한 폭력"의 범위가 남과 여라는 차이에 의해서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3. 80년대의 보고서와 68년의 보고서가 다은 이유는,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10년이라는 시대의 변화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68년 보고서의 포르노와 80년대의 포르노가 같은 것이었을까요? 포르노의 (탐닉적)소비자인 제 경험으로 얘기한다면, 전혀 다른 것입니다. 68년의 보고서는 그 이전 억압되고 많이 개방되지 않은 시절의 성적 표현물을 대상으로 하고, 80년대의 보고서는 70년대의 반문화열풍 속에서 생산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개방된 성적 표현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물론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분석 대상 역시 표현이나 소재에서 결코 같은 것이라고 보기 힘든 것인 역시 사실입니다.

 

4. 특히 한국에서 이러한 반 포르노 얘기가 나오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적 현상에 기인하는 바도 클 것입니다. 조금만 웹을 뒤져보면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성적 표현물은 그야말로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외국이요? 여기저기 온통 널려 있는 듯 보입니다만 막상 맘 먹고 접근할려고 하면 한국만큼 쉬운 곳이 없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주로 보이는 현상인데, 'XX대학 대학생 XXX양 충격'이니 '연예인 XXX몽땅...' 이니, 특정 직업군에 대한 범죄적 성향의 페티시즘이니, 지위 또는 힘을 이용한 강압적 성행위니... 하는 것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 역시 한국입니다. 한국의 포르노소비문화는 (제가 느끼기에는) 순수한 성적 욕망의 해소라기보다는 어떠한 억눌린 사회 욕망에 대한 비뚤어진 분출구로써 기능하는 듯 보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에 항상 노출된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테고, 그렇기 때문에 민노씨 역시 "모든 포르노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겠지요. 만일 그 얘기가 보다 올바르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신다면, 민노씨가 옹호하고자 하는 포르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밝히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글 마지막에 "대화를 통해 그 구별을 명확히 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문제제기를 하시는 쪽에서 먼저 '난 그 범위를 이러저러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논의를 샛길로 빠지지 않게 하는 정확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민노씨의 글을 5번째 읽고 나서야 '혹시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게 이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난독증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전 민노씨께 질문 드리고자 합니다. 민노씨가 생각하는 "범죄가 아닌" 포르노의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개인적으로 지금 포르노라고 불리는 거의 모든 부분은 범죄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전 엄청난 범죄자라는 얘기입니다...-_-;;;) 억눌린 성적 욕망의 해방을 위한 포르노라면, 메인스트림의 범위에 있는 영상매체만으로도(영화 - 여기에는 7~80년대 일본의 로망포르노, 한국의 애로비디오까지를 포함합니다.)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애의 아우성에서 구성애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포르노 무조건 보지 못하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포르노가 판타지라는 것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취지의 얘기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는 것이지요. 이 말을 뒤집어놓고 얘기하면 포르노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포르노는 선택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범죄교과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누가 그러한 사실 (포르노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면, 모든 사람에게 차단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포르노가 거짓임을 아는 사람이 포르노를 보지 못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보다는 포르노가 거짓임을 모르는 사람이 포르노를 봤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더욱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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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0 01:55 2006/09/10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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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06/09/19 11:51

    #. 포르노 프로젝트[PP] 다섯 번째 글입니다. [PP]는 박형준군과의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 많은 필벗들, 그리고 블로거들께서 [포르노와 페미니즘](1)에 진지한 질문과 보충 논평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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