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프로젝트, 황금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이 글은 민노씨네[PP] 포르노와 페미니즘에 관련된 글입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민노씨와 박형준님의 공동 프로젝트인 포르노 프로젝트에 대한 정신병자군의 생각입니다.

 

 

1. 우선 고백을 하자면, 나라는 인간은 대단히도 포르노를 즐깁니다. 한때 나 스스로가 '나라는 인간은 진짜 상종못할 변태가 아닐까?'라고 생각도 했었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 생각은 '내 속의 이 성적 취향이 결혼 (9월9일 15:40 추가 - 결혼만이 아닌, 성매매든 뭐든 아뭏든 어떠한 수단을 통해서든지!!!)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다른 여성에게 투사되는 것은 그야말로 능지처참을 당해도 할 말 없는 범죄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인간은 결혼을 해서는 안 될 인간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범죄적인 성적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2. 포르노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고자 하시는 노력 자체에 대해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만 그것이 새로운 소비자본주의의 이론 공급의 장으로 활용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군요.

 

3. 제도로부터의 완벽한 해방, 자본주의/소비주의의 뿌리를 흔들기 위한 목적으로 서구에서 60년대부터 크게 일어났던 '반문화운동'은 현재 완벽하게 자본주의의 공고화를 위하여 쓰여지고 있습니다. 히피의 취향은 히피상품의 유행을 낳고, 생태주의의 주장은 유기농산물이라는 새로운 자본의 거대시장을 열어재켰으며, 모든 것을 혼자 만들어 생활하겠다는 자급자족의 외침은 거대한 DIY자본시장을 위한 최적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두 분이 하시는 프로젝트 역시 그러한 위험성이 다분히 존재합니다. '범죄의 영역에 다다르지만 않는다면, 포르노를 감상하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포르노 감상의 자유도 주어져야 한다' 라는 명제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물론, 글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다'라는 보고서가 조작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분이 말씀하시는 '포르노가 오히려 성범죄의 감소를 가져왔다'라는 보고서 역시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저만의 기우일까요?

 

4. 박형준님의 글 중에 '억압아면 할수록 오히려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이 명제가 '그러므로 청소년의 포르노접근 역시 그 자신의 의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논리는 더욱 확장되어서 '청소년의 자유로운 성행위 역시 허용되어야 한다.' 라든지 '원조교제는 청소년의 자발성에 의한 것이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두 분이 그러한 명제까지 도달할 리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그저 기우일 뿐이라고 저의 우려를 간단하게 묵살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그러한 일정한 '선'을 긋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점, 또는 그러한 기준점을 도출하기 위한 일정한 객관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에 의해 합의된' 지표가 나올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5. 아직 결론도 나오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서, 문제제기 부분만 가지고 성급한 단정을 내린 저의 무례함 역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9/09 15:30 2006/09/09 15:3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psychoic/trackback/36
  1. 전제자체의 문제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과연 어떤 외적 자극이 타인의 두개골 속에서 무슨 영향관계를 일으키는지 확언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러이러 할수도 있다'는 통계적 설명은 이때 무의미 한 것 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국가 혹은 그에 준하는) 강제력을 통한 사법적 혹은 유사 사법적 통제/징벌과 이어지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포르노그래피를 '문화적'으로, 그것도 위계적 성별질서와의 문제를 이유로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는 것은 언제나 '두번째'이하의 일입니다. '7-80년대 미국의 포르노그래피 논쟁이 그러했듯, 그것은 궁극적으로 어떤 표현물의 창작, 유통, 소비가 국가 혹은 그에 준하는 강권에 의해 금지될 것인가로 이어질 뿐입니다. 즉 성적 이미지를 둘러싼 논쟁만큼이나 법과 시민의 관계 역시 생각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법이 국가의 강제력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 그것은 개개의 사건에 대해 실증될 수 있는 인과적 연관에 기반해야 하지, 이러저러 할 수도 있겠다는 것 이상이 아닌 통계적 추론을 근거로 하는 것은 위험한 경향입니다. 포르노가 성범죄의 증가를 가져오는지, 감소를 가져오는지, 그것은 사회학적 추측의 영역이지, 결코 법정의 증거물이 될 성질의 무엇이 아닙니다.
    포르노그라피의 이미지에 대한 호, 오를 말하는 것 이상은 제 생각에는 그 누구에게도 허용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낡은' 60년대풍의 구호가 가장 적합합니다. '금지는 금지되어야 한다!'
    * '포르노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다'는 문구의 위험성은 그 사실관계, 포르노에 대한 해석의 문제 이전에, 그것이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에서 소위 이적표현물을 다루는 것과 동일한 태도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 반문화건 혁명문화건 자본주의하에서 상품화될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신경을 끄는 것이 가장 편하고, 굳이 신경을 쓰려 한다면, 왜 특정 이미지가 특정 시점에 대중적인 소비품목이 되는지 추론해보는 정도가 적당한 것입니다.
    *** 청소년의 자유로운 성행위는 당연히 옹호되야 하는 것이지요. 옹호하지 않아도 하는 행위요, 대한민국이 아닌 곳에서는 법적 성년일때까지 동정/처녀라는게 신기한 일로 간주되는 곳도 이미 많지 않나요. 몇 살 이하 청소년이 미숙한 주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언제나 임의적인 규칙에 불과함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쉰살, 예순살이 넘어도 정신못차리는 성인도 수두룩하고, 세상사에 대해 깜짝 놀랄만큼 명료하게 판단하는 중딩, 고딩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성행위조차도 그것에 수반되어야 할 고려들, 사려깊은 태도를 지니려면 친숙함이 필요합니다. 뒤탈없이 성관계를 가지려면 콘돔정도는 장착해야 한다는 것을 무리없이 이해하려면 섹스한마디에 이성이 날아가는 상태여서는 곤란합니다. 자신이 성적행위의 주체임에 대한 일상화된 자각 정도는 있어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청소년에 대한 얘기는 제가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으로 접근했군요. 제가 진정으로 우려한 바는 청소년의 성행위 표현의 마지막에 표현한 부분인 원조교제 부분에서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청소년의 자유로운 성행위가 허락된다는 얘기가 지금 아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있는 현상인 원조교제에 대해 면죄부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분이죠.

