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유감...

본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이 정신병자는 아직까지도 괴물영화를 보지 않았음을, 따라서 영화에 대한 텍스트가 아님을 우선 밝혀드리는 바입니다.

 

이 글은, '괴물'에 대한 감상 또는 느낌이 아닌, '괴물'의 주변 상황들에 대한 투덜거림입니다. '투덜거림'이란 정의에서도 보여지듯이, 주로 불만에 대한 얘기입니다.

 

 

 

 



나는 괴물을 지금까지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이유는 오직 하나, 내 개인적인 결심 때문이다. 지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당시 나는 4800만 정도의 인구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1000만명이 보는 영화라는 것이 거의 동시에 두편이나 나타난 것에 대해 거의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고, 이후 (막말 섞어서 표현하자면) '개나소나' 다 보는 영화는 보지 않겠다, 라는 결심을 남몰래 혼자 했었다. 이 결심의 여파는 상상외로 거세어서 나는 결국 요 얼마전에 모든 이들이 좋은 영화라고 한번은 꼭 봐야 한다고 채근대는 '왕의 남자'를 결국 극장에서 보지 않고 어두컴컴한 내 방 한구석에서 DVD로 졸음을 참아가며 봤어야 했었다. (재미없었다는 소리가 결코 아니라... 다만 그 당시의 내 몸 상태가 안 졸 수가 없는 상태였다...)

 

이번에 '괴물'을 대하는 내 느낌 역시 처음에는 그러했을 것이다. 그저 나란 인간이 뭐 특별한 놈이기라도 하다는 듯 "남들 다 보는 영화를 왜 나까지 봐야 해?"라는 건방짐은 결국 이번에도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지도 모를 우수한 영화를 쬐깐한 TV로 눈 부벼가며 보게 만들 것이다. (뭐, 이쯤에서 정신나간 녀석이라고 치부해도 좋다. 당신이 '정신병자의 인터넷 정신병동'을 방문했다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은 바로 '정신병자'이니까...)

 

뭐, 주변 사람들의 평이나, 언론의 리뷰나, 어느곳을 둘러봐도 이 '괴물'은 상찬 일색이다. 칸 영화제에서 2006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들었다지 않나, '한국적 괴물영화의 신기원'이라지 않나, '사회적 의미까지 담은 최고의 상업영화'라지 않나... 다 좋다. 나두 정말 보고싶다. 앞에서 얘기한 내 맹세를 깨고라도, 정말로 보고 싶다.

 

하지만 말이다... 영화 하나가 620개 스크린이라니,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니냐? 참고로 한국의 총 스크린 수는 약 1,500개이다. (극장 수가 아니라 스크린 수다) 한 영화가, 그것도 헐리웃의 대형 영화도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온 나라 스크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온 사회가 양극화 심화라는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는 이 때, 비록 순간적이겠지만 스크린점유율 50%라는 경이적 수치를 기록하는 영화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나를 대단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괴물 개봉 2주전 개봉했던 한반도는 580개였던가? 아뭏든 그 정도에서 개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단히 거친 산술적 계산이지만, 영화 두 편이 전국의 영화관을 거의 모두 휩쓸었다는 얘기인가? 이게 정상적인 현상인가? 이쯤 되면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설령 이 영화가 2000만을 넘긴다고 한 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난 잘 모르겠다. 과대망상이 많이 들어간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섞여 있는 것도 머리속으로는 잘 알지만, 서두에서 말한 '잘난 체 하는' 내 성격 탓도 분명 있겠지만, 난 잘 되는 꼴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내 성격 탓도 분명히 있겠지만...

 

최소한, 이 영화 상영관이, 100개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는, 정말로 이 영화를 보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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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4 15:26 2006/08/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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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결심이 아니라 저의 '성향' 때문인데,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는 보고 싶은 마음이 급격히 줄어들거든요. "남들 다 보는 거 뭐 나까지 보나" 뭐 이런 거죠. 괴물도 원래 보고 싶었다가 흥행몰이를 하기 시작하니까 관심이 없어지더라고요. 보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 보긴 봤는데 영화도 별로였고, 여기저기 괴물만 걸린 영화관이 정말 괴물스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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