    사려깊은 태도를 지니기 위해서 친숙해야 하는 것인지, 친숙하게 접근하더라도 그 부작용이 없게 하기 위해서 사려깊은 태도를 먼저 지녀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제 입장은 사려깊은 태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입니다. 본질을 알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그것을 접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보다 더욱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섹스 한마디에 이성이 날아가는 상태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그러한 상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써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제한없는 접근, 성행위에 대한 제약없는 묵인이 옳은 것인가, 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성이 날라가는 상태를 벗어나는 최적의 접근방법이 과연 자유로운 성행위요, 제약없는 포르노그라피의 접근일까요?

  3. 성적행위, 성적친교의 자유가 무엇무엇을 위한 최적의 방법이냐는 것 자체에 대해 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자발적 의사에 의한 성적행위, 성적친교의 권리 그저 가능한한 넓은 범위에서 인정해 주어야 할 권리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일정한 주체에게 그 인정을 제약 할 때라도 그 경계가 임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경우조차 성적행위 그 자체가 위험하고 해로운 것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다른 사회적 변수의 위험 때문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저는 성적표현물에 대한 문제 역시 그것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거나 없다거나에 대해서 말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중계는 왜 보고, 멜로드라마는 왜 보나요, 그걸 보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연애를 잘하게 되나요? 성적표현도 뭐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문제거리를 찾아봐야, '가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드러내놓고 보기 민망하다는 것 정도 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용어선택에 조금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사려깊다'는 단어 말입니다. 확실히 '사려깊다'는 표현은 문화적 규범이나 정서적 태도에 대해 너무 많은 뉘앙스를 주니까요. 음... 차라리 실용적 고려라고 하는 편이 제 뜻을 더 잘 전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쾌적하고, 안전하게'이상의 의미는 아닙니다. 사실 타인의 성적행동에 대해 뭘 더 바라고 뭘 더 말할 수 있겠습니까. 성행위는 굳이 따진다면, 다른 무엇이기 이전에 자신의 몸에 대해 접근하고 사용하는 것, 몸에 대한 '주권'의 영역에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에게 개인적 경험으로서 성애나 성적행동은 강렬한 정서적 질을 지닌 것이지만, 우리가 타인(들)의 성적행동, 성적친교에 대해 말해도 되는 것은...글쎄요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위 '원조교제'는 청소년의 성적행동을 걱정하는데 적절한 범주가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예 언급도 않한 것입니다. 원조교제는 청소년의 성적행동, 성적권리의 문제와는 함께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부터 그 단어 자체가 일종의 음성적 성산업의 범주, 음성적 성거래의 '상품명'아니던가요.
    덧붙여, 남녀 (혹은 여여든 남남일 수도있는)의 사이에는 이미 성적욕구가 있고, 그것이 실제 성적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미리 당연히 생각해 두어야 콘돔이든 뭐든 준비하는 자세가 실행될 수 있는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대학씩이나 다니는 법적성년 커플들이 엉겁결에 무방비로 일 벌였다는 이야기 한두번 들은 것도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포르노그라피라...뭐 저도 공식적 금지와는 무관하게 볼거 다 보며 미성년자 시절을 지낸 흔하디 흔한 경우 중 한명인 셈입니다. 그래서 사실 누가 보건 말건 별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포르노로 망쳐진 불량어른일려나...- -;;;) 왜곡된 성관념을 배우고 어쩌고 합니다만, 그거야 포르노그라피라는 국한된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문제입니다. 포르노그라피가 여성을 대상화 한다 어쩐다가 문제가 된다면, 광고나 연속극, 심지어 순정만화도 대부분 불태워야 할겁니다. 여성의 '성'과 남성의 '권력'을 교환한다는 구도는 너무 일상적인 것이라서 뭐 더 할 말도 없을정도니까요. 차라리 포르노그라피야 '포르노니까'라고 무시되는 존재라서 역설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저는 포르노그라피가 성범죄로 이어진다 어쩐다를 안 믿는것 이상으로, 그것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 어쩐다는 것도 안 믿습니다. 배우긴 뭘 배우겠어요, 체위 하나만 봐도 일반인으로서는 범접하기 힘든 아크로바틱이 다반사인데...
    이미지와 현실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은 이미지에 익숙한 환경에 사는 사람의 일반적 능력에 해당합니다. 누군가 포르노그라피에 속는다면 도리어 그것은 그것이 표현물 일반을 넘는 뭔가 대단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황의 탓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뉴스가 아니고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관객의 시선이 끌릴 장면을 만들기 위한 각종의 조작의 결과입니다. 백마탄 기사님을 기다리다 독신으로 늙어죽는 여자가 없고, 완벽한 이상형의 미녀를 찾다 동정으로 늙어죽는 남자가 없듯, 엔터테인먼트가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여지기만 해도 기본적인 필터링을 관객들의 뇌 속에서 다 진행됩니다. (그리고 혹여 소수가 그것에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특별히 포르노여서가 아니고, 따라서 포르노그라피라고 특별대우 할 일도 없습니다. TV드라마의 초능력자를 흉내내다 몇몇 초딩들이 다리를 부러뜨렸어도 프로그램은 계속 방영되었습니다. 어쨋든 저나 제 주변의 꼬맹이들은 그걸 보고 어디서 뛰어내리거나 한 일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구요.)

  4. 사려깊은 답글 정말로 감사합니다. 저 역시 어떠한 제약을 가한다는 것에 대해 온전히 찬성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 제약이 더욱 공익에 기여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재벌에 대한 출총제라던지, 보다 가깝게는 교통법규라던지요...) 그 제약의 범위는 정말로 신중하게 고려되어야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제약은 필요없는 것이다, 라는 결론이 내려지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뜻으로 쓴 글입니다. (그리고 청소년 성행위에 대한 제 얘기는 제 글이 문제 있는 글이더군요. '청소년의 자유로운 성행위는...'부분에서는 제 예가 부적절한 것이었습니다. 이 말 속에는 "포르노라는 음성적 성산업의 부산물을 통해" 라는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조교제라는 예를 든 것이고요. 적절치 못한 표현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5. 웅... 이정도면 트랙백을 주고 받는 편이 나을지도.. 길이땜시 그냥.

  6. 모든 금지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 엔터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주장, 이런 이야기들은 좀 그렇군요. 포르노는 단순 엔터테인먼트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거나 그래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10살도 안되는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버젓이 지독한 도색잡지를 봐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데, 이런 현상이 사회의 '성숙함'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습니다.

    세상은 온통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며, 이 '정도의 차이'가 현실적으로 의미있게 작용한다는 것, 그래서 진짜 중요한 것이 바로 '정도의 차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엔터테인먼트라고 지칭한다고 해서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거기서 거기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7. 할 말을 차곡차곡 챙겨서 밑으로 내려와보니 marishin님과 정신병자님이 벌써 다 가지런하게 풀어놓으셨군요. 같은 생각 한 방울 보태놓고 갑니다. 건필하시기를....

Return